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북해에는 청어가 많이 난다. 냉장설비가 없던 옛날에 이 청어를 수요가 많은 런던에 산 채로 운송해야 높은 값을 받는데 대부분 운송 도중 죽거나 신선도가 떨어져 제 값을 못 받고 있었다. 헌데 어떤 운송업자는 싱싱한 상태로 갖고 와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었다. 그 비밀은 청어를 운송하는 수조에 메기 한 두 마리를 넣어 옮기는 것이었다. 이 메기가 오는 도중 청어를 잡아 먹으려고 쫓아다니게 되고 청어는 살려고 기를 쓰고 도망다니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고 싱싱한 상태로 높은 값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미꾸라지만 모여 사는 연못의 미꾸라지는 탄력이 없고 느슨하여 맛이 없으나, 메기와 함께 사는 연못의 미꾸라지는 항상 움직여 살이 탄력 있고 건강하여 맛이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 이론이 바로 메기효과(catfish effect), 메기이론이다. 조직에 긴장을 주고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적절한 위협과 자극이 필요하다는 기업경영 이론으로 자주 등장한다. 메기이론은 기업경영의 조직론 뿐만 아니라, 경제학의 시장론에도 적용된다. 경쟁자가 시장을 건강하게 하는 것이다.

금융위원회가 17일 GFMI손해보험의 보험업을 인가했다. GFMI손해보험은 그린손보 계약을 이전 받아 영업을 개시한다. 우리나라 보험회사는 전부 그룹사 소속이다. 생명보험 이나 손해보험회사 모두 그렇다. 그룹사가 아닌 작은 기업이나 개인이 보험업인가를 신청하면 절대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 GFMI손해보험도 새마을금고가 대주주로, 신규면허를 내주지 않고 그린손보 인수조건으로 허가해 준 것이다. KDB생명인수도 비슷한 케이스였다.

금융사를 관리감독하는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이 관리감독의 잘못을 책임지지 않고 부실화된 금융사를 떠넘겨 책임을 피해나가는 전법을 쓴다. 절대로 신규면허는 그대로 내주지 않는다. 새로인가 해주는 대신 부실화된 금융사를 비싸게 인수시킨다. 그렇게 하고 공무원들은 감독부실의 책임에서 빠져나간다.

그렇게 되면 새로 인수받은 회사는 부실을 막기 위해 쓸데없는 자금을 투여하게 되고, 이를 벌충하기 위해 소비자들로부터 비싼 보험료나 이자를 받게 되고 결국 또다시 소비자들이 외면하게 되며 부실화되고  인수합병을 되풀이 하게 된다. 그런 부실 금융사를 노리는 것이 사모사채 등 투기성 펀드(FUND)들이다. 이들은 일단 인수한 후 가치를 부풀려 뻥튀기 하고 값을 올려 되파는 것이 목적이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그들에게 부실 금융사를 넘겨준다.  
 
보험시장은 생보사 22개, 손보사 11개의 독과점 체제다. 이들은 협회를 중심으로 이익을 챙기기 위해 똘똘 뭉친다. 상품도 이익이 나면 계약자에게 돌려주는 유배당 상품이 아니라, 이익을 주주가 100% 전부 다 가져 가는 무배당 상품만 판다. 보험상품의 예정이율과 공시이율을 담합해서 소비자들로부터 보험료를 더 받거나 이자를 덜 쌓아서 17조원이라는 엄청난 피해를 소비자에게  입혔다. 게다가 최근에는 변액보험 수수료율을 담합해 공정위로부터 과징금과 검찰 고발까지 당했다.
 
이들 보험사들은 전부 주식회사로 주주의 최대 이익이 목표이기 때문에 죽자 사자 기를 쓰고 이익만 쫓는다. 담합하면 수 조원씩 이득을 볼 수 있는데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보험회사의 기본 틀은 계약자가 주인인 상호회사 형태인데, 우리나라는 이런 형태의 보험사가 없기 때문에 더하다. 세계 어디가나 상호회사가 있는데 우리나라만 없다. 이런 형태 역시 인가를 안 내준다. 진입을 정부가 막고 현재 사업자를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독과점 체제인 보험산업에 담합이 횡행하고, 보험료가 비싼 것이다. 여기에 메기를 풀어 놓아야 한다. 세계적으로 24%가 협동조합의 공제 상품 실적이다. 우리나라는 이를 원천적으로 막아 놓고 있다. 우리나라 보험의 원시적인 형태가 상호부조 정신의 계나 두레이고, 이를 현대적으로 구현한 것이 협동조합의 공제인데 이를 못하게 하는 것이다. 상호회사도 허가해 주고, 협동조합에서도 마음대로 공제사업을 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시장이 건강해진다. 지금 시장에는 미꾸라지만 있어 살만 찌고 비실비실하다. 작은 메기라도 풀어 놓아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경쟁이 되고, 담합이 사라진다.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를 주창하고 있다. 창조경제가 무엇인지에 대해 갑론을박 논쟁이 심하지만, 정부는 "창의성을 핵심 가치로 산업과 산업이 융합하고 산업과 문화가 융합하여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여기 해당되지 않는 것이 무엇일까 싶을 정도로 그 의미가 불명확하다. 이에 청와대는 “창의적 상상력을 가지고 산업이나 문화를 융합하여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창출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정부는 규제를 합리화하고 금융, 조세를 지원하고, 공정·경쟁 환경과 제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뜻은 좋다. 문제는 그것이 박근혜 대통령의 구두선이나 구호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창조경제는 공무원들과는 전혀 상관없다. 여전히 복지부동이다. 그게 뭔지, 그것과 나와는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소비자생활협동조합에서는 조합원을 위해 공제사업을 할 수 있도록 법에 명시되어 있다. 이 공제를 하겠다고 작년 하반기에 신청했으나, 7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아무런 응답이 없다. 그것도 공정거래를 관장한다는 부처가 그렇다. 거창한 창조경제가 아니라 공·정· 거· 래 라도 해야 할 것이 아닌가?

조연행 상임대표  금융소비자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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