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고승주기자] 통신사들은 올해 하반기 말부터 LTE-A 서비스를 단계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LTE-A는 기존 LTE보다 두 배 빠른 서비스다.

속도가 빨라지게 된 것은 기술이 발전해서가 아니다. LTE-A는 구분 차원에서 LTE 뒤에 -A를 갖다 붙인 것이지 기본적인 기술 프로세스와 개념은 현용되는 LTE와 똑같다.

그렇다면 속도가 빨라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차(통신속도)가 잘 달리려면 엔진(LTE서비스)도 중요하지만, 우선 도로(주파수)의 너비(대역폭)가 넓어 차량이 막히지 말아야 한다. 현재 통신 3사가 LTE용으로 쓰는 도로의 너비는 10~20MHz에 불과해 엔진은 LTE급이지만 실제 속력은 엔진 성능의 절반에 불과하다.

그런데 오는 8월 정부가 경매로 파는 도로들은 현재 운용하고 있는 도로들의 두 배 너비(35~40MHz)로 LTE급 엔진이 본 속력(이론상 기본속도 100Mbps)을 낼 수 있게 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제대로 된 LTE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도로의 너비 확보가 ‘꼭’ 필요하다.

쟁점은 대역폭 15MHz짜리 1.8GHz주파수다. 정부가 주파수경매방법으로 제시한 세 번째 안건에 따르면 정부는 40MHz짜리 둘에 35MHz짜리 하나, 그리고 15MHz짜리 하나, 총 네 개의 도로를 팔게 돼 있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35MHz나 40MHz짜리 도로에 끼인 15MHz짜리 도로는 생뚱맞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15MHz짜리 도로가 KT로 넘어가면 이야기는 180도 바뀐다.

정부로부터 주파수 대역(도로)을 사오면, 각 통신사는 실제 통신을 할 수 있도록 땅을 다지고 아스팔트를 깔고 차선을 그려야 한다. 이유는 정부가 파는 주파수는 당장 쓸 수 있는 게 아니라 도로를 깔 수 있는 땅을 파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통신사들은 도로공사를 해야 하며 공사하는 도로의 너비(대역폭)가 넓으면 넓을수록 시간과 돈이 많이 들어간다.

그런데 정부가 3안을 통해 팔려고 하는 1.8GHz 대역 15MHz폭 바로 옆에는 KT가 LTE용으로 쓰고 있는 20MHz폭의 도로가 있다. 만일 KT가 이 15MHz짜리 도로를 할당받는다면 타사가 40MHz짜리 도로를 까느냐 땅을 엎고 있을 때 KT는 15MHz짜리 도로확장공사만으로 타사보다 두 배 빨리 ‘두 배 빠른 LTE서비스’를 소비자들에게 팔 수 있다.

업계는 이러한 ‘빠름’이 KT에게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준다고 말하고 있다.

LG유플러스 측 자료에 따르면 KT는 단순공사비용만으로도 타사보다 수 조원의 돈을 아낄 수 있고, 공사기간으로도 최소 2년 빠르다. 경쟁사 측의 자료라 전적으로 믿을 수 없지만 SKT, LG유플러스, 방통위, 심지어 KT조차도 KT가 일정기간 동안 앞설 것이란 것에 서로 동의하고 있다.

우려되는 것은 보조금 경쟁이다.

현재 통신 3사의 LTE 마케팅의 핵심은 ‘남보다 빠르게, 남보다 넓게’다. 남보다 앞선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투입되는 광고비와 보조금은 연간 수조원에 달한다.

통신 3사가 과당경쟁으로 각각 수일에서 수주 간 영업정지를 받았을 때, 각 통신사들은 타사가 영업정지 된 틈을 타 더 많은 보조금을 뿌렸고 방통위는 추가 제재를 결정할 수 밖에 없었다.

단 며칠, 몇 주를 가지고도 하루에 억단위의 돈을 퍼붓는 국내 통신업계에서 KT가 타사보다 두 배 빠른 LTE서비스를 1~2년 앞서 출시한다는 것은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예상케 한다.

양종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KT가 이 주파수 대역을 확보하면 확실한 경쟁 우위에 서게 되는 건 분명하다”고 전했다.

양 연구원은 “(어지간히 운영을 못해도) 최소한 뒤지지 않는다”고 평했는데 한국통신의 후신인 KT가 이를 운영 못할 리 없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계륵에 명운을 건 SKT와 LGU+

SKT와 LG유플러스로 초점을 맞춰 보면 1.8GHz 대역 15MHz짜리 주파수는 그야말로 한국 통신사상 최고의 계륵 중의 계륵이다. 먹자니 쓸모없고, 안 먹자니 회사를 위태롭게 하는 최고의 악수다. KT입장에서 이 도로는 ‘저건 꼭 사야 해!’ 정도지만 SKT와 LG유플러스에게는 ‘죽어도 고, 못 먹어도 고!!’가 될 수 밖에 없다.

그나마 전체 시장의 절반 가량의 시장 점유율을 보유한 SKT 측은 “해당 주파수가 특혜이긴 하지만 최선을 다해 공정한 입찰을 하도록 하겠다”며 비교적 여유로운 입장을 밝혔지만, 점유율이 전체시장도 아닌, 타사의 3분의 1정도 밖에 안 되는 LG유플러스는 “저거 KT가 가져가면 우리 회사 망한다”며 침통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방통위가 이런 통신사들의 속사정을 몰랐다면 그것은 거짓말이다. 이미 언급했지만 통신 3사가 골고루 가져갈 폭 넓은 도로가 없는 것도 아니거니와 방통위가 KT의 우세를 예상 못한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 KT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한 주파수를 매대에 올려 놓은 것은 두 가지 예상을 가능케 한다.

첫 번째는 KT에 대한 특혜, 두 번째는 20MHz폭에 대한 SKT와 LG유플러스의 상회입찰 경쟁을 강요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두 번째의 경우 상당한 신빙성이 있는데, 35~40MHz짜리 도로 셋만 통신 3사에 팔면 공급대비 수요 곡선이 정확하게 맞아 들어 가격경쟁이 그다지 벌어지지 않지만, 여기에 KT에만 압도적으로 유리한 1.8GHz 대역 15MHz을 넣으면 이 지점을 둘러싼 치열한 매입경쟁이 벌어지게 된다. 의혹의 진위성이 어떻든, 결과적으론 수천에서 수조 단위의 막대한 베팅이 걸린 일인 것이다.

물론 방통위는 절대로 이러한 속내는 없다고 말한다. 방통위 관계자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제안된 것이며 아직 확정된 것은 없기 때문에 공정성을 따질 수 없다”고 전했다.

현재 주파수 매각 건은 방통위에서 떠나 미래창조과학부로 넘어간 상태다. 미래창조과학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특명으로 신설된 부서인데다가 박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대변하는 부서 중 하나다. 당연히 넉넉한 재원은 꼭 필요하다.

미래창조과학부는 15MHz짜리 주파수경매 문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고승주 기자  sj.go@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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