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아베 일본 총리의 요청으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도쿄하계올림픽ㆍ패럴림픽의 ‘1년 연기’를 발표하면서 일본에서는 “취소를 피할 수 있었다”는 안도와 7월 개최를 준비해 온 지방자치단체 등의 실망이 교차하고 있다.

일본 정부 등은 최악의 경우를 피했지만 연기에 따른 추가 비용과 자원봉사자 등 인력 추가 확보, 행사장, 호텔 예약 취소와 티켓 환불 등 해결할 문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올림픽 연기에 따른 문제

일단 올림픽을 예정대로 개최했을 경우 올해 국민총생산(GDP)의 부양효과가 약 2조엔(약 22조원) 안팎의 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일본의 경제전문가들이 예측한 연내 올림픽 경제상승 효과 전망은 일단 사라졌다.

그 대신 올림픽이 1년 연기됨에 따른 경제 손실은 6400억엔(약 6조4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추산하고 있다. 실제 올림픽조직위 등 관련 직원들의 내년까지 근무기간이 늘어나면서 인건비가 늘어난다. 현재 올림픽조직위에는 350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는데 이들의 급여만 해도 무려 총 40억2600만엔이며 내년까지 지급해야만 한다.

올림픽 선수촌은 개최 후 리모델링을 거쳐 5600세대의 민간 아파트로 전환하는데, 2023년 3월로 예정된 입주 시기가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7월부터 판매가 시작돼 계약이 완료된 물량이 적지 않아 입주 연기에 따른 손실보상이나 손해배상의 문제가 제기될 것이다.

일반 소비자들과 직접 관련된 문제로는 우선 입장료 티켓, 호텔 및 항공권 취소에 따른 환불문제가 초미의 관심사이다. 현재 550만장이 판매된 티켓을 내년 개최까지 유효한지 환불이 가능한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올림픽조직위원회는 참가 선수와 취재진 등을 위해 360여개 호텔 4만6000여개 객실을 예약했다. 그러나 연기 발표로 대량 취소가 불가피한 가운데 취소 수수료도 문제가 될 전망이다.

일본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당초 올해 개최 예정이었던 도쿄올림픽을 내년으로 미뤘지만, 이 마저도 개최를 장담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 언론사는  4월 11일 무토 도시로(武藤敏郞) 도쿄올림픽 조직위 사무총장과의 기자회견에서 “내년 7월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통제할 수 있을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며 “개최 여부를 확실히 답변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보도하였다.

티켓 환불은 당연하다

2020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측은 당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로 올림픽 개최가 취소될 경우 티켓 환불이 불가능하다고 밝혀 소비자들의 불만을 샀다.

올림픽 티켓 약관에 “취소의 원인이 불가항력적인 경우에는 의무 불의행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약관은 자연 재해, 전쟁, 폭동, 반란, 내전, 테러, 화재, 폭발 사고, 홍수, 절도, 고의로 인한 손해, 파업, 출입 제한, 기후, 3자에 의한 금지 행위, 국방, 공중 위생과 관련한 긴급 사태, 국가 혹은 지방공공단체의 행위나 규제 등을  ‘불가항력적인 원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공중 위생과 관련한 긴급 사태’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공중위생과 관련된 긴급사태’를 자연재해와 전쟁 등과 동등한 일반적인 불가항력으로 규정하여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은 소비자인권보호의 헌법적 가치를 무시하는 법의 일반원칙에 위반되는 무효가 될 수 있는 규정이라고 비난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지금은 개최국인 일본의 아베총리의 요청과 국제올림픽위원회의 동의로 올림픽이 연기되었기 때문에 모든 티켓에 대한 소비자의 환불요구권은 당연한 권리이다. 또한 티켓을 구입한 소비자에게 아무런 귀책사유가 없기 때문에 이행불이행이나 이행지체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도 법리적인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만약에 1년 뒤에도 올림픽이 열리지 못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될 것인가?  물론 그때 가서 열리지 못하는 사유를 면밀히 검토하여 판단할 문제이지만 원칙적으로는 소비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 티켓 환불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티켓환불 등 손실은 누가 부담하나?

올해 7월 개막 예정이던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이 내년으로 연기되면서 일본 정부는 막대한 재정 부담을 지게 되었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참화를 극복하고 일어선 모습을 전 세계에 알리고 다양한 이벤트로 경제상승 효과를 기대했던 일본정부는 큰 타격을 입게 되었다.

올림픽 연기로 기존 계약을 취소하고 재계약하거나, 내년까지 계속 빌리는 방안 등을 고려할 때 추가비용이 계속 들어갈 것이다, 이미 계약한 이벤트의 일정 변경이나 취소 때도 관련 업체에 손해배상을 지불해야 한다.

도쿄올림픽조직위는 자연재해에 대비한 예비비로 270억엔(3105억원)을 편성해 놓았지만, 올림픽 연기에 따른 예상 추가 비용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추가비용을 국제올림픽 위원회(IOC)도 부담할 것인가? 아마도 국제올림픽위원회는 올림픽 연기에 따른 비용을 부담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올림픽 연기는 3월 24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간의 전화 통화에서 결정됐다. 아베 총리는 바흐 위원장에게 올림픽을 1년 정도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제안했고, 바흐 위원장도 이에 전면적으로 동의했다고 밝혀졌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의 요청에 IOC가 응답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물론 2020 도쿄올림픽의 연기에 대해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이 책임을 요구했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측은 이번 연기사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으로 인해 국제올림픽 위원회가 올림픽 연기를 내년으로 공식 발표했다는 이유를 들어 책임을 전가하려고 한다.

모리 위원장은 "IOC는 돈을 (최대한) 내지 않으려 하고 있지만 이번 문제는 누구 하나의 책임이 아니다"라며 "도쿄도, 조직위원회, 일본 정부에도 책임이 있지만 동시에 IOC도 책임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관철되기 어려울 것이다. 캐나다와 호주, 뉴질랜드가 잇달아 올해 열리는 올림픽에는 참가하지 않는다고 보이콧 선언이 이어지고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으로 선수와 관중의 불안감이 증가하자 일본 총리의 공식 제안으로 국제올림픽 위원회가 승낙하는 형식으로 연기가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올림픽 일정을 내년 7월로 연기했지만 2021년에는 7, 8월에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있으며 2022년에는 카타르 월드컵이 열린다. 카타르 월드컵이 11월에 열리지만 그 기간까지의 선수 선발 등에서 문제가 생기고 추가로 발생할 비용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최근까지도 후쿠시마 성화 봉송로와 선수단 시설, 올림픽 주요 경기가 열리는 도쿄만 일대 등이 여전히 기준치의 6~10배가 넘는 방사능으로 오염됐다는 보도와 함께 코로나19 대응의 문제점이 전 세계에 드러난 상황이기에 올림픽이 1년 후에 열린다고 해도 또다시 ‘보이콧’ 움직임이 전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수들이 참여한다고 해도 관광객들이 오지 않으면 적자 올림픽은 불보듯 뻔하다.

어떤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소비자의 권리는 침해받지 않아야 할 헌법상의 기본적 인권임을 강조한다.

연기영 동국대 명예교수  yeunky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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