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코로나 19의 맹위가 꺾인 근래, 우리 고대사의 보고인 ‘삼국유사’에도 바이러스가 등장한다.

신라 헌강왕이 개운포(지금의 울산)에서 놀다가 돌아가는 길에 동해 용의 조화로 갑자기 나타난 구름과 안개가 자욱해 길을 잃었다. 점술가에게 이유를 알게 된 왕이 조화를 부린 용을 위해 근처에 절을 지으라고 하자 동해의 용이 아들들을 거느리고 나타나 풍악을 울리며 춤을 추며 왕의 덕을 칭송하며 감사한다.

아울러 아들 처용에게 왕을 따라 가서 정사를 돕게 하였다. 경주로 돌아온 왕은 처용에게 아름다운 미인을 소개하여 결혼을 허락하고 6두품 이상만 받을 수 있는 신라 17관등 가운데 9위인 급간(級干)의 벼슬까지 주었다.

아름다운 아내를 흠모한 역신이 사람으로 변해 밤에 몰래 그 집에 가서 동침하였다. 이 때 집으로 돌아온 처용은 두 사람이 누워 있는 것을 보고 화를 내지 않고 도리어 기뻐하며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었다.

이에 역신은 감동을 받아 처용의 집에는 다시는 안오겠다고 맹세를 한다. 그래서 신라사람들은 처용의 모습을 그린 부적을 문에 붙여 역신을 물리쳤다고 한다. 이탈리아 가극작곡가 주세페 베르디의 주옥같은 오페라보다 더 서사적이며 희화적인 이 설화의 의미는 무엇일까?

21세기 급성장한 선진의료체계로도 백신은 물론 치료제조차 만들지 못하는 요즘보다, 천백여년전의 고대 신라사회에서는 전염병의 정체가 코로나 19인지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바로 그때, 바이러스로 인한 전염병의 창궐은 민중의 생존은 물론 왕조의 흥망까지 좌우할 정도의 큰 사회적인 이슈가 아닐 수 없었다.

당연히 마을은 록다운(lockdown:봉쇄)되었고 두말할 필요없이 자연적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이뤄졌을 것이다. 아니 집문밖으로 나오는 것 조차도 금지되었을 것이다. 이런 봉인의 의미로 대문밖에는 처용의 부적이 붙여졌을 것이며 어떠한 경우라도 이것이 찢어지면 집밖으로 출입한 것으로 간주되어 아마도 무사하지 못했을 것으로 이해된다.

이런 엄중한 봉쇄가 있었기에 몇 달이 지나 전염병은 차츰 안정이 되었을 것이며 그 후에 축하의 의미로서 널리 처용무와 처용가가 울려퍼졌을 것이다.

그러한 내용은 당시 생활문화 즉 민속으로 삼국유사에 채록된 것이라고 보면 맞는 해석이 아닐까 싶다. 그러고 보면 동굴속에서 21일간 마늘과 쑥으로 생활해 온 우리 단군신화에 등장하는 호랑이와 곰, 아니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의 수호랑과 반다비 역시 자가격리의 달인이 아니었을까 싶다.

특히 끝까지 인내심을 발휘해서 우리 신화의 어머니가 되어준 웅녀의 DNA가 자랑스러운 시기가 되었다.

고대에는 전염병을 온역(瘟疫)이라고 해서 ‘고온이 나는 돌림병’이라는 의미를 가졌다. 중국에서는 ‘의로운 병(义病)’이라고 해서 역병은 빈부격차,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찾아오고 증상이 같다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과거나 지금이나 ‘면역력’이나 ‘건강이나 영양상태’ 등을 고려해 볼 때 매우 부적절한 말이 아닐 수 없다. 최근 미국의 사망자 통계를 보더라도 돌림병이야 말로 귀족이나 양반 등 상위계층이 아닌 흑인 등 수많은 민중의 희생과 가족들의 여읨을 강요한 가장 슬픈 재난이었다.

