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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진 연세대 교수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아이 없는 집에 아동수당 주는 꼴"
한고은 기자 | 승인 2020.04.27 09:52

[여성소비자신문 한고은 기자] 코로나19 피해 보완 대책의 일환으로 지급되는 긴급재난지원금이 지난 23일 전 국민 대상 지급으로 확정됐다. 이에 국가의 재정건전성에 대한 논란 및 실효성 등 여러 측면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정치공세로까지 번져나가고 있다. 이에 양재진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재난지원금은 재난을 입은 사람에게 집중되었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다음은 <여성소비자신문>과의 일문일답.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이 23일 전국민 지급 대상으로 확정되었습니다. 이에 대한 평가는 어떠하신지요.

“이번 코로나19 감염병 사태로 인해 직접적인 피해를 입어 생존의 기로에 서있는 기업과 그 고용인, 그리고 자영업자들에 대한 지원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이에 가용자원이 부족해 국채까지 발행해 예산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13조원에 달하는 긴급재난지원금을 국채까지 발행해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지 않은 국민에게까지 지급하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아이 없는 집에 아동수당을 주는 꼴이기 때문입니다. 실업수당은 실업자에게 가고, 아픈 사람이 의료혜택을 보듯, 재난지원금은 재난을 입은 사람에게 집중되었어야 합니다.”

-당초 기획재정부에서는 복지서비스 선별 기준인 소득하위 50%를 주장했지만, 70% 합의를 넘어 전 국민으로까지 범위가 확대되었습니다. 기재부가 이처럼 보수적인 기준을 세운 이유는 무엇이라 보시는지요.

“경제위기 국면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국민은 중하위 계층입니다. 비정규직, 영세사업장, 노인, 싱글맘 등이 속하고 있는 계층입니다. 이들 중에 상당수는 고용보험 등 사회보험제도의 보호를 못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이분들에게 가용자원을 집중해 지원을 하고자 한 것으로 이해합니다.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대상자를 확대하기를 요구했고, 70%선에서 합의 보았던 것이, 다시 선거과정에서 100%지급 약속으로 바뀌었던 것입니다.

국가재정의 책임자인 기재부는 금고지기로서 당연히 무차별적인 대상자 확대와 이에 따른 국채발행의 불가피성에 대해 보수적인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고 봅니다.”

-전 국민 지급을 주장해온 여당은 현재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립니다. 교수님의 판단 역시 그러하신지요.

“우리나라의 국가부채는 GDP의 41% 정도로 건전한 편입니다. 덕분에 이번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국채발행을 통해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쓸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 EU와 달리 기축통화국이 아닙니다. 경제위기가 날 때마다 재정이 건전한 우리나라에서 돈이 빠져나가 원화가치는 떨어지고, 우리보다 국가부채가 수배 규모에 달하는 미국 달러와 일본 엔화의 가치는 올라가는 현상이 벌어집니다.

기축통화국과 그렇지 않은 나라들의 운명적인 차이입니다. 보통 기축통화국이 아닌 경우, 국가부채가 GDP의 60% 내에서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우리는 현재 무한정은 아니고 GDP의 20% 정도 여유가 있다고 할 수 있겠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많은 대책 가운데, 추가적으로 실물경제 침체를 일으키기 위해 필요한 방안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과감한 재정투입에 더불어, 경제활동을 제약하는 각종 규제의 철폐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문재인 정부가 혁신경제를 위해 규제혁파를 추진했지만, 지지부진한 게 사실입니다. 이번 코로나 진단키드 사례에서 보듯, 메르스를 겪은 후 도입 한 신속허가제도가 없었으면, 발 빠르게 진단키트를 생산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바이오와 온라인 사업의 번성에서 보듯, 경제위기에서도 투자와 사업 기회는 열립니다. 만약 규제 때문에 민간에서 새로이 경제가 일어날 수 있는 게 막혀버린다면 안된다고 봅니다.

시장에서 사업기회를 포착해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으려는 기업가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문 정부가 혁신경제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규제완화를 이번에 보다 과감하게 실행해, 민간이 자발적으로 일어설 수 있게 해야 할 것입니다.”

-긴급재난지원금 논의와 관련해 일부에서는 재난지원금이 아니라, 이 참에 ‘기본소득’ 개념을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기본소득’에 관해서는 어떠한 입장이신지요. 또 우리나라가 그것을 감당할 만한 여력이 있는지, 여력이 없다 하더라도 어느 수준까지 기본소득을 실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시는지요.

“기본소득은 정기적으로 모든 국민에게 현금을 나눠주자는 것인데, 시기상조이고 부작용이 너무 크다고 생각합니다. SF영화에서 묘사되는 디스토피아처럼, 생산력이 극대화되었으나 일자리 없는 사회가 된다면 기본소득이 도입되어야 할 것입니다만, 아직은 올지 안 올지도 모르는 먼 미래의 이야기이죠.

5200만 모든 국민에게 한 달에 단돈 1만원씩만 줘도 연 6조2400억원이 소요됩니다. 2018년 실업급여 지급액 6조7000억원에 버금가는 큰 돈입니다. 10만원씩이면 62조4000원이지요. 국방비 50조원을 훨씬 웃돕니다. 문제는 1만원씩 받는 게, 10만원씩 받는 것으로 소득효과도 사회보장효과도 기대할 수 없는데, 막대한 재정이 든다는 겁니다.

이번에 13조원짜리 긴급재난지원금 마련한다고, 국방비 삭감하고 이것도 모자라 국채를 발행한다는데, 기본소득이 도입되면 다른 사회서비스나 공공서비스를 크게 위축시킬 수밖에 없습니다. 별 효과도 없으면서요.

우리는 누구나 자동차 보험료를 냈어도 자동차 사고가 난 사람에게만 보상금이 지급되는 게 합리적이라고 여깁니다. 사고보상금을 미리 매월 나눠줘 버린다면, 막상 사고가 났을 때, 어떻게 하려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어느 나라나 모든 사회보장제도가 그렇습니다. 누구나 사회보험료와 세금을 냈어도, 아픈 사람만 병원 혜택을 보고, 실업자가 실업급여 받고, 아이 있는 사람이 아동수당을 받아 아이 키우는 데 보탭니다.

사회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는 사람은 기초연금이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등 일반재정으로 운용되는 사회보장제도를 통해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움을 받습니다. 누구나 보편주의적으로 ‘보장’을 받지만, 사회보장의 혜택은 필요할 때 받습니다. 필요 없는 데 그냥 무조건 주어지지는 않습니다.

기본소득은 위험과 욕구가 없는 사람보고 병원가라고 돈 주고, 일해서 돈 버는 사람에게 실업수당 주고, 아이도 없는 집에 아동수당을 주는 게 됩니다. 재정소요가 엄청날 수밖에 없지요. 이런 식으로 국가재정을 쓰다보면, 막상 필요한 곳에 돈을 못 쓰게 될 것입니다.

기존의 사회보장과 공공서비스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기본소득을 추가로 주자면 엄청나게 세금을 올리고 국채를 발행해서 충당해야할 것입니다. 그런데, 소득보장도 사회보장효과도 미약한 기본소득을 위해 세금을 올리고 국채를 발행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경제에 주는 부정적인 타격이 클 것입니다. 기본소득을 아이디어 차원에서 얘기할 수 있을는지 모르지만, 국가정책이 되어서는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양재진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주요 연구 분야는 복지국가와 관료제이론이다. 연세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럿거스대학에서 정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을 역임하고, 사회보장위원회 평가전문위원회 위원장과 연세대 복지국가연구센터 소장 등을 맡고 있다.

한고은 기자  h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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