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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어머니’, ‘직장인’, ‘간병인’까지 슈퍼우먼 돼가는 대한민국 여성들우울증 환자 급증…여성이 남성의 두 배
송혜란 기자 | 승인 2013.04.29 13:47

   
 
육아 및 가사, 직장생활 병행 등으로 인한 여성 우울증 급증
부모 기대수명 증가…자녀, 부모 부양 시 생활비ㆍ의료비 부담 기간도 늘어
부모부양에 따른 사회복지 지원 확대돼야

 

[여성소비자신문=송혜란 기자] 아내, 어머니, 직장인, 간병인 등 다중역할을 기대하는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과도한 스트레스 등 부담을 호소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특히 고령화 현상이 급격 화되면서 부모부양 부담까지 떠안아야하는 여성들의 고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는 형편없는 결혼만족도로 이어져 이혼이나 20~30대 젊은 여성들의 결혼기피 현상에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부부관계 증진 프로그램, 부모부양에 따른 사회복지 지원 확대 등의 정책들이 도입돼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직장인 김모(46)씨는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고등학생인 딸 둘과 남편의 아침식사 등 출근준비를 도운 후 제일 늦게 직장으로 향한다. 하루 종일 회사일에 치이다 퇴근하면 오후 7~8시. 퇴근 후엔 곧장 집으로 와 남편의 저녁식사를 준비한다. 식사를 끝낸 후엔 설거지, 청소, 빨래 등 가사에 몰두하다 야간자율학습을 끝내고 집에 돌아온 아이들 간식 준비에 분주하다. 이후 아이들과 남편이 잠들고 나서야 칼퇴근으로 미처 끝내지 못한 회사일을 마무리, 새벽 1시에 고단한 하루를 마무리하는 김 씨는 “엄마이자 아내, 직장인인 여느 워킹맘과 다를 것 없는 일상”이라면서 “오늘과 같은 일상이면 그나마 낫다. 명절 때나 재사 등 시댁 집안 행사까지 겹치면 며느리 역할까지 플러스돼 내 몸 하나가 모자랄 정도”라고 다중역할 부담에 대한 고충을 토로했다.  

20세기 후반 이후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증가하면서 가족 내 여성 권력 상승과 동시에 역할 종류와 부담도 더 커지게 됐다. 과거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는 남성 배우자의 직업이나 소득에 의해 결정돼 출산과 양육의 일차적 의무는 여성에게 있었다. 그러나 여성이 직업을 통해 사회적 지위를 획득한 후에도 그동안의 의무는 줄지 않고 다중역할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등장해 우울증 등 여성의 정신건강에까지 안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여성 우울증 환자 꾸준히 증가

실제로 다중역할 부담으로 인한 여성 우울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우울증’ 건강보험 진료환자는 2007년 47만6000명에서 2011년 53만5000명으로 늘었다. 특히 여성 우울증 환자가 남성의 두 배에 달했다.

여성이 남성보다 우울증이 많은 이유는 여성 호르몬의 영향이 가장 컸으며, 사회적 환경 및 역할의 차이도 큰 요인으로 꼽혔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중년기 여성들이 폐경 전후에 겪게 되는 호르몬 변화는 자존심 손상, 무가치함, 자신감의 부족 등과 같이 자신을 부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하게 되는 심리적 요소와 함께 우울과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며 “또한 여성들은 육아 및 가사와 직장생활의 병행, 시부모님과의 갈등, 남성우위 사회에서의 생활 등으로 남성보다 사회적인 면에서나 또는 가정적인 측면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경험한다”고 말했다.  

 

   
 
“시부모 모시느니 차라리 이혼하겠다”

