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

[여성소비자신문 한고은 기자] 지난해 매출액이 11조원을 돌파하고 순이익 5545억원을 기록하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메리츠종금증권(대표이사 최희문)에 대한 업계 시선이 심상치 않다.

유안타증권은 지난 6일 메리츠증권 리서치를 통해 투자 의견은 매수를 유지하지만 목표가를 기존 5000원에서 4500원으로 하향 조정하고 올해와 내년 이익 추정치도 각각 13.3%, 7.8%씩 하향 조정했다.

이처럼 메리츠의 성장세가 ‘주춤’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데는 그간 효자노릇을 해온 부동산PF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메리츠는 그동안 적극적인 부동산PF 보증을 통해 수수료로 수익을 불려왔다.

그러나 그 결과, 부동산PF를 포함한 우발채무 규모는 작년 말 기준으로 8조5천328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자기자본 4조원 규모보다 2배나 많은 수치로 전해진다.

기존에는 증권사의 주요 수익원은 주식매매 등이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면서 수익 구조를 변모시켜왔다. 부동산PF 역시 그 중 하나다. 건설업이 약화하면서 신용이 약해진 건설사들의 보증이 막히자, 증권사가 신용공여인 부동산PF 보증을 서주기 시작하며 수수료를 통해 수익을 올리게 된 것이다.

초반에는 아파트 등 기초자산을 통한 유동화 증권의 차환발행에 주로 보증을 섰지만 수수료가 낮고, 건축경기 시장이 활발해짐에 따라 유동성공여 비율은 줄고 이와 같은 신용공여 비중이 커지게 됐다.

신용공여인 만큼 최종적인 모든 리스크는 보증을 서준 증권사가 책임을 져야 하므로 증권사의 입장에서는 단기간에 수익을 올리기 좋지만 반면에는 우발채무라는 미래의 빚을 지고 있는 리스크가 될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 등 경기 침체로 부동산 시장이 요동치는 상황에서는 거대한 빚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진다.

금융당국도 금융시장의 불안전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판단하며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부동산PF익스포저 건전성 관리 방안’을 발표하면서 오는 7월부터 증권사의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채무보증 한도를 조정해 2021년까지는 100%로 제한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위험 노출액 ‘익스포저’를 줄이도록 조치한 것이다. 현재 100%를 넘는 증권사는 메리츠 한 곳이다.

이에 부동산PF를 포함한 거대한 규모의 우발채무를 갖고 있는 ‘부동산PF 공룡 증권사’인 메리츠증권이 증권업계에서는 ‘경계대상’으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유안타증권 정태준 연구원도 리서치에서 “부동산PF 규제로 인해 PF 익스포저 셀다운(재매각)이 급한 가운데 코로나19로 인해 업계 전반적으로 셀다운이 지연된 상황”이라며 현 상황을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만나 부동산 시장의 위축 상황에서 위험회피 성향이 증가하고 셀다운이 지연돼 해당 규제가 완화되지 않는 이상. 염가에라도 익스포저를 처분할 수밖에 없는 압박이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규제 발표 후 메리츠는 채무를 줄이기 위해 1조원 규모의 부동산PF를 셀다운 했지만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아울러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항공업계에 메리츠가 투자한 액수도 상당하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항공기펀드 형태로 2조6000억원 규모를 투입한 바 있어 리스크가 더 높아진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메리츠가 짊어진 거대한 우발채무가 실제의 빚으로 돌변해 재무건전성에 악영향을 끼쳐 ‘악재’가 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의 부동산PF 보증은 ‘미래’를 예측할 수 없어 사실상 매우 위험한 형태의 빚이기도 하다”면서 “국내외 경제가 유기적으로 맞물린 상황에서 이러한 전 세계적 위기가 닥치면 글로벌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하고, 증권사는 위험도가 높은 자산 불리기를 멈춰 금융시장 불안정을 야기하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고은 기자  h9@wsobi.com

<저작권자 © 여성소비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