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김희정 기자]저출산 고령화 시대를 맞아 우리경제의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여성인재 활용이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담론이 일고 있다.

더불어 여성 직원이 경력 단절 없이 임원으로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기업과 사회가 함께 조성해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지난번 공공기관 인사에서는 막상 여성 임원을 승진시키고 싶어도 인력풀이 없다는 호소가 줄을 이었다. 전문가들은 여성임원 확대 방안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인력풀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여성 임원을 확대하려면 그만한 인력풀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간부급은 고사하고 일반 관리자 중에도 여성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따라서 사회 전 분야에서 여성 관리자를 조직적으로 육성해 낼 수 있는 프로그램의 도입이 시급하다.

현재 국회에는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이 법안에는 공공기관과 준정부기관의 여성임원 비율을 2015년까지 15%로, 2017년에는 30%로 늘리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30%라는 비율은 현재 정부의 여성임원 확대 목표치와 큰 차이가 있어 향후 법안 추진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정부는 2012년 6월 현재 9.0%인 4급 이상 여성관리자 비율을 2016년까지 13.4%로 확대할 계획이다. 

여성 대통령 시대를 맞아 상대적으로 홀대를 받아온 직장 내 여성 지위를 올리는 데 공공 부문부터 앞장서라는 목소리도 높다.

이러한 기운이 민간 기업이나 금융회사까지 전파돼 여성의 경제활동 기여도가 높아지고 성별 불균형도 해소되는 일거양득 효과를 거두었으면 하는 것이 여성계의 바람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편으론 여성인력풀이 현저하게 부족한 상황에서 3년 내 15%, 5년 내 30%를 법조항으로 못 박아 놓으면 외부에서 부족 인력을 데려와야 하고 능력 면에서 남성이 역차별 받을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 같은 현실 속에서는 여성 임원 한도를 먼저 채우려고 하기 전에 먼저 여성취업 비율을 30% 이상 맞추는 것이 올바른 방향일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10년, 20년 후에 여성을 임원으로 채울 인력풀이 갖춰질 것이다.

여성 임원 여성 관리자 증가 추세   

최근 건강, 엔터테인먼트, 패션, 화장품 등 소프트한 산업들이 점차 중요성을 더해가는 한편 소비력을 갖춘 젊은 여성층이 핵심 소비집단으로 자리잡으면서 여성 임원을 늘려 기업경영전략 수립에 여성의 풍부한 감성과 섬세함을 반영하려는 기업도 증가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대·중견기업 300여개사 인사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여성 인재 활용에 관한 기업인식 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응답기업의 43.8%가 향후 여성임원·관리자의 수가 늘어날 것이라고 답했다.

현재와 비슷할 것이라는 응답은 53.9%, 줄어들 것이라는 답변은 2.3%에 그쳤다. 대기업(58.1%)이 중견기업(39.1%)보다 여성 임원이 늘 것이라고 대답했다.

여성의 업무 능력은 이미 남성과 대등한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대한상의 조사 결과 신입남성 직원과 비교해 신입여성 직원의 업무역량이 남성과 비슷하다고 응답한 기업이 무려 78.6%나 됐다.

13.9%의 기업은 남성보다 우수하다고 답했으며, 7.5%의 기업이 남성보다 업무능력이 부족하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우수한 역량으로는 친화력(37.5%), 성실성·책임감(35.9%), 창의성(26.0%)이 꼽혔으며 부족한 역량으로는 리더십36.2%), 팀워크(30.9%), 주인의식(26.6%)이라고 말했다.

여성 임원 전문성 강화 경력단절 해소 시급

현재 여성인재 확보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점차 늘고 있긴 하지만 기업 내 여성임원 수는 아직까지 많지 않은 수준이다.

현재 대표나 임원 중 여성이 한 명이라도 있다는 기업이 4곳 중 1곳(23.7%)에 불과하다. 이들 기업도 1개사당 여성대표·임원 수가 평균 2.2명에 그친 수준이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1.8명)이 중견기업(2.3명)보다 적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고 있지만 남성에 비해 핵심 업무를 경험할 기회가 부족하고, 출산·양육부담으로 경력단절을 겪는 여성이 많았던 탓이다”고 분석했다.

