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 신문 한지안 기자]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5월 인도분 가격이 마이너스로 폭락하면서 키움증권 등 증권사들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 한때 전산오류를 일으켰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1일 새벽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유안타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등 일부 증권사 HTS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원유선물 가격이 마이너스가 된 것을 인식하지 못하면서 전산 오류가 발생해 일부 개인 투자자들이 강제 청산을 당했다.

20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거래되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 대비 305.97% 폭락한 배럴당 마이너스 37.63달러에 장을 마쳤다. 5월물 만기를 하루 앞두고 6월물로 갈아타는 롤오버(Rollover) 현상에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가 됐다.

CME는 앞서 15일 유가 하락에 대비해 마이너스 선물 호가 및 주문 시스템을 개발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다만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에게는 해당 메일이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청산 시도에 나섰지만 전산 오류로 마이너스 입력이 불가능해지면서 5월물을 팔고 6월물을 매수하는 롤오버도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후 선물가격이 하락하면서 고객 계좌의 평가액이 증거금보다 낮아져 증권사들이 추가 증거금을 요구하는 마진콜이 발생했고, 결국 강제청산하는 캐시콜로 이어졌다.

이에 따른 키움증권의 손실규모는 1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다수의 증권사들은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 피해를 막아낸 반면 키움증권은 시스템 보완이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해를 본 투자자들은 이번 사고가 CME가 메일을 보냈음에도 증권사들이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탓이라고 보고 있다. 반면 증권사들 해당 공문이 중개사인 국내 증권사들에겐 전달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와 관련, 전산오류 내용 등 상황을 파악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지안 기자  hann923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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