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신세계그룹이 정용진 부회장의 ‘미래 유통’ 실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존 오프라인 유통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시작된 ‘네오’ 프로젝트에 1조7000억원을 들여 온라인 유통망을 확대하는 한편 이마트와 신세계아이앤씨를 통해 ‘리테일테크’ 구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29조2427억원의 매출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그룹의 새로운 유통 플랫폼에 대한 시도가 본격 시작된 2014년 17조6117억원에서 2018년 26조7219억원으로 50% 넘게 성장했고, 올해는 매출 30조 원 돌파를 예상하고 있다.

이를 위해 그룹은 올해 이마트와 스타필드, 네오 물류센터 등 그룹의 미래먹거리를 위한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다. 우선 이마트는 올해 8450억원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기존 140여개 점포 중 30%인 40여 곳을 쇼핑몰처럼 바꾸기로 했다. ‘고객의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정 부회장의 철학에 따른 결정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점포 내 약 40% 면적만 대형마트 기능에 집중하고 나머지 면적은 맛집 거리, 패션 매장, 카페, 서점 등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정 부회장이 공들인 교외형 복합쇼핑몰 스타필드는 지난 2016년 하남점으로 시작해 현재 6개점(스타필드 하남·코엑스몰·고양 등 3개점, 스타필드시티 위례·부천·명지 등 3개점)을 운영 중이다. 그룹은 올 하반기 안으로 스타필드 안성을 개장하고 2024년 스타필드 청라점의 문을 연다는 계획이다. 스타필드 창원도 향후 개장 예정이다.

이에 더해 신세계그룹은 오는 2023년까지 1조7000억 원을 투자해 SSG닷컴의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네오를 7개 더 건설하기로 했다. ‘네오’는 ‘차세대 온라인 스토어(NE.O, Next generation Online store)’의 약자다. 그룹은 지난 2014년부터 경기도 용인시에 네오001을, 김포시에 2016년부터 네오002를 운영해왔다. 지난해 말 네오003도 가동시켰다.

네오센터는 주문에서 배송에 이르기까지 과정의 80% 이상을 자동화 설비로 운영한다. 한 시간에 수천 건, 하루 수만 건의 주문을 처리할 수 있다. 신세계 그룹은 이를 바탕으로 SSG닷컴의 온라인 쇼핑 물량과 배송가능 지역을 확대하고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을 키워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에 더해 신세계그룹은 최근 신세계아이앤씨와 이마트의 협업을 통해 정용진 부회장이 그리고 있는 유통 미래상에 리테일테크를 접목시키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리테일테크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사물인터넷 등 최신 기술을 유통 매장에 구현하는 것을 말한다.

신세계아이앤씨는 지난해 9월 김포시 장기동에 국내 최초 자동결제 셀프매장을 성공적으로 오픈했다. 셀프매장은 신세계아이앤씨와 이마트24가 협력해 공동으로 운영하며 별도의 상품 바코드 스캔·결제 등의 과정 없이 고객이 쇼핑 후 매장을 나가면 SSG페이로 자동 결제되는 미래형 유통 매장이다.

매장에 설치한 30여대의 카메라로 습득한 영상을 분석하는 기술인 ‘컴퓨터 비전(Computer Vision)’과 이를 통해 매장에서 판매하는 모든 상품의 모양, 무게 등 다양한 정보를 딥러닝(Deep Learning) 기반 AI로 학습시켰다. 여기에 간편결제 플랫폼인 SSG페이와 클라우드 기반 POS 시스템을 접목해 자동결제 기술을 선보였다.

그룹의 이같은 미래 유통 구현은 올해 초 정 부회장의 신년사에서 강조된 ‘고객의 중요성’을 고려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정 부회장은 앞서 수익성 있는 사업 구조, 고객에 대한 ‘광적인 집중’, 미래성장을 위한 신규사업 발굴 등 세 가지 역량에 집중해 줄 것을 당부하고 “결국 답은 고객의 불만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 한 바 있다. 또 “빠르게 변화하는 유통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목소리로 중심을 잡아야 한다”며 “고객 입장에서 무언가 충족되지 못한 것, 무언가 만족스럽지 못한 것을 찾아 개선하고, 혁신하는 것이 신세계그룹의 존재 이유”라고 밝히기도 했다.

SSG닷컴 공평동 센트로폴리스로 이사...정용진 부회장 집무실 마련 검토

한편 SSG닷컴은 회현동 메사빌딩을 떠나 공평동 센트로폴리스로 이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부회장의 사무 공간도 이곳에 업무 공간을 마련키로 했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SSG닷컴은 내달 말 종각역 근처 센트로폴리스로 사무실을 이전한다. 현재 신세계백화점과 함께 남대문 근처 메사빌딩에 자리잡고 있지만 회사가 외형적 성장을 지속 추구함에 따라 현재의 공간은 너무 비좁다는 판단 하에 짐을 싸기로 했다.

회사 내부에서는 SSG닷컴 내에 정 부회장의 방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성수동 이마트 본사에 집무실을 두고 있지만 SSG닷컴이 신세계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취급되는 계열사인 만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부회장은 지난 2018년 온라인 사업에 1조원 규모 투자를 유치하면서 “지금까지 신세계그룹의 성장을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가 담당해 왔다면 앞으로의 성장은 온라인 신설법인이 이끌게 될 것"이라며 "그룹의 핵심 역량을 모두 집중해 온라인 사업을 백화점과 이마트를 능가하는 핵심 유통 채널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정 부회장이 이끌고 있는 이마트는 1분기 매출이 3조4661억원으로 전년 동기 3조3233억원보다 4.3% 증가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70% 가까이 하락하며 실적이 악화됐지만 이후 삐에로쑈핑과 부츠를 폐점하는 등 구조조정에 돌입하고 창고형 매장인 트레이더스와 온라인 몰인 SSG닷컴에 집중해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마트대형마트 총매출은 2.1% 감소했지만 트레이더스 총매출은 21.8% 늘었다. PB브랜드 매장 노브랜드 총매출도 9.7% 증가했다. 3월 매출은 1조817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793억원 대비 0.2% 상승했다.

한지안 기자  hann923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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