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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재난지원금 전국민 지급 확정…한 달간의 치열한 타임라인
한고은 기자 | 승인 2020.04.24 16:19
 

[여성소비자신문 한고은 기자]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 전국민 지급에 소요되는 추가재원을 국채 발행을 통해 조달하기로 했다. 지원금을 신청하지 않거나 신청한 이후에 기부한 이들에게는 기부금 세액공제를 적용한다. 한 달여의 진통 끝에 정부와 여당이 뜻을 모은데 따른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23일 “긴급재난지원금 재원은 국채 발행 등을 통해 조달하고, 기부금을 모으기 위한 법률 제·개정 등 법적 보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자발적 의사에 따라 지원금을 신청하지 않거나 신청한 이후에 기부한 국민들에게는 소득세법에 따라 기부금 세액공제를 적용할 것“이라며 “소중한 기부 재원은 고용 유지와 실직자 지원 등 더 시급한 곳에 활용하는 이런 대안에 대해 당정청간 의견을 같이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긴급재난지원금의 특성상 하루라도 빨리 확정·지급해야 할 시급성, 정치권의 전국민 지급 문제 제기, 상위 30% 등 국민들의 기부재원이 더 귀한 곳에 활용될 수 있는 대안의 성격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방식 및 대상에 대해 정부와 여당, 야당의 입장 차이가 있어 혼란을 거듭해왔다. 특히 기획재정부는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소득 하위 70% 지급을 고수했으나 여당인 민주당은 전국민 지급안을 주장해왔다. 정부와 여당의 대립이 이어진 끝에 무엇보다 신속성이 중요하다는 국민들의 목소리에 결국은 합의에 이르렀다. 긴급재난지원금이 전국민 지급 방식으로 확정되기까지의 타임라인을 정리했다.

#3월 29일 : 당·정·청, 소득하위 “50%” VS “70%” 대립

지난 1월말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하면서 실물경기의 침체에 따라 무급휴직이나 실직 상태에 처하는 국민들이 증가하고 소비 위축 심리까지 심화되면서 코로나19의 확산이 ‘재난’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에 지원금 지급이 확실시되자 지급 대상과 기준에 대한 논의가 점화됐다.

당시 정치권 및 보도에 따르면 지급 대상에 대해서 당정청은 각각 다른 입장을 내세웠다. 3월 29일 비공개로 열린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기재부는 소득 하위 50% 지급안을 내놓았다. 복지 서비스 선별 기준으로 여겨지는 중위 소득 기준이었기 때문이다.

반면 민주당은 70%선까지는 지급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50%만으로는 지급 인원이 많지 않아서 실효성이 적다는 이유였다. 때문에 소득별로 차등 지급을 하게 되더라도 최소한 70%에 지급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결국 회의 끝에 당·정·청은 소득하위 70% 기준, 4인 가구 기준 100만원이라는 기준을 세웠다.

#3월 30일 : 정부, ‘긴급재난지원금’ 소득하위 70% 지급 결정

문재인 대통령은 3월 30일 “지자체와 협력해 중산층을 포함한 소득 하위 70% 가구에 대해 4인가구 기준으로 가구당 100만원, 총 총 9조1000억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지원범위와 효과, 재정여건 등을 종합 고려해 국민 소득하위 70%인 1400만 가구를 적용대상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홍남기 부총리는 “이 중 정부 추경규모는 약 7조1000억원 수준으로 긴급재난지원금만을 단일사업으로 하는 원포인트 추경을 통해 집행 할 것”이라며 “추경재원은 유가·금리 하락 등으로 소요가 줄어든 사업비 등 기존 세출사업의 구조조정으로 충당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야당인 미래통합당은 “총선을 겨냥한 매표 욕망”이라며 비난했다. 그러면서도 당초 지원금 지급을 반대한 것과 달리 차라리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편이 낫다는 의사를 비치기도 했다. 민주당은 비상상황의 비상조치인 만큼 무엇보다 신속한 지급이 중요하다며 2차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위해 분주히 움직여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민주당 내부에서는 70%라는 기준에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됐다. 김영준 의원도 “다분히 기계적인 기준”이라고 주장했다. 정의당도 여기에 힘을 실었다. “‘긴급재난지원금 소득 하위 70% 지급방침’ 철회와 보편적이고 신속한 재난기본소득 지원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사진제공=정책브리핑

