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송혜란 기자] 자신만의 일을 갖고자 하는 여성은 많지만 기회는 흔치 않다. 특히 결혼 후 아이까지 키워야 하는 여성이 다시 사회로 나가기 위해서는 바늘구멍처럼 험난한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사회로 나가 일을 다시 시작한다 해도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란 말처럼 쉽지가 않다. 그러나 주위를 둘러보면 직장에서는 카리스마 있는 커리어우먼으로 가정에서는 현명한 엄마로 멋진 인생을 살고 있는 이들이 많다. 그 중 황재옥 소장은 평화협력원 인권ㆍ평화센터  소장이자 세 아이의 엄마로서 주어진 일, 하고자 하는 일에 열정적으로 임하며 타 워킹맘들의 모범이 되고 있다.

황재옥 소장은 이화여대 정치학과 졸업 후 동 대학원 북한학 석․박사를 획득, 현재 평화협력원 인권ㆍ평화센터 소장은 물론 Human Asia 이사, 여성평화․외교포럼 운영위원, 국가인권위원회 북한인권포럼 위원 등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북한인권문제: 원인과 해법’ 등이 있으며, 현재 프레시안에 ‘황재옥의 북한인권을 생각한다’라는 고정칼럼을 기고 중이다. 아이 셋을 키우는 워킹맘이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도 어려웠을 텐데 경력이 굉장히 화려하다. 아이를 다 키우고 난 후 일을 뒤늦게 시작한 덕이 컸다. 그동안 프로페셔널한 커리어우먼 모습에 가려졌던 그의 특별한 워킹맘 스토리를 들어보자.  

39살 엄마의 당당한 ‘만학도’ 선언

황 소장의 이야기는 39살 만학도를 선언했을 때부터 시작된다.

“내가 젊었던 시절에는 여자 나이 24살이 결혼 적령기였다. 여자에겐 공부, 일보단 결혼이 우선시됐었다. 나 역시 그러한 사회적인 분위기에 따라 대학 졸업 후 바로 결혼을 했다. 이후 아이 셋을 낳고 어느 정도 키우고 나니 공부와 일에 대한 욕구가 생기더라. 그때 나이가 39살이었다. 늦은 나이었지만 다시 공부를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나이가 많아 입학부터 쉽지 않았지만 우여곡절 끝에 대학원에 입학, 어린 학생들 사이에서 끈질기게 노력해 석사, 박사학위까지 취득했다. 늦게 시작한 공부였기에 아쉬움은 있었지만 굉장히 즐겁고 행복한 순간이었다. 이에 현재 남편 내조, 애들 교육에만 전념하며 전업주부로 살고 있는 여성들에게 사회적인 역할 하나쯤은 꼭 가져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요즘은 평균수명도 많이 길어졌기 때문에 늦은 나이란 없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것이다. 더 늦으면 아무것도 못한다. 꼭 전문가가 아니어도 괜찮다. 사회적인 역할은 찾아보면 얼마든지 있다. 일 때문에 육아에 소홀해지지 않을까 고민할 수도 있겠지만 아이들이 일하는 엄마의 모습에서 자긍심을 얻는 등 오히려 자녀교육에 더 도움이 되는 면도 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자녀’

박사학위 취득 후 황 소장은 미국 lowa 대학교 아시아․태평양연구소 객원 연구소, 북방학회 연구이사를 역임했다. 아이를 다 키운 후 시작한 일이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육아도 절대 소홀해하지 않았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자녀’라고 생각하기에 아이들이 다 컸을지라도 안심하지 않고 끝까지 완벽하게 키우려고 노력했다. 대학원에서 공부할 당시에도 시간을 쪼개서 리포트를 작성하는 등 워킹맘이라고해서 아이들에게 불편하게 했던 적은 전혀 없었다. 다행히 아이들도 너무나 바르고 성실하게 자라줬다. 특히 아이 셋을 다 미국으로 유학을 보냈는데 성실성, 자립성을 중시하는 미국사회문화가 아이 교육에도 큰 도움이 됐다. 이에 힘입어 첫째는 미국에서 대학, 대학원까지 다녔으며 둘째는 컬럼비아대학을 졸업했다. 막내는 미국에서 대학 졸업 후 현재 군대 때문에 한국에 귀국했다가 국내 대학원에서 공부 중이다.”

육아와 일, 어떻게 접목하느냐가 관건

선배로서 요즘 워킹맘들을 보면 매우 안타깝다는 황 소장은 육아와 일 병행 시 최대의 관건은 이 둘을 어떻게 접목하느냐에 있다고 조언한다.

“요즘 워킹맘들 굉장히 힘들어 보인다. 특히 일 때문에 결혼이나 출산을 미루거나 아예 포기하는 여성들을 보면 정말 안타깝다. 이는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완성된 인생이 아니라고 본다. 이런 여성들에겐 일단 결혼 후 아이를 키우면서 일은 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조절하라고 얘기하고 싶다. 일찍 결혼해 출산 후 조금 늦게 일을 시작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육아와 일을 어떻게 접목하느냐가 관건인 것이다. 물론 남자들의 도움 등 사회적인 환경도 꼭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향후 북한인권 보호와 함께 여성인권 향상을 위해 여성들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면 적극 참여하고 싶다.”

송혜란 기자  hrsong@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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