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좋은 것 무량

     

김남조

 

하늘은 높디높고
흰 구름과 푸르른 산들
음악 넘치고
바람 여럿 오가는구나
나누어도 나누어도 남는구나
닫힌 문 옆에
열린 문 있구나
하느님이 함께 계시는구나

 

-시 해설-

 

행복은 어디에 있을까? 행복을 으뜸으로 추구하면서도 끝내 행복을 모르는 인생이 얼마이랴! 생각하기에 따라 행복의 온도가 다르고,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사물의 미추(美醜)가 다르다 하지 않던가.

삶이 굴곡지고 힘겨워도 그 고통을 씻어주는 즐거움이 있기에, 때로는 그네를 타듯 균형을 잃지 않고 높이 날아오를 수 있는 것 같다. 비록 가진 것을 다 잃었다 할지라도 꼼꼼히 찾아보면 분명 남아 있는 것들이 있을 것이다.

그에 감사하며 그들을 의지하며 새로운 기쁨을 창조해 낼 수 있다. 93세가 된 김남조 시인이 마지막 시집이라면서 펴낸 열아홉 번째 시집 ‘사람아, 사람아’를 읽다가 ‘좋은 것 무량’이라는 시편에 그만 마음이 붙잡혔다.

“하늘은 높디높고/흰 구름과 푸르른 산들/음악 넘치고/바람 여럿 오가는구나“ 시인은 맑고 높은 하늘, 흰 구름, 푸른 산이 그 자리에 있고 자연의 음악 소리에 바람이 넘나드는 자유, 그 풍요로움에 새삼 감격한다.

이 아름다운 세상에서 무엇을 더 가지려 할 것인가? 자연이 우리를 놓아주지 않는다면 그 누구도 행복할 수 없을 것이다. 지구가 인간을 구속하고 황무지로 변해버린다면 우리는 존재조차 사라질 것이다.

시인은 태어나서부터 누리는 자연이 주는 많은 무상의 혜택을 상기시킨다. 갈수록 욕망으로부터 눈은 어두워지고 마음이 황폐화되어가는 세태를 바라보며, 시인의 깊은 인생은 말없이 한 마디를 던진다. 

“나누어도 나누어도 남는구나/닫힌 문 옆에/열린 문 있구나”

이 독백은 필요한 만큼만 가지며 나누는 삶, 진실한 자신의 삶을 살라는 메시지로 들린다. 겸손과 여유와 사랑으로 살아가면 행복이 온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70여년 시를 써오면서 안개 낀 삶을 겹겹이 걷어내야만 마침내 보고 느낄 수 있는 경지를 나타내고 있는 구절이다. 나누고 또 나누는 삶이 ‘남는 삶’이라는 깨달음을 독자들에게 나누어 주고 있는 것이다.

또한 곧바로 나갈 앞문이 닫혀버리면 그 옆에 열린 다른 문을 찾아 나서라는 지혜로운 삶을 일깨워 주고 있다. 그리고 인간의 힘만으로는 살아 갈 수 없는 신의 섭리를 염두에 두고 “하느님이 함께 계시는구나” 믿음으로 영적인 삶 속에서 평안과 기쁨을 느끼는 아름답고 균형 있는 삶을 살아가며, 진정한 자신을 만나라고 나직이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