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이재용 부회장’호 삼성그룹이 내달 1일 출범 2년을 맞는다. 국내외 현장 경영에 활발하게 나서며 실적 향상을 이끌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사법리스크, 코로나19 펜데믹에 따른 불황이 숙제로 꼽힌다.

‘현장행보’ 리더십 보인 이재용...삼성종합기술원·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해외공장 주로 찾아

2018년 5월 공정거래위원회 대기업 집단 동일인 변경(이건희→이재용)으로 공식적으로 삼성 총수에 오른 이 부회장은 그간 수차례 국내외 사업장을 찾았다.

이 부회장은 3월 중순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과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을 찾고 며칠 지나지 않아 수원 삼성종합기술원 등을 방문했다.

2월 20일에도 화성 반도체사업장을 방문해 극자외선(EUV) 전용 반도체 생산라인을 직접 살펴봤으며 지난 3일에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이어 발생하며 차질을 빚기도 했던 경북 구미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을 방문했다.

같은 달 27일에는 브라질 북부 아마조나스 주에 위치한 삼성전자 마나우스 법인을 찾아 생산라인을 둘러보며 임직원들을 격려하면서 글로벌 현장경영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지난 1월 2일에는 새해가 되자마자 화성 사업장 내 반도체연구소에 방문해 3나노 공정기술을 공유하고 차세대 반도체 전략에 대한 논의를 나눈 바 있다.

이 부회장은 현장 행보에 나설 때마다 주요 임원진과 간담회를 갖고 ‘시스템 반도체 시장 1위 목표 달성’, ‘코로나19 위기 극복’등을 독려하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마나우스 공장 방문 당시에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힘은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에서 나온다”고 강조했고, 지난 2월 EUV반도체 라인을 방문해 “지난해 우리는 이 자리에 시스템반도체 세계 1등의 비전을 심었고, 오늘은 긴 여정의 첫 단추를 꿰었다”며 “이곳에서 만드는 작은 반도체에 인류사회 공헌이라는 꿈이 담길 수 있도록 도전을 멈추지 말자”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달 삼성종합기술원 방문 당시에는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미래를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국민의 성원에 우리가 보답할 수 있는 길은 혁신이다”며 “한계에 부딪혔다 생각될 때 다시 한번 힘을 내 벽을 넘자”고 당부한 바 있다.

코로나19 펜데믹과 관련해서는 마스크 등 물품지원에 더해 경제 위기 상황에서의 리더십을 기대하는 시선도 모였다.

지난 27일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는 “지난 1월 26일부터 4월 25일까지 최근 3개월동안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연관어총 123만805건을 조사한 결과 이재용 부회장 연관어 톱30 가운데 1위는 '코로나19(신종 바이러스 등 포함)'로 총 2만3145건”이라고 밝혔다. 앞서 삼성은 지난달 ▲국내 마스크 제조 중소기업 생산량 증대 지원 ▲국내 마스크 공급 확대를 위한 긴급 지원에 나섰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이 가운데 이 부회장을 둘러싼 법률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9일 검찰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의혹 등을 수사하며 이영호 삼성물산 대표와 고한승 삼성 바이오에피스 대표를 조사했다. 검찰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주식교환 비율을 산정 과정에서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강화를 위한 분식회계 작업이 이루어졌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이르면 다음달 안으로 삼성그룹과 관련된 수사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수사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면 이 부회장에 대한 조사도 이뤄질 전망이다.

이에 더해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삼성 경영권 승계' 의제와 관련해 이재용 부회장이 과거 총수 일가의 그룹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준법의무를 위반하는 행위가 있었던 점을 반성하고, 향후 이와 관련한 준법의무 위반이 발생하지 않을 것임을 국민에게 공표하라고 주문한 상태다. 삼성 측은 내부적으로 성실한 답변 준비에 돌입했으며 이를 위해 답변 기한을 5월 11일로 연장했다고 밝혔다.

삼성 준법감시위는 외부 독립기구로 앞서 이재용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형사2부(부장판사 정준영)의 “삼성그룹 전반의 준법체계를 감시할 제도 마련” 주문에 따라 만들어졌다.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은 현재 서울 고등법원에서 진행중이다. 다만 검찰이 '편향 재판' 등을 이유로 파기환송심 재판부를 바꿔 달라며 대법원 판단을 구하고 나선 만큼 지난 1월 멈춰선 이후 공백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재계에서는 삼성그룹을 예의 주시하는 시선이 이어지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발 경제 위기가 점차 악화되는 가운데 한국 경제를 이끌고 있는 삼성그룹이 안정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며 "특히 2분기 경영악화, 실적 타격이 어느 정도 예견된 상태에서 이 부회장과 주요 경영진을 둘러싼 법률리스크로 경영공백이 발생한다면 여파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재용 2년’ 앞두고 삼성전자 1분기 실적 발표

한편 삼성전자는 이날(29일) 올해 1분기 실적을 공개했다. 1분기에는 코로나19 발 경제 쇼크 영향이 제한적이었지만, 2분기 부터는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2020년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55조3300억원, 영업이익 6조4500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고 29일 발표했다.