여성 임원 선임경로에 대해서는 내부 승진이라는 응답이 79.2%로 대다수를 차지했고, 외부 영입이라는 답변은 15.3%였다.(미응답 5.5%)

여성임원이 있는 기업 중 절반은 여성 임원이 될 만한 중간 관리자 인력풀이 부족한 편(50.0%)이라고 답해 중간 관리자부터 여성 인재를 체계적으로 양성할 필요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기업들은 여성 경력개발 강화를 위해 여성 인력을 전 부서에 고르게 배치하고 다양한 과업을 부여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여성임원 양성을 위해 전문성 강화와 경력단절 해소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여성 관리자 양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방안에 대해 전문성 강화를 위한 도전적 과업부여(29.6%)와 경력단절 해소를 위해 출산휴가·육아휴직 활용 권장(28.9%)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이어 여성 특화 교육훈련 실시(13.2%), 법정기간 보다 긴 육아휴직 보장(12.2%) 등을 활용하고 있다는 기업들도 있었다.

채용·승진 시 여성할당제와 유연근무제, CEO와의 정기 간담회, 멘토링 프로그램 개발, 직장보육시설을 운영하는 기업도 있었다. 

여성이 임원으로 성장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덕목으로는 많은 기업들이 일과 가정을 조화시키려는 여성 스스로의 의지와 노력(50.7%)을 강조했다.

이어 국·공립 보육시설 확충 등 출산·양육 관련 사회적 지원(24.0%), 최고경영자의 강력한 의지와 지원(17.8%), 여성 할당제 의무화(3.9%), 모성보호제도 관련 기업 의무 강화(3.6%) 등이었다.

이는 아직까지 한국사회는 여성 인재 확보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으로 기업과 사회적 지원뿐 아니라 일·가정 양립을 위한 여성 스스로의 노력을 가장 중요하게 보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인터뷰/ 여성가족부 최성지 여성정책 과장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 및 여성인재 발굴을 위해 여성가족부가 하는 일은?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를 위해서는 다양한 부처와 단체의 협조가 필요하다. 여성가족부는 여성정책을 총괄, 조정하는 부처로서 총리주재 ‘여성정책조정회의’ 개최 등을 통해 고용부, 기재부, 교육부 등 다양한 부처의 여성정책을 점검하고, 여성인재를 발굴?추천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아울러 경력단절여성을 위하여 재취업 교육 및 취업알선을 실시하는 기관인 여성새로일하기센터(현 112개소)를 지정하여, 매년 10만명 이상 여성의 일자리를 연계하고 있다.

여성인재 발굴은 본인의 등록이나 여성관련 단체, 협회 등의 추천을 통해 여성인재를 발굴하고 안전행정부가 관리하는 국가인재 DB에 연계하고 있는데 2011년 이후 매년 1만명씩 신규로 여성인재를 발굴하고 있다.

여성인재로 등록되면 정부위원회 위원이나 공직 후보, 정부에서 시행하는 각종 시험의 위원으로 추천되거나 정부에서 실시하는 리더십 향상 프로그램 등의 지원대상이 된다.

여성인재는 지난해 말 기준 국가인재DB에 3만명 정도 등록되어 있으며, 2017년까지 10만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여성인재로 신규 등록하기를 희망하는 분은 여성가족부 홈페이지에서 인재 등록을 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여성가족부는 여성단체 등과 공동협력 사업을 통해 여성 사회참여 확대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2013년에도 122개 여성 및 시민단체와 함께 여성 사회참여 확대 및 양성평등 촉진, 여성 아동안전 보장, 일-가정 양립 문화 확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공공부문 여성 대표성 제고를 위해 정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정책이 있나? 4급 이상 관리직 공무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어느 정도이며 공공기관 여성임원 비율은 어느 정도인가?

 “4급 이상 관리직 공무원 중 여성비율은 2012년 기준 9.3%에 불과하고, 공공기관 여성임원 비율도 8.6%(상임 2.8%, 비상임 11.4%)에 불과하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 World Economic Forum)의 발표에 의하면 한국은 ‘관리자 비율’ 104위(조사대상 135개국)로 성평등 수준이 매우 낮다.

이에 새 정부에서는 사회 각 분야의 대표성 제고와 여성 리더 양성을 위해 ‘미래 여성인재 10만 양성 프로젝트’를 핵심 공약으로 선정하였으며 이를 위해 부문별로 실효성 있는 제도를 도입·추진할 계획이다.

먼저 2017년까지 4급 이상 여성관리자 임용비율을 15%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안전행정부와 협의 추진 중에 있고, 공공기관 여성관리자 목표제 도입 및 기관 평가지표 반영, 여교수·여교장 채용실적의 대학 및 시 도 교육청 평가 연계 등을 통해 대표성 제고 정책의 효율적인 추진을 위한 정책 기반을 강화할 계획이다.

공공기관이 앞장서서 여성인재를 양성하고 이를 민간부문으로 확산함으로써 다양한 분야의 여성 리더를 양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김희정 기자  penmoim@wsobi.com

<저작권자 © 여성소비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