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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도시 숲해설 길라잡이, '숲토리텔링 만들기'숲해설가가 된 작가의 숲해설 스토리텔링인 숲토리텔링(forest+story+telling) 만들기
한지안 기자 | 승인 2020.04.24 12:47

[여성소비자신문] 소설, 에세이, 글쓰기 교재를 써온 작가 김서정은 우연한 계기로 숲해설가가 된다. 그러고는 2018년에서 2019년 동안 ‘종로의 아름다운 나무를 찾아서’라는 프로그램에서 숲해설을 하게 된다. 종로구에서 지정한 아름다운 나무를 해설해야 하는데, 여기에 서울의 역사가 덧씌워지게 된다. 그 결과 나무라는 자연사와 서울 종로라는 역사가 아우러진 전대미문의 스토리텔링이 탄생한다. 이 책은 그 과정에 대한 상세하고도 친절한 기록이다.

나무와 스토리텔링에 대한 전문 지식이 ‘삶’이라는 공감의 틀에서 감동스럽게 엮인 이 책을 통해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되는 것과 동시에 현장에서 해설을 하는 모든 분들이 자신만의 해설 세계를 완성해 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숲해설이든 문화해설이든 스토리텔링에 대해 고민하는 분들을 위한 길라잡이

저자는 ‘책을 내면서’ 제목을 이렇게 달았다.

“스토리텔링의 핵심은 ‘나’란 사람, ‘너’란 사람 그리고 ‘삶’”

그러고는 이런 내용을 담았다.

“이 책은 숲해설가 자격증을 받은 뒤 그 어디에서든 곧바로 숲해설을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즉 숲에 대한 전문 지식이 부족하더라도 일단 숲해설 현장에서 부딪히며 해나갈 수 있는 기초 역량 및 기술 쌓기에 주안점을 두었습니다. 그렇더라도 평이한 숲해설로 경험을 축적해 나가기 위한 발판 마련은 아닙니다. 도심 속 나무, 수목원, 자연휴양림, 교육기관 등 그 어디에서 하더라도 그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자기 자신만의 해설 스토리텔링 만들기가 핵심이기 때문입니다.”(본문 5쪽)

작가 및 글쓰기 강사로, 문화해설가로, 숲해설가로 오랫동안 현장에서 뛴 경험이 고스란히 내재화되어 있는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도시를 보는 새로운 시선 제공과 나무를 보는 새로운 시선 제공이다. 둘은 나눔이 아니라 하나이고, 그것은 곧 우리들의 삶으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저자가 모든 해설가들에게 하는 말을 들어보자.

[이제 결론에 다다른다. 해설가는 시공간에 대한 인식을 넓히면서 그 안의 자연사 및 역사에 의도된 의미를 부여할 줄 알아야 하고, 이를 위해 공부를 통해 내용을 체화시켜야 하고, 그 과정에서 전에 하지 못했던 생각들을 만들어 내고 펼쳐야 하고, 그것을 쏟아내는 해설 시간이 자신만의 시간이 아니라 참가자와 함께 새로운 집단지성을 창조해 내는 순간이라 여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전체 코스를 아우르는 스토리, 세부 포인트를 각인시키는 스토리를 각각에 맞춰 기승전결 혹은 시작-중간-마무리라는 흐름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

아주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해설은 삶이다.”(본문 250쪽)

해설 대상을 감동으로 승화시키는 스토리텔링이란 무엇인가?

지금은 어디를 가든 해설 듣는 것을 선호한다. 그냥 보고 지나가는 것과는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해설을 해야 변별력 있는 감동 해설이 될까? 그것은 기존에 하지 않았던 것들을 해보는 것 즉 연결점이 먼 것들을 과감히 한 묶음으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낙우송 앞에서 하는 해설 내용은 거의 비슷하다. 낙우송은 잎이 어긋나고 메타세쿼이아는 잎이 마주나고, 낙우송은 미국산이고 메타세쿼이아는 중국산이고 등등이다. 여기에 덧붙여 이 나무에 근대라는 개념을 덧씌웠다. 즉 고종이 가로수 조성을 시작했는데, 이것이 근대의 또 다른 구성 요소이고, 이 과정에서 외국 나무들이 대거 수입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끝나면 삶을 성찰할 수 없어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를 등장시켰다.

