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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명숙의 행복한 시 읽기]이혜선 '2020년 천지에 봄은 오는데'
구명숙 숙명여자대학교 명예교수 | 승인 2020.05.26 14:23

[여성소비자신문]2020년 천지에 봄은 오는데
                       
-이혜선-

꽃을 보면 눈물 난다
격리병실 창 너머로 찍었다고
대구에서 그대가 손전화로 보내준 꽃

언제였던가
그대와 나란히 저 활짝 핀 벚나무 아래 걷던 날이
그저 웃고 얘기하며 우리들
함께 모여 마주 앉아 밥 먹던 꽃피는 시간 아래

함께 피어서 더 아름다운 수만 송이 수선화
소복소복 모여 피어나는 제비꽃동무들
너희들은 코로나를 모르니 마스크가 필요없구나
죄 없이 웃고 있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불러들인 인간들의 죄와 탐욕
마스크 하나로 가려지지지 않는 이기심
용서해다오
수선화야 개나리야

박쥐야 낙타야 인수공통감염병을 모르는
너희들아, 죄 없는 이 땅에 오는 새봄아
나의 죄를 용서해 다오
목숨을 돌려다오, 나날의 작은 기쁨들을
돌려다오

-시 해설-

수개월 전 사람에게 침투한 ‘코로나19’가 세상을 온통 혼란으로 몰고 가고 있다. 중국에서 시작 된 코로나19의 습격은 지구상 인류 전체를 대상으로 확산되어 가면서 사회변화의 불안을 극대화하고 있다.

인간의 발목을 잡고 입마개를 씌우고 집안에 콕 박혀 생활하라는 무언의 명령을 내린 것이다. 그에 따라 우리는 ‘나홀로’ 감옥 아닌 감옥 생활을 이어간다.

이혜선 시인의 시 ‘2020년 천지에 봄은 오는데’는 코로나19 사태를 겪는 우리의 마음을 잘 표현해 주고 있는 듯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불러들인 인간들의 죄와 탐욕/마스크 하나로 가려지지지 않는 이기심/용서해다오/수선화야 개나리야”

시인은 인간의 끝없는 욕망이 자연을 너무 많이 훼손하고, 배려 없는 이기심이 너무 오래 자연을 아프게 한 죄를 반성하며 우선 봄꽃들에게 용서를 구한다.

그리고 ”박쥐야 낙타야 인수공통감염병을 모르는/너희들아, 죄 없는 이 땅에 오는 새봄아/나의 죄를 용서해 다오/목숨을 돌려다오, 나날의 작은 기쁨들을/돌려다오“라고 야생 동물들에게도 용서를 빌며 목숨을 돌려 달라고 애원한다. 인수공통감염병이 돌면 인류는 사라지고 말 것이라는 공포감을 내포하고 있는 듯하다.

시인은 인간의 오만함이 지구를 병들게 하고 마침내 인류를 멸망하게 할 것이라는 깨달음으로 인간과 세계,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회복하고 화해하기를 바란다.

또한 평화 속에서 소소한 일상의 기쁨을 누리고 싶은 소망을 전하면서 자연에게 다시 용서를 구하고 있다.

용서와 화해의 의미 속에는 자연과 인간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며, 지구상 모든 나라와 나라 간의 유대를 평화롭고 아름답게 하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 같다.

 

 

구명숙 숙명여자대학교 명예교수  k9350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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