#4월 3일 : ‘긴급재난지원금 TF 수립… 건보료 기준 설정

정부는 3일 지급 기준에 대한 혼란이 이어지자 태스크포스를 통해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합산액이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는 가구에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직장가입자 기준으로 본인부담 건강보험료가 1인 가구는 8만 8344원 이하인 경우, 4인 가구는 23만 7652원 이하인 경우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긴급재난지원금 대상자는 신청 가구원에 부과된 올해 3월 기준 본인부담 건강보험료 합산액이 소득하위 70%에 해당하는 선정기준 이하인 경우다.

다만 소득하위 70%에 해당되더라도 고액자산가는 긴급재난지원금 대상자 선정에서 적용 제외를 검토하는데, 적용 제외 기준 등은 관련 공적자료 등의 추가 검토를 통해 추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4월 6일 : 민주당 “전국민 대상 지급” 발표... 당정 불협화음 '수면 위로'

그러나 정부와 여당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불협화음’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민주당은 6일 브리핑을 통해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원칙에 대한 여러 우려가 있다. 선별지급에 따른 행정력 소모와 지급기준의 모호함 등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적지 않다”며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 국민을 소득이나 자산으로 구분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이어 “국가가 국민 모두를 위로하고 단 한 명의 국민이라도 예외 없이 지킨다는 의지의 표시여야 한다. 긴급재난지원금은 국민 모두에게 지급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국회가 나설 때”라고 밝혔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모든 개인에게 100만원씩을 긴급재정경제명령으로 지급할 것을 제안했다. 앞서 황교안 당시 미래통합당 대표도 전국민에게 50만원씩을 지급하자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4월 16일 : 정부, 70% 지급안 국회 제출…민주당과 ‘삐걱’

정부는 16일 기존 입장대로 소득하위 70% 이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7조6000억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관련 브리핑을 통해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정치권 일각에서 전 국민, 전 가구에 대해 100% 지원하자는 지적이 있지만 소득 하위 70% 지원 기준은 긴급성, 효율성, 형평성, 재정여력 등을 모두 종합적으로 고려해 많은 토론 끝에 결정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앞으로 코로나19 사태의 경제적 파급 영향이 어떤 양상으로 다가올지 가늠할 수 없으므로 경제 피해를 극복하고 회복하기 위해 재정 여력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며 “70% 기준이 국회에서 유지될수록 원안 입장을 견지할 것”이라고 분명히 말했다.

이에 민주당은 “2차 추경안은 ‘빚 없는 추경안’이다. 추가 국채 발행 없이 다른 분야 예산을 줄이는 방식으로 정부가 마련한 9.7조원에, 국회 심의과정에서 예산을 증액한다면 우리 재정에도 큰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국민들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여아의 ‘전국민 지급’이라는 기본 골격이 합의를 이룬 상황을 기반으로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정부와 협의할 것임을 피력했다. 추가 재원을 위해 3~4조 규모의 국채발행이라는 대안도 내놨다. 이를 심의 과정에서 반영해 4월 안으로 처리하겠다는 것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미래통합당은 당초 황교안 전 대표의 공약과 달리 “코로나19가 얼마나 지속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소비여력이 있는 소득 상위 30%까지 지원금을 주는 것은 소비 진작 효과가 없다”고 입장을 바꿨다.