“고흐는 말년에 우울증에 걸려 정신병원 생활을 했습니다. 3층 병동에서 창밖을 보는 데 유럽에서 죽음을 상징하는 사이프러스가 보였습니다. 고흐는 땅에서 자라는 나무가 하늘에 닿아 있는 모습을 보면서 땅의 삶과 하늘의 죽음이 둘이 아니라 하나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후 고흐는 사이프러스를 계속 그렸습니다. 그러면서 죽음의 공포보다 삶을 다시 느꼈습니다. 아마 사이프러스를 통해 말년에 안식을 취했을지도 모릅니다.

얼마 전까지 여러 책들을 보면 사이프러스를 측백나무로, 삼나무로, 낙우송으로 번역하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지 않습니다만, 이 낙우송 앞에서 우리는 지금 무엇을 통해 삶과 죽음을 인식하는지 한 번 성찰하고 싶어 이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사각 진 건물을 통해서만 올려다볼 수 있는 하늘, 분명 근대 이전과 다른 통찰을 우리에게 주고 있을 것입니다.”

해설은 지식과 정보 전달이 아니라 자극 주기라는 전통 해설 기법은 아주 유효하다. 그 자극을 위해 전혀 예기치 못한 이야기 준비는 유효한데 그것이 잘 전달되려면 그 바탕은 삶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우리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 평생을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의 말대로 언어로 듣는 것은 감각의 과정인데, 이 감각에 대한 자극이 삶을 성찰하는 것이라고 여긴다면 삶과 관련된 그 어떤 이야기도 해설에 부합될 수 있다. 즉 모든 의미 부여의 키워드는 삶이 된다. 그 삶을 들여다보기 위한 현상의 키워드는 공간과 그 공간을 이루는 구성 요소별로 다르지만, 모든 이야기의 출발과 과정, 그리고 마무리는 우리의 삶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늘 자각하고 있으면 감동은 잔잔하게 때로는 크게 일어난다.

나무 해설과 역사 해설은 어떻게 결합이 되었는가?

나무는 눈앞에 보이고 역사는 보이지 않는다. 이를 연결시키는 것은 사람이다. 사람의 삶을 등장시켜야만 나무 해설과 역사 해설은 결합될 수 있고, 둘이 빚어내는 삶을 읽어내면서 둘은 둘이 아니라 하나라는 점을 언급하면 오래 기억에 남는 해설이 될 수 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이 이야기를 풀면 참가자들은 회화나무에 대해 통상적으로 들었던 것과 다른 내용을 접하게 된다. 이를 연결 고리로 나는 이러한 이야기를 또 준비했다.

“조선시대 학문의 기반은 성리학입니다. 이것은 나라 이념이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이이 선생 이름이 언급되어 있으니 우리나라 성리학의 기틀을 만든 이이 선생에 대해 좀 알아보는 게 이 분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요?”

그러고는 간단히 조선 역사를 훑는다. 훈구파와 사림파 그리고 남인, 서인, 노론, 소론 등의 당쟁사를 지나 세도정권을 언급하고는 흥선대원군과 고종에서 마무리한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의도가 있다. 마지막 해설 지점에서 흥선대원군과 고종을 이야기하려는데 갑자기 등장하는 것보다 사전 포석을 깔아주면 이야기 전달에 효과가 있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의 위치를 확인하면 이해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이이와 이황 두 분의 사상에 대해서 잠깐 말하겠습니다. 이이 선생은 이기일원론(理氣一元論)이고, 이황 선생은 이기이원론(理氣二元論)입니다. 理와 氣에 대한 접근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여기서 저는 理는 정신으로 氣는 물질로 보겠습니다.”

참가자들은 뜬금없이 등장하는 난해한 이야기에 쭈뼛거린다. 그런 기세를 몰아 다음 이야기로 넘어간다.

