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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 트래픽 규제 소비자법제 시급하다
연기영 동국대학교 명예교수 | 승인 2020.05.15 16:27

[여성소비자신문]최근 글로벌 정보통신 기업에 대한 소비자(이용자) 보호를 위한 방송통신위원회의 규제·조정이 무의미하게 되고 있다. 정부기관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근 트래픽 사건의 문제점은

우선 콘텐츠 제작 기업인 넷플릭스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넷플릭스가 트래픽 관련 망 운용·증설·이용에 대한 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법적으로 확인하기 위한 소송이다.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에 캐시서버 역할로 트래픽 효율적 관리가 가능한 오픈커넥트프로그램(OCA) 무상 설치를 제안했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가 정당한 망 이용대가를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대립되어 왔다.

방통위는 양측의 입장을  답변서로 받아 재정절차를 진행 중이었는데  넷플릭스가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소송을 제기하면 관련법에 따라 재정절차가 중단되는 것을 알고 주무 행정기관인 방통위 규제를 무력화하는 사업자의 태도는 많은 비판을 받는다.

또한 최대 글로벌기업인 구글의 그동안 행태를 보면 얼마나 방통위의 규제를 무시하는지 알 수 있다. 구글은 수차례 시정명령과 과징금 처벌을 받았다. 구글은 2011년 위치정보보호법 16조를 위반, 위법사항에 대해 방통위 시정조치 명령을 받았다. 당시 방통위는 위치 정보 캐시를 암호화하지 않아 단말기에 저장된 캐시 정보를 보호하지 않은 책임을 물었다.

2014년에는 스트리트뷰 서비스를 통한 개인정보를 무단 수집하여  과징금 2억1230만원을 부과하고 이용자 동의 없이 무단으로 수집한 모든 개인정보를 삭제하도록 시정조치 명령을 내렸다.
삭제 과정은 방통위가 확인할 수 있도록 명령했다.

또, 구글 한국 홈페이지에 시정조치 명령을 받은 사실을 공표하도록 했다. 당시 구글은 여러 가지 이유를 대면서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여 문제 확인부터 해결까지는 3년이란 세월이 소요됐다.

2018년 외신 보도를 기반으로 이용자 지메일 내용을 외부 업체에 제공했다는 의혹, 위치정보 무단 수집 의혹에 대한 방통위 입장 요구에도 구글은 “다른 어떤 목적을 위해 저장하거나 사용한 바 없다”는 주장만을 반복하며 무시하고 있다.
 
입법 미비로 소비자피해 발생하기도
 
통신망과 트래픽의 메카니즘 속에서 소비자(이용자)의 피해가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서 알기 위해 페이스북 소송사건의 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문제의 발단은 인터넷 이용자들의 불만을 통해 사건이 발생하였다.. 2016년 12월, SK브로드밴드(SKB)에 “페이스북 속도가 너무 느리다”라고 문의하는 가입자 수가 평소에 비해 10배 이상 늘었다.

LG유플러스도 비슷했다. 하루 0.2건이던 불만건수가 34.4건으로 폭증했다. 두 회사의 조사 결과 일부 이용자들의 페이스북 접속 경로가 바뀌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SKB의 경우, 홍콩을 경유해 오던 트래픽이 국제망으로 우회하게 되었다. LG유플러스는 한국의 KT 인터넷데이터센터(IDC)에서 오던 트래픽 출발 지점이 홍콩·미국 등 해외로 바뀌었다.

이 두 회사가 페이스북에 문의한 결과 “귀 회사의 망에 페이스북의 캐시 서버(cache server)를 구축하면 해결된다”는 답변만 날아 왔다. 그러나 두 회사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대신 비용을 들여 국제전용회선 용량을 늘리고, 방통위에 페이스북의 행위가 전기통신사업법을 위반했다며 조사를 요청했다.

페이스북은 2017년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망 접속경로를 기존 KT에서 해외로 아무런 통보 없이 변경했다. 그 당시 페이스북 응답속도가 평소보다 몇 배나 느려져서 소비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이에 대해 방통위가 페이스북 접속경로 무단변경에 대한 실태점검·사실조사에 돌입한 뒤 접속경로를 기존 KT로 원상 복구했다. 그러나 방통위는 무단 변경의 고의성 등을 고려, 과징금과 시정명령 제재 처분을 내렸다.

방통위는 2018년 3월 접속경로를 임의로 변경해 고의로 소비자(이용자) 접속속도를 저해한 페이스북에 시정명령과 업무처리 절차 개선, 과징금 3억9600만원을 부과했다.