1분기 매출은 디스플레이, 가전 비수기와 일부 코로나19 영향으로 전분기 대비 7.6% 하락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서버와 PC용 부품 수요 증가 등으로 5.6%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4% 늘었으며, 전분기 대비로는 9.9% 하락했다.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메모리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매출 감소와 동일한 요인의 영향으로 7000억원 감소했으나, 전년 동기 대비로는 무선 제품믹스 개선과 중소형 OLED 고객 다변화 지속 등으로 2000억원 증가했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반도체 부문은 메모리의 경우 서버와 PC 중심의 수요가 견조한 가운데 모바일 수요 지속 등으로 전분기 대비 이익이 개선됐다. 시스템 반도체는 주요 고객사 모바일용 부품 공급 확대로 이익이 증가했다.

디스플레이(DP) 부문은 비수기 영향으로 중소형 패널은 전분기 대비 이익이 줄었으나, 대형 패널은 판가 하락폭 둔화로 적자폭이 다소 축소됐다.

스마트폰 사업을 맡는 IM 부문은 분기말 코로나19 글로벌 확산 영향으로 판매량이 감소했으나, S20 등 플래그십 출시에 따른 제품믹스 개선과 효율적인 마케팅비 집행으로 전분기와 전년 동기 대비 이익이 증가했다.

TV와 가전을 담당하는 CE 부문은 비수기와 코로나19 영향으로 전분기 대비 실적이 감소했다. 하만 부문은 유럽 내 공장의 이전 관련해 1회성 비용의 영향을 크게 받으며 전분기 대비 실적이 하락했다.

1분기 시설투자는 약 7조3000억원으로 사업별로는 반도체 6조원, 디스플레이 8000억원 수준이다. 메모리는 기존 계획대로 증설과 공정전환 투자를 지속하고 있으며, 파운드리는 EUV 미세공정 수요 대응을 위한 증설을 중심으로 투자가 집행됐다.

삼성전자는 1분기 환영향 관련해 달러와 유로화 강세로 부품 사업 중심의 긍정적 영향이 있었지만, 주요 성장 시장 통화가 원화 대비 약세를 보이며 전체 영업이익에 대한 환영향은 미미했다고 설명했다.

1분기는 비교적 선방한 실적을 내놨지만, 2분기는 주요 제품 수요에 대한 코로나19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실적 하락이 예상됐다.

삼성전자는 부품 사업의 경우 메모리는 서버와 PC 수요가 지속 견조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모바일 수요 둔화 리스크가 상존한다고 진단했다. OLED는 스마트폰 시장 침체에 따른 실적 약세를 예상했다.

세트 사업은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위축과 매장 폐쇄, 공장 가동 중단 영향으로 주요 제품의 판매량과 실적이 큰 폭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만은 글로벌 자동차 공장의 일시적인 가동 중단 영향 속에 실적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분석했다.

이날 실적발표 이후 이어진 콘퍼런스콜에서는 하반기 메모리 반도체 시장과 관련해 "코로나19 영향이 가장 크게 나타난 모바일 수요 회복 여부는 팬데믹 확산 추이, 소비심리 회복 등 지속 확인해 판단해야 한다"며 "매크로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현재 연간 가이던스를 제공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을 내놨다.

디스플레이 사업과 관련해서는 "중소형 디스플레이사업은 코로나 영향으로 수요 회복 불확실성이 상존한다. 시장 변화에 신속 대응할 체제 구축해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대형 디스플레이사업은 LCD 라인의 축소가 진행되고 있지만, 고객사 수요에 차질 없이 대응하고 신기술 기반 제품 개발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각 사업부문에 대한 철저한 대응으로 실적 방어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부품 사업의 경우 메모리는 미세공정 전환을 통한 기술리더십과 원가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OLED는 신제품 수요에 적극 대응하면서 신규 응용처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세트 사업은 소비자 경험을 한단계 개선할 혁신 제품 준비를 지속하며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무선은 폴더블과 노트 신제품 및 중저가 5G 확대 등 라인업 강화를 적극 추진할 예정이며, 네트워크는 5G 사업 강화를 위한 기술과 글로벌 역량 제고에 중점을 둘 방침이다. CE 부문은 국가별 시장상황을 고려한 효율적인 마케팅과 프로모션에 나선다.

한지안 기자  hann923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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