앞서 처용신화에서 보았듯이, 처용의 부인과 역신의 동침은 사람이 지켜야할 기본적인 윤리라고 할 수 있는 부부가 지켜야 할 의무의 파괴로서의 불륜과도 관련이 있다. 어떤 의미에서 돌림병은 사회의 분위기가 흥청망청하며 천지개벽 이전의 혼돈의 상태인 파천황적으로 흘러갈 때 인간에게 신이 주는 경계의 메시지라는 의미를 가진다.

21세기에 그런 해석 자체가 탈시대적이며 비시대적인 발상으로 간주될 수 있으나 인간의 근본적인 의식 저변에는 그런 양심의 회복을 통해 셀프면제부를 발부하고자 하는 욕망이 자리잡고 있다.

결국 우리 인간의 도덕적인 생활의 회복이 전염병의 치료에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믿음이 존재하는 것이다. 결국 돌림병은 우리 인간들이 저지른 비윤리적인 행위들에 대한 신의 징벌과 경계라 인지하고 우리들이 진심으로 잘못된 과거를 반성하고 참회하면 나을 수 있다는 과학적인 근거가 없는 미신에 가까운 고대적인 샤머니즘적인 신앙형태가 우리 인류의 마음 깊이 존재하는 것은 아마 사실일 듯싶다.

그러한 의미에서 아내의 불륜을 보고도 처용이 보인 군자의 모습은 인간성의 회복을 넘어 용서와 화해의 메시지 나아가 더 큰 사랑으로서의 자비를 전하고 있다.

코로나 19로 인해 우리네 인생은 무척 많이 변화하고 있다.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언젠가 끝나거나 어쩌면 전에도 있었지만 앞으로도 동행할 바이러스의 창궐에 대해 넷플릭스의 킹덤 2시즌은 참으로 새로운 메시지를 전한다.

난리를 수습하고 백성을 구제하기 위해 분투하며, 위기 상황에서 왕권 즉 권력이 아닌 국민을 보호하는 국가(왕)의 역할을 다하고자 하는 군자로서 도학정치에 가까운 참다운 정치이념을 가진 세자 이창(주지훈 역)의 헌신과 슈바이처 못지 않은 의녀 서비(배두나 역)의 자세, 그리고 목숨을 희생하는 의병장 안현대감(허준호 역)과 백성들의 모습은 우리가 가져야 할 새로운 공동체 윤리의식까지 보여주고 있다.

시대적 흐름에 역행한다고 할지라도 다시 천백여년전으로 돌아가는 타임캡슐을 타게 된 우리. 민심은 천심이고 그 하늘이 우리에게 내린 재앙이 코로나 19라고 한다면, 우리가 지켜야 할 의무로서 마음의 부적을 집의 문과 신발에 붙여서 최소한으로만 이동하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울러 무엇이든 간에 각자가 제자리에서 해야 할 일을 충실히 그리고 묵묵히 수행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 19로 국민적인 호응과 함께 드라이브스루, 워킹스크 그리고 진단키트 기술과 생산력에서 글로벌 이니셔티브(주도권)를 쥔 우리나라가 백신과 치료제까지 개발하여 세계인이 즐겨 읽게 될 신처용 아니 신한국신화를 만들어가기를 기대해 보며, 보이차를 빈 잔에 채우고 마시며 또 비우며 즐거운 상념에 잠겨 본다.

중국인에 대한 입국금지를 단행하지 않았던 보답으로 하반기에 방문하는 시진핑 주석이 코로나 19에 대한 세계인의 질시를 피하기 위해 우리나라에게 줄 선물이 매우 클 것이며, 그것이 우리 경제는 물론이며 통일은 아니더라도 남북평화에 커다란 기여를 할 것임을 의심의 의지가 없다. 그것이 코로나 19에 담아보는 우리의 염원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하도겸 나마스떼코리아 대표  dogyeom.h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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