특히 여성 우울증의 한 원인으로 꼽힌 ‘부모부양’은 자녀의 경제적․심리적 부담의 증가 원인이 되고 있어 더욱 심각하다. 부모의 기대수명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자녀가 부모부양 시 생활비와 의료비 부담 기간도 길어졌을 뿐 아니라 저 출산으로 인해 자녀 1인당 부양 부담도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부모부양 문화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어 사회적 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다. 자녀들은 부모와 동거하면서 부양하는 것이 효도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노인들도 건강상태가 나빠질 경우 자신의 가정에서 가족으로부터의 돌봄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러한 부모부양 문화는 돌봄 책임이 있는 여성(며느리나 딸)에게 스트레스 발생 요인이 되고 있다. 최근 한국 남성과 여성의 스트레스 발생 영향에 관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남성의 경우 부모를 부양하더라도 일상에서 느끼는 스트레스가 증가하지 않는 반면 여성이  부모를 부양할 경우 일상의 스트레스가 매우 높게 증가했다. 또한 부모를 부양하는 여성들은 부모를 부양하지 않는 여성보다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스트레스 수준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부모의 수가 증가하면 스트레스 수준도 두 배로 증가했다.

결혼 후 계속 시어머니와 동거해 온 주부 한모(54)씨는 수년간 시어머니와의 갈등으로 고통을 호소했다. 한 씨는 “평생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면서 고된 시집살이로 심신이 지칠 만큼 지쳤다. 신경안정제로 버티고 있는 중”이라며 “몇 번이고 따로 분가해살까 고민도 했지만 부모를 부양하는 게 당연한 것이란 생각 때문에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러다 지금은 시어머니 건강까지 안 좋아져 간병인 노릇까지 하느라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다”고 말했다.

결혼 3년차인 김모(33)씨는 “최근 양가부모 용돈 문제로 남편과 다툼이 있었다. 결혼 초기 때는 양가부모님께 똑같이 용돈을 드렸는데 남편이 출산 후 시댁 쪽에서 아이를 가끔 돌봐준다는 이유로 시댁에 용돈을 더 드리자고 제안했기 때문이다. 친정집은 우리 집과도 멀 뿐 아니라 아이를 돌봐주고 싶은 마음이 큼에도 시댁이 일방적으로 아이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형평성에 어긋나 이를 거절했는데 얼마 전 남편이 남몰래 시댁 쪽에 용돈을 더 주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며 “게다가 남편이 육아를 핑계 삼아 시어머니와 함께 살자고 권유까지한 상태라 이혼까지 고려 중이다. 시어머니 부양이라든지 용돈문제는 이미 결혼 초에 합의했던 사안이라 이 같은 상황을 도저히 납득하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결혼은 필수? “아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사회 전반에 걸쳐 ‘결혼이 필수’라는 가치관이 희석되고 있다. 지난 10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지난해 ‘전국 결혼 및 출산 동향 조사’결과에 따르면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20~44세 미혼 여성은 13.3%에 그쳤다. 반면 같은 연령대 미혼 남성은 이보다 2배 많은 25.8%가 결혼을 꼭 해야 한다고 답했다.

3년 전 조사에서 결혼이 필수라는 답이 남녀가 각각 23.4%, 16.9%였지만 지난해는 이 격차가 2배로 벌어진 것이다.

또한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와 ‘하는 것이 좋다’고 답한 미혼 남성은 2009년 69.8%에서 지난해 67.5%로 소폭 줄었으며, 미혼 여성은 63.2%에서 56.7%로 감소폭이 남성보다 더 컸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외국과 달리 혼인 중 대부분의 출산이 이뤄지는 한국 사회에서 결혼의 가치관이 퇴색되는 풍조는 출산율회복을 막는 주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다중역할 여성 구원 위한 사회 복지적 지원 확대돼야

이에 다중역할로 인한 여성 우울증 심화, 젊은이들의 결혼 기피 현상, 출산율 감소 등의 사회적 악순환을 막기 위해 사회적 지원이 확대돼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장정순 신흥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부모부양과 배우자 상호작용이 기혼여성의 결혼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논문에서 “가족상호관계가 나쁠수록 부모부양에 대한 부담감이 높아져 스트레스를 유발한다”며 “이를 위해 건강가정지원센터나 지역사회복지관 기타 상담센터 등을 활용해 부부 갈등을 긍정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확대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며느리인 기혼 여성에게 주어진 노인부양의 부담을 덜기 위해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 확대와 노인복지서비스 개발 등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김지혜 협성대학교 교양교직학부 전임감사는 ‘미취학 아동을 둔 여성의 결혼 만족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보고서에서 “육아와 가사를 분담하는 등 남성들의 노력도 함께 진행돼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혜란 기자  hrsong@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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