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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엘리트들의 함정, 확증편향과 사회정의
강창원 건국대학교 명예교수 | 승인 2020.06.15 15:52

[여성소비자신문]요사이 ‘이 시대의 정의(正義)란 과연 무엇인가?’ 라는 질문이 우리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고 인기있는 토론의 주제가 되고 있다. 국어사전에는 ‘올바른 도리’이며 하버드대학교 샌델(M.J.Sandel) 교수는 ‘미덕을 세우고 공동선 추구’라는데. 문제는 정의의 기준이 정권이나 권력에 따라 바뀌어야 하는가이다.

권력 실세들에게는 국가보조금과 국민 성금을 사익을 위해 쓰는 것, 자식의 대학 입학을 위해서 서류를 위조하는 것, 선거에 불법 개입하는 것, 부정한 뇌물을 받아도 눈감아 주는 것들이 불의가 되지 않는다.

3년 전 문재인 대통령은 그의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할 것이며, 결과는 정의롭고,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을 약속했다. 마치 1971년 롤스(J. Rawls)의 정의론 강의를 듣는 것 같다.

최근 일제 강점기에 일본군에 의하여 강제로 끌려가 가미가제 특공대 위안부로 온갖 수모를 겪다 살아남은 피해자들 가운데 생존해 계시는 92세 이용수 할머니께서 두 번에 걸친 기자 회견을 통해 그간 자신들을 이용하여 사리사욕을 챙겨왔다며 주장했다.

일제 강제동원 태평양전쟁희생자 유족회는 “모 단체를 수십년 동안 할머니들의 눈과 귀를 가린 채 국민을 상대로 사기 친 단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여당 대표를 비롯한 당원은 물론 “보수단체 야당 측이 할머니를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다”, “구순이 넘은 나이에 노욕이 발동했다” 등의 주장이 가해지고 있다..

앞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스스로 사회주의 신봉자임을 자처하며 서울대 법과대학에서 법치주의, 사회정의를 가르쳐 왔으나 피의자가 되었다. 자녀들의 명문대학 입학을 위해 저지른 18건 가량의 문서위조와 비리, 금융투자, 비리 공무원 감찰무마, 울산시장선거 개입 혐의로 기소된 피의자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법무부장관에 임명되었다.

국민들의 저항에 부딪치자 조국 지지자들이 검찰청 앞에 모여 윤석열 검찰총장 타도와 정치개혁 그리고 조 교수 부부의 무죄를 외쳤다. 그 즈음에 공무원 한 사람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드루킹 댓글 조작사건 또한 마찬가지이다. 19대 대통령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위해 김동원(필명, 드루킹)의 주도로 인터넷에서 각종 여론을 조작한 사건이 드러났다.

김동원은 이 사건의 최종책임자로 정권 실세인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지목했다. 그러나 김 지사는 구속에서 풀려났다. 고위직에 있으며 산업계 업체들로부터 뇌물과 편의를 받아온 유재수 전 부산시장은 그의 죄목이 청와대 감찰반에 의해 밝혀졌는데도 오히려 그를 조사해온 공무원들은 질책을 받고 유재수는 영전되었다. 사법부 판사들은 그를 집행유예로 풀어주었다.

황운하는 여당 공천으로 대전에서 국회의원이 되었는데 경찰 신분으로 울산 근무 시 시장선거에 불법개입했다는 혐의로 기소되어 사직 처리도 되지 않는 상태에서 경찰 신분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되는 참으로 희한한 일이 발생했다.

청와대 비서관에서 국회의원으로 입성한 최강욱은 조국의 아들에게 허위로 인턴증명서를 발급해준 혐의로 기소되었다. 열린우리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된 최 의원은 자신을 기소한 검찰을 향하여 “세상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게 해주겠다”고 했다.

이러한 사회정의의 혼란과 갈등은 현 정권의 권력 핵심부에 포진해있는 권력 실세들이 좌파이념에 매몰되어 있는 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우리나라 민주화 운동을 주도한 민주화 세력임을 자처하며 그간 경제성장 과정에서 다소 미진했던 인권과 경제적 평등 실현을 위해 사회주의를 지향하고 있다. 이들에게 정의는 자기편을 보호하는 것이다.

1980년대 이후 엘리트 좌파의 급부상은 유럽에서도 마찬가지이었다. 프랑스 파리 경제대학의 피케티(T. Piketty) 교수에 의하면 유럽에서도 교육수준이 높은 엘리트 좌파(브라만 좌파)들이 사회적 위치를 잃지 않으려고 자산이 많은 엘리트 우파(상인 우파)들과 치열한 권력 투쟁을 해왔다.

우리나라는 물론 서구의 엘리트 좌파들도 모두 권력을 쟁취하려고 한다. 그러나 서구에서는 좌파나 우파나 모두 과정의 공정성과 정직성을 사회정의로 한다. 이는 서구 문명의 기본을 이루는 기독교 교리에서 기인된다.

그러나 우리나라 현 권력에 분포된 엘리트 좌파들은 과거 민주화 운동을 주도했다는 도덕적 우월감에 사로잡혀 있어서 자신들이 하는 것은 무엇이나 옳다는 확증편향(確證偏向, confirmation bias)을 지니고 있다.

영국의 심리학자 웨이슨(P.Wason)이 제시한 확증편향은 자신이 원하거나 믿고 싶은 사안들만 선택적으로 취하고 본인의 생각과 다르거나 반대되는 것은 철저히 외면하거나 기피하는 성향을 말한다.

마치 독일의 히틀러나 괴벨스의 선동으로 확증편향의 덫에 치인 독일인들이 집단 광기에 빠졌고 이것이 곧 세계 대전으로 이어졌던 것과 같다. 우리나라 권력 핵심에 들어있는 엘리트 좌파들의 그릇된 도덕적 우월성이 확증편향이 되어 우리의 아름다운 사회정의가 무너지고 그릇된 이념 갈등에 매몰될 때 우리나라의 장래도 위험에 처한다.

이들이 확증편향으로 인한 아집과 편 가르기를 벗어나 좀 더 보편적이고 세계사적인 넓은 안목을 회복하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우리나라의 경제적 민주국가 발전에 더하여 정직, 자유, 더불어 잘사는 공동선(共同善)을 추구하는 사회정의 회복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대통령의 국정철학에서 말한 사회정의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권력층의 엘리트 좌파들이 확증편향의 늪을 벗어나야 한다.

 

강창원 건국대학교 명예교수  kkucwka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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