페이스북은 행정소송을 통해 방통위 징계에 강력 반발했다. 페이스북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지난해 8월 1심에서 승소했고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1심 판결문을 보면 법원은 엄격하게 법조문을 해석하였다. 즉, 해외 콘텐츠사업자(CP)가 인터넷 접속경로(라우팅)를 변경해 서비스 품질을 변경 한 것 자체는 현행 법률상 구체적인 규제 조항이 없으므로 불법이 아니라고 해석했다.

법원은 페이스북 접속경로 변경으로 인한 속도 저하 현상 등 이용자 피해를 일부 인정하면서도 법률상 해외  콘텐츠 사업자의 서비스 품질관리 책임을 규정한 조항이 없다는 점을 이유로 페이스북의 손을 들어줬다.

즉, 현행 법령상 콘텐츠사업자는 네트워크 품질을 일정 수준 이상 보장해야 할 의무 또는 접속경로를 변경하지 않거나 변경 때 미리 특정 인터넷제공사업자(ISP)와 협의를 해야 할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판결이었다.

이 판결로 인해 글로벌 거대 해외 콘텐츠사업자들이 망 사용에 있어 불공정 행위를 하더라도, 입법미비로 인해 이를 막을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논쟁의 핵심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이용자가 페이스북에 접속하는 메커니즘을 알아야 한다. 페이스북 본사는 미국에 있다. 미국과 캐나다 이외의 나라는 아일랜드 지사가 담당한다. 아일랜드의 페이스북 서버에 접근하는 ‘길’이 망이라면, 망을 타는 정보의 ‘흐름’이 트래픽이다. 물리적 거리와 트래픽 양 탓에, 한국에서 바로 해외 서버에 접속하면 속도가 느려진다.
 
트래픽 소비자보호 입법이 필요하다

 
첫째, 방통위의 행정규제를 강화하는 입법적 조치가 필요하다. 현행법으로는 .방통위가 금지행위로 사후규제를 하는 기관일 뿐이다. 주로 기간통신사업자와 부가통신사업자의 이용자 불공정 행위에 대한 규제를 담당, 역할이 제한적이다.

글로벌 기업 조사 실효성 확보를 위한 법·제도를 강화해야 한다. 국회 조사결과, 방통위가 페이스북과 구글 등 글로벌 기업 개인정보 침해사건 조사과정에서 기초 자료를 받는 데만 6개월 이상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자(소비자)의  불편을 초래하고 시장을 왜곡시켜 불공정한 행위를 하는 사업자를 좀더 강력히 규제해야 한다. 망 사업자와 콘텐츠 사업자의 협상력 균형이 깨진 상황에서 거대 콘텐츠 기업은 향후에도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이용자들을 볼모로 실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에 정부가 강력히 개입해 이를 바로잡는 것이 공익에 부합할 것이다.

둘째, 글로벌 콘텐츠사업자(CP)에 소비자에게 서비스 안정성을 유지할 의무를 부과하는 입법조치가 시급하다. 현재 국회에 논의되고 있는 “글로벌 콘텐츠사업자의 역차별을 해소하는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보완하여 21대 국회에서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

국내 통신망을 이용하는 넷플릭스 같은 콘텐츠 사업자(CP)에 ‘서비스 안정성 유지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법안의 골자다. 국내에서 돈을 벌면서도 망 이용료를 내지 않는 해외 콘텐츠사업자들이 세금 등 돈을 내게 만들고, 현재 망 이용료를 내고 있는 국내 CP에 대한 역차별을 해소한느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해외사업자라도 기준에 맞다면 서비스 안정수단을 확보하고 이용자 요구사항을 처리할 수 있는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 국내에 주소 또는 영업소가 없더라도, 일정 기준에 해당한다면 이용자 보호 업무 등을 수행하는 국내대리인을 지정해야 한다.

이 개정안은 국내에 주소 또는 영업소가 없는 부가통신사업자(글로벌CP)도 사업 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을 초과할 경우 국내 대리인을 지정하도록 명시했다. 국내 대리인 핵심 역할은 이용자 보호 업무다. 글로벌 CP의 실질적 국내 소통 창구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향후 이 입법안에는 글로벌CP가 불합리하거나 차별적 조건을 강요하거나 협상을 부당하게 거부하는 경우를 금지행위에 포함시키는 내용이 추가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국내대리인 지정 등과 관련해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 장치도 필요하다. 실질적 규제 수단을 확보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연기영 동국대학교 명예교수  yeunky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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