“이에 대한 논쟁이 끝난 뒤 인간과 동식물의 본성에 대한 의제가 등장합니다. 인간과 동식물의 본성이 같다고 보는 인물성동론(人物性同論)과 다르다고 보는 인물성이론(人物性異論)입니다.”

그러고는 다시 담배연기에 콜록거리고 있는 듯한 회화나무를 가리키며 말을 이어간다.

“저 나무와 선생님들의 본성은 같은가요, 다른가요?”

여러 의견이 나온다.

“사서삼경이 방대하다고 하지만 성균관대 이기동 교수는 한마디로 성(性) 즉 사물의 본성에 대한 책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이를 풀면 모든 생물은 다 ‘性(心+生)’ 즉 살려는 마음(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고는 질문을 던진다.

“저 나무와 선생님들은 같은가요, 다른가요?”

같다는 이야기를 낚아채 이렇게 다시 묻는다.

“둘이 같다면 이를 사자성어로 무어라고 할까요?”

답이 나온다.

“물아일체(物我一體), 물아일여(物我一如)입니다.”

이 대답을 공유하기 위해 만든 스토리를 왜 하필이면 음습하고 퀴퀴한 그곳에서 했을까? 움직이지 못하는 나무의 숙명을 딛고 생장하는 모습이 경이로웠고, 건물에 다다르는 가지가 해마다 전지 당하는 운명에도 싹을 틔우는 광경이 숙연했고, 나무는 나무이고 나는 나라는 분리 사고로 그 나무를 응시하는 사람들의 웃음이 기묘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본문 67~69쪽)

해설이 삶으로 귀결된다는 것은 무엇인가?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텍스트에서 본 것만 열거해나가면 감동 섞인 목소리가 나오지 못한다. 나의 절실한 경험을 담아내면 그 목소리는 참가자들에게 깊숙이 전달될 수 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이쯤 되면 오동나무 이야기 듣다 머리가 지끈거린다. 아직 전체 해설 가운데 절반밖에 안 했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흐름을 잠시 반전시키는 이야기를 하는 수밖에 없었다. 역시 삶이었고, 나는 돌아가신 지 얼마 안 된 엄마를 선택했다. 이 사실을 밝히고 내가 쓴 시를 그 자리에서 읽었다.

-오동나무-

꽃개오동, 개오동, 벽오동, 오동을 말하고 난 뒤

다음날

추가 자료를 궁리하는데

문득

엄마가 떠오른다

 

오동추야 달이 밝아 오동동이냐

 

나 장가가기 전날

나무 한 그루 없는 마당에서

엄마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불렀단다

 

오동추야 달이 밝아 오동동이냐

 

그런데 알고 보니

마산 오동동이 있단다

 

아, 부끄럽구나

나 장가가는 것이 기뻐

노래를 불렀는 줄 알았는데

마산이 고향인 엄마는

당신이 태어난 삶을 노래했던 것이다

당신이 잘 살았다는 기쁨을 노래했던 것이다

 

다시 오동나무를 보러 가야 하는 이 아침

비 오는 밤 낙숫물 소리보다

더 큰 시련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삶은 참으로 어렵다

꽃개오동, 개오동, 벽오동, 오동을

구분하는 것처럼

 

이 시는 시에 쓴 그대로 오동나무 첫 해설을 한 다음날 아침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자료를 찾다가 느닷없이 떠오른 엄마를 쓴 것이다. 처음에는 격앙되어 중간 중간 끊어 읽기도 했는데, 몇 번 반복해서 읽으니 덤덤할 때도 있었다. 그래도 간혹 눈물을 글썽이며 박수를 보내는 참가자들이 있어 기쁘기도 했다.(본문 96~98쪽)

책 속으로

‘종로의 아름다운 나무를 찾아서’ 연간 진행자로 결정되고 난 뒤 잠시 고민했다. 4월부터 11월까지이지만, 전체를 관통하는 기승전결을 갖추어야 했다. 그 안에서 또 다른 기승전결을 만들어야 했다. 즉 낱낱의 작은 바퀴가 굴러가는 것 같지만 이것이 나중에 거대한 수레를 이끄는 동력이었음을 인지시켜야만 참가자들에게 잊지 못할 한 해가 되지 않을까?(본문 19쪽)

