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두산그룹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최종 자구안을 제출했다. 산은과 수은은 이를 수용하고 두산중공업에 대한 추가 자금지원 검토에 본격적으로 들어갔다. 금융권에서는 8000억원 안팎의 추가 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룹이 제출한 자구안에는 두산중공업의 독자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사업개편 방향과 계열주 및 대주주 등 이해당사자의 고통분담 노력 등이 포함됐다. 자산매각, 제반 비용 축소 등 자구노력을 통해 3조원 이상 확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두산중공업은 유상증자 추진 및 제반 비용 축소를 위한 고강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비핵심 자산 매각을 진행한다. ㈜두산은 두산중공업의 모회사로서 두산중공업의 자구노력을 최대한 지원하기 위해 자산매각 및 두산중공업 증자 참여를 추진한다.

두산그룹 대주주는 책임경영 차원에서 사재로 두산중공업에 대한 출자를 진행한다. 또 배당 및 상여금을 받지 않고 급여를 대폭 반납하기로 했다. 두산그룹 대주주는 지난 3월 말 긴급운영자금 요청 시 채권단에 보유주식을 담보로 제공한 바 있다.

재무구조 개선과 더불어 가스터빈 발전사업, 신재생에너지 사업 등 두 분야를 주축으로 하는 사업구조 재편에도 나선다. 풍력, 에너지저장장치(ESS) 같은 기존 사업을 확대하는 한편 친환경 수력발전사업, 태양광 EPC사업 등을 추진하고 수소 생산 및 액화 등 수소산업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채권단은 “그동안 견지해 온 구조조정 원칙에 부합하고, 자구안의 차질 없는 이행이 전제된다면 두산중공업의 정상화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5월 초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의 상환을 위한 추가자금 지원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현재 두산중공업의 전체 차입금은 4조9000억원으로, 이중 국내 은행이 보유한 채권은 3조원에 이른다. 산업은행 7800억원, 수출입은행 1조4000억원, 우리은행은 2600억원, 농협은행과 SC은행이 각각 1400억원, 1780억원 등이다. 외국계 은행이나 회사채, 전단채, 기업어음(CP) 등 기타가 1조8950억원 규모다. 올해 돌아오는 금액만 4조2000억원이다.

앞서 산은과 수은은 지난달 27일 1조원의 신규 자금을 지원했다. 지난 21일 수은이 5억 달러 규모의 외화공모채를 5868억원의 원화대출로 전환해주기도 했다. 이번에 8000억원 안팎의 추가 지원이 이뤄지고, 자구안에 담긴 내용이 차질없이 이행된다면 차입금 상환과 향후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금은 일단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은 이번 자구안의 단계별 세부 일정과 절차를 점검한 후 현재 진행중인 실사 결과가 마무리되는 대로 다음달 중 '두산중공업 경영정상화 방안'을 마련, 경영개선 작업에 본격 착수할 예정이다.

한편 자산 매각과 관련, 두산그룹은 그룹의 ‘캐시카우’인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을 매각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업계에서는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두산밥캣을 분리한 후 양사를 그룹 지주사인 ㈜두산이 흡수 합병할 것”이란 추측이 나왔다. 경영부진에 시달리는 두산중공업의 유동성 위기가 비교적 탄탄한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의 재무건전성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왔던 탓이다.

이날 채권단 등에 따르면 그룹은 ㈜두산이 거느리는 두산솔루스, 두산퓨얼셀, 두산타워, 모트롤BG, 산업차량BG 등을 매각 대상으로 내 놓은 상태다. 두산중공업도 두산건설, 두산큐벡스, 클럽모우CC, 담수화사업부인 워터BG와 두산메카텍 등을 매각할 것으로 전해졌다.

두산솔루스는 최근 매각을 추진하던 국내 중견 사모펀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와 매각가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협상이 좌절된 바 있다. 두산솔루스의 시가총액은 현재 1조1200억원 수준이다. 두산타워는 앞서 ㈜두산이 이를 담보로 채권 1500억원을 발행하고 2500억원의 대출을 받은 바 있다. 두산타워의 매각가는 4000억원 대로 추정된다.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을 조기에 정상화시켜 채권단 지원 자금을 신속히 상환할 것이며, 수출과 내수 진작을 통해 국민경제에 기여하는 기업 본연의 역할을 다하도록 대주주 및 전 임직원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산중공업은 전 세계 발전 수주가 줄어드는 상황에 정부의 탈원전·석탄 정책이 맞물리면서 경영난에 빠졌다.

2014년 이래 6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지난 2년간 당기순손실은 1조원이 넘었다. 지난해 매출액은 15조6597억원, 영업이익 1조769억원으로 각각 전년대비 6.1%, 7.3% 증가했지만 당기순손실이 1043억원에 달했다. 2017년까지 17조원이 넘었던 수주 잔액은 지난해(9월 말 기준) 13조9056억원까지 줄어들었다.

이 때문에 두산중공업은 지난 3월 명예퇴직에 이어 일부 휴업을 검토하기도 했다. 당시 정연인 사장은 경영위기 악화 원인 중 하나로 원자력 및 석탄화력 프로젝트 취소로 인한 수주 물량 감소를 들었다. “소극적 조치만으로는 한계에 도달했고 결국 보다 실효적인 비상경영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최근 3년간 지속된 수주물량 감소로 올해 창원공장 전체가 저부하인 상황이고 2021년에는 부하율이 심각한 수준까지 급감한 뒤 앞으로도 일정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정 사장은 또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포함됐던 원자력·석탄화력 프로젝트 취소로 약 10조원 규모 수주 물량이 증발하며 경영위기가 가속화됐다”며 “2012년 고점 대비 현재 매출은 50% 아래로 떨어졌고 영업이익은 17% 수준에 불과한데 최근 5년간 당기순손실은 1조원을 넘어서면서 영업활동만으로는 금융비용조차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회사는 재무구조 개선을 업무효율화와 시너지 제고를 위한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임원수를 감축하고 조기퇴직 연령을 낮추기도 했다. 그러나 그간 두산중공업을 지탱해온 원전 및 석탄화력 등 사업이 불황을 맞게 된 만큼 현재 추진 중인 풍력사업, 가스터빈 개발 등 신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기 전까지 실적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지안 기자  hann923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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