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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부부의 세계'를 통해 본 복수극에 휘말린 자녀
김혜숙 백석대학교 교수/가족상담사 | 승인 2020.05.15 16:07

[여성소비자신문] JTBC의 드라마 ‘부부의 세계’가 최고의 시청률을 보이며 화제다. 원작인 ‘닥터 포스터’의 작가 마이크 바틀렛은 부부라는 것이 도자기처럼 얼마나 깨지기 쉬운 연약한 관계이고 애증의 관계인지 부부의 인연 또한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랑으로 시작된 부부관계는 유일한 ‘애정의 창조물’로 자녀를 탄생시키는 숭고한 관계였다가 어느 순간에는 부모가 ‘권력의 횡포’로 인하여 자녀를 이용하기도 하는 미성숙한 부부관계로 바뀌기도 한다.

‘부부의 세계’에서 이태오는 사랑의 욕망을 쫒는 본능적이며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인물이다, 유부남이었지만 여다경(한소희)의 유혹에 곧바로 넘어가 사랑을 나누고 우여곡절 끝에 결혼 한 후에는 “사랑이 결혼이 되는 순간 모두 똑같아졌다”며 식상한 사랑을 다시 또 과거의 아내에게로 가서 확인하고자 한다.

지선우가 자기를 원한다고 착각하며 자신의 존재가치를 느끼고 싶어 한다. 전 부인에게 “지금도 나한테 안기고 싶어 죽겠지 않냐"고 소리치며 감정적인 곡예를 타는 이태오의 사랑은 분명 나르시시즘적이고 분열적이다.

또한 자기를 돈으로 협박하는 남자를 죽이기까지 하는 공격적이고 충동적인 행동들은 초자아의 병리에서 유래한다. 감정은 매우 폭발적인 힘이 있어서 분열을 초래하고 자기와 타인에 대하여 파괴적이 되기도 한다.

반면 아내 지선우는 철저히 계획적이며 사고적이다. 부부는 서로 다름이 매력으로 다가와 결혼하게 된다. 마치 부족한 자신의 반쪽을 만나 온전해지고 싶은 깊은 열망 때문이다. 불륜의 남편을 둔 아내는 배신과 분노의 감정 때문에 맞불륜으로 되갚는다는 심리가 그대로 적용된다.

지선우는 지인의 남편인 손제혁(김영민)과 불륜을 저지르고 그를 통해 남편의 회계 관련 정보들을 빼내는 매우 치밀하고 주도적이라고 할 수 있다. 지선우는 결혼생활이 얼마나 착각이었는지도 빨리 판단한다 “나 한테 결혼은 착각이었지. 결혼이 내 울타리, 내 안정적인 삶의 기반, 온전한 내 것이라고 믿었으니까!”

아들마저 잃을까 두려운 지선우는 남편의 복수를 위해 철저히 아들 준영이도 이용하는 치밀하고 지능적인 엄마다. “아빠는 엄마를 배신한 거지, 나를 배신한 건 아냐!”라고 아버지에 대하여 다른 입장을 보인 아들에게 “너도 아빠랑 더 이상 살수 없어”, “아빠에게 아이가 생겨서 너도 더 이상 필요 없다고!” 하고, 마지막에는 죽을 힘을 다해 “너 아빠한테 가면 엄마 죽어!”라고 협박까지 한다.

위기의 갈림길에서 자신의 생존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선우는 아들이 아버지에 대한 일말의 애정마저도 냉정하게 잘라버리고 아버지를 자기처럼 증오하도록 만든다. 결국 아들은 생존하기 위해서는 엄마 편이 될 수밖에 없다.

부부관계는 공평하게 주고받기를 잘 해야 하는 관계다. 누군가 완패를 당하거나 완승을 해서는 안된다. 부정적인 감정들은 고스란히 힘없는 자녀에게 그대로 전이된다. ‘부부의 세계’에서 불륜을 저지른 남편 이태오는 이혼과정에서 지능적이고 치밀한 지선우에게 폭력행위자로 완전 패를 당한다.

양육권 다툼에서 지선우는 아들을 평생 볼 수 없을 것처럼 남편을 협박하여 폭력을 유도한다. 결국 남편은 부인의 의도 대로 폭력의 행위자가 되어 아들의 양육권은 엄마에게 가고 면접교섭마저 제한당하게 된다.

평생 아들 볼 생각도 말라며 남편을 배제시키고 밀어내는데 성공한다. 상처받은 배우자에게 상처를 되돌려주고 싶어 아이를 이용해 조정하고 압박하는 “부모따돌림”을 하는 것이다. 이건 자녀의 인생을 망치게 하는 지름길이 된다.

아버지에 대한 죄책감과 엄마에 대한 충섬심 때문에 아들은 편치 못하고 무거운 심리적인 갈등을 초래한다. 이런 심리가 학교생활에서는 도벽이나 물건파손, 거짓말로 애정의 박탈이라는 것을 행위로 보여준다.

이태오는 2년 후 나타나 전 부인을 보복하고 싶은 욕망에 불타오르고 전 부인의 병원 부원장 자리마저 밀어내려고 꾸미는 유치한 성인아이다. 이런 부모들 사이에서 아들은 누구에게도 안정감을 가질 수 없다.

“나는 누구도 나를 필요로 하지 않아”, “차라리 태어나지 말았어야 해”라고 느끼게 된다. 사랑받지 못하면 자신의 존재가치의 이유가 없어지고 살 이유도 없다고 생각하여 자해나 자학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자녀는 부모의 사랑과 관심 애정을 먹고 살아야한다. 그런데 ‘부부의 세계’처럼 자녀가 부부들의 복수극에 휘말리게 되면 자녀는 부모의 사고, 행동방식을 자연스럽게 내면화하고 정서적인 혼란상태에서 자기정체감을 형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혜숙 백석대학교 교수/가족상담사  kimhyeso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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