숲해설과 문화해설의 공통점은 야외 현장에서 이루어진다. 서서 들어야 하고, 1시간 이상은 걸어야 한다. 그렇게 볼 때 위 글에서 “스토리텔링은 이야기된 작품을 의미한다기보다는 이야기되는 과정, 이야기하는 행위 자체를 의미한다”와 “플롯에 의한 스토리의 담론화 과정이 곧 스토리텔링이라는 것이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준비한 이야기는 언제든지 변주될 수 있는데, 그 담론화 과정은 바로 참가자들의 반응과 맞물려야 한다. 그래야 야외 활동이 지루하지 않게 된다.(본문 40~41쪽)

5월에 백악산을 넘은 뒤 6월은 인왕산으로 정했는데, 인왕산 정상으로 가는 코스는 피했다. 그보다 하늘이 보일락 말락 하는 숲속에 잠기고 싶었다. 인공 건물에서 숲, 그 숲에서 다시 인공 건물로 나오는 코스를 통해 우리의 현실을 직시하는 시선을 얻어가려고 했다. 그것은 큰 그림에서 인지해낸 생태감수성이 아니라 나무를 어루만지며 몸속 깊이 울림을 주는 감각 열기를 시도해 보는 것이었다. 그래서 굳이 주제를 정한다면 ‘시선과 울림’이 되겠지만, 명확하게 하지는 않았다. 답사 때 본 표지판 때문이었다.(본문 147쪽)

이어 대학로와 낙산공원에 대한 변화 과정을 쭉 훑고는 느티나무 앞에 있는 구 공업전습소 목조 건물을 돌아 종로구 아름다운 나무인 향나무 앞에 선다. 심재에서 향이 나서 향나무라고 불린다는 나무 앞에서 또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까? '나무처럼 생각하기'라는 책에서 읽은 “보이는 현실과 보이지 않는 나무는 땅의 물질성과 하늘의 정신성을 연결한다”라는 문장을 응용한다.

“보이는 건물만 자꾸 짓다 보니 물질성만 우선시하면서 사는 것 같습니다. 도시에서 점점 사라지는 나무를 자꾸 기억해 내면 정신성이 풍부한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삶과 죽음을 향불로 이어주는 이 향나무 앞에서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는 내용 같아 공유했습니다.”(본문 238~239쪽)

숲해설가이자 문화해설가인 김서정 작가는 1966년 강원도 장평에서 남자로 태어났고,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일어교육과를 졸업했다. 여기서 굳이 ‘남자’라고 밝히는 것은 많은 분들이 이름만 보고 여자로 오해하기 때문이다.

1992년 단편소설 '열풍'으로 제3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소설가 타이틀을 얻게 된 뒤 민족문학작가회의(현 한국 작가회의) 회원으로 가입하고는 장편소설 '어느 이상주의자의 변명'을 출간했다. 판매 저조와 문학 재주가 미미함을 알고 출판사에 몸담았다.

출판 전 과정에 걸친 일은 모두 해보다가 40십대에 프리랜서 생활을 시작했다. 외주 편집자 및 윤문 작가로 생계를 이어가던 도중 북한산을 만나게 되었고, 산 밑에서 막걸리나 마시던 사람이 일수 도장 찍듯이 북한산을 다녔다. 그때 문득 다시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가 차올랐고, 그 결과 소설이 아닌 산문집 '백수산행기' '나를 살리고 생명을 살리는 다이어트' '분단국가 시민의 평화 배우기'를 출간했다. 또 어린이를 위한 인물 이야기 '신채호' '김구' '마의태자'도 냈다.

글쓰기가 삶에 큰 힘을 준다는 것을 알고 이를 정리한 '나를 표현하는 단숨에 글쓰기'를 내고는 도서관, 신문사 등에서 글쓰기 강사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이후 글쓰기 업그레이드 실천법인 '쓰면 는다'를 내고는 산림문화콘텐츠연구소에서 숲해설가를 위한 글쓰기 교실인 ‘쓰면서 다듬는 스토리텔링’ 강의를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한지안 기자  hann923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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