민주당 유력 인사들은 70% 선별 기준의 어려움 등을 주장하며 국민과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설득하기에 나섰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소득하위 70%라는 기준도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 우리나라는 소득하위 90%까지는 소득 증가 추이가 완만하다”고 지적했다. 또 “소득하위 70%, 정확하게 선별하는 건 단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박주민 민주당 최고위원도 “홍남기 부총리의 입장이 이해가는 면도 있지만 3조원의 국채 발행이 재정건전성을 훼손해 긴급 사태에 대응할 여력이 없어진다는 분석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국채 만료일까지 이자를 부담하면 된다는 것이다. “국채 발행을 통한 재정 마련은 자주 있는 일”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4월 22일 : 당정 ‘전 국민 지급 대원칙’ 합의…난처한 기재부

정부와 여야가 모두 다른 주장을 하며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국민들의 혼란이 가중되던 가운데 22일 정부와 여당은 전 국민에게 지원금을 지급하되, 소득세법을 개정해 지원금을 기부금으로 인정해 세액공제에 포함시킬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최종 합의했다.

정세균 총리는 “여아가 고소득자 등의 자발적 기부가 가능한 지원금 지급안에 합의하면 수용하겠다는 뜻을 민주당 지도부에 전달했다”고 발표했다. 전국민에게 4인 가구 기준 100만원을 지급하되, 소득 상위 30%에 해당하는 고소득자 및 사회지도층의 자발적 기부를 유도해 재정부담을 낮추자는 여당의 제안을 수락한 것이다.

정 총리의 수락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언론을 통해 기재부의 입장에는 변동이 없다는 내용이 보도됐다. 기재부 내에서 ‘반발’이 일어나고 있다는 보도를 통해 정부부처와 청와대의 대립이 야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역시 불거졌다.

#4월 23일 : 정세균 총리 ‘질책성’ 경고… 고개 숙인 홍남기 부총리

정세균 국무총리

정세균 총리는 23일 국정현안점건 조정회의에서 기재부 김용범 1차관을 향해 “재정건전성을 우려하는 기재부 입장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큰 틀에서 정부 입장이 정리됐음에도 불구하고 국민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발언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경제부총리는 이 같은 뜻을 기재부에 정확하게 전달하라”고 말하며 ‘질책성 경고’를 전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국정 2인자인 총리의 공개적인 질책에 당황스러움이 역력한 분위기”라면서 “기재부 역시 수긍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결국 23일 기재부는 당정의 합의안을 발표하며 법 개정 등을 통해 전국민 지급을 최종적으로 확정했다. 한 달여 동안 이어진 당정청의 대립은 그러나 계속될 전망이다. 정부와 여당이 합의하자 미래통합당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한 22가지 근거’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나라살림을 책임지기 위해 뜻을 모아야 할 이들이 서로의 입장만을 고수하며 한 달이라는 금쪽같은 시간이 흘렀다”면서 “코로나19로 인해 직업을 잃고 피눈물을 흘리는 국민들을 위해 일하기로 했던 선거 전의 마음가짐을 다시 떠올려보라”고 일침했다.

반면 한 시민은 "기획재정부의 수 차례에 걸친 보수적인 추경 예산안 접근에도 불구하고 결국 전 국민에 대한 긴급재난지원금에 대한 국채 발행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나라 곶간이 빌 경우 이를 무엇으로 메울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걱정이 앞선다"며 "정치인들이 과연 국가의 재정건전성에 대해 진심으로 책임을 질 지 의문이다. 또 어떻게 경제회복을 실현할지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지 않고, 제시하지도 않은 채 무조건 돈을 풀면 더 이상 풀 돈이 없을 때는 어떻게 할 것인지 걱정이 앞서기 때문에 재난지원금을 받는 것도 꺼림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가 미국 처럼 기축통화국이 아닌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번에 발행한 국채에 대해 향후 누가 어떤 방식으로 갚을 것인지에 대한 정보도 함께 공개해 주면 불안감이 덜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고은 기자  h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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