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오피니언 칼럼
[왕성상의 그 노래 그 사연] 박재란의 ‘산 너머 남촌에는박재란 1965년 취입해 히트…일제강점기 한민족 이상향 그려, 1927년 ‘조선문단’에 발표된 김동환 서정시가 노랫말로 쓰여
왕성상 언론인/가수 | 승인 2020.04.09 10:05

[여성소비자신문]고향의 봄 냄새 물씬 나는 가요 ‘산 너머 남촌에는’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해마다 봄바람이 남으로 오네
아~ 꽃피는 사월이면 진달래 향기
밀 익는 오월이면 보리 내음새
어느 것 한 가진들 실어 안 오리
남촌서 남풍 불 때 나는 좋데나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저 하늘 저 빛깔이 저리 고울까
아~ 금잔디 너른 벌엔 호랑나비떼
버들가 실개천엔 종달새 노래
어느 것 한가진들 들려 안 오리
남촌서 남풍 불 때 나는 좋데나

봄이 익어가고 있다. 김동환(金東煥, 1901년 9월 27일~1958년 / 함경북도 경성 출생) 작사, 김동현 작곡, 박재란(본명 이영숙) 노래 ‘산 너머 남촌에는’은 계절분위기에 맞는 대중가요다. 봄철 고향냄새가 물씬 난다. 노랫말에 나오는 곳으로 가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노래 2절까지만 가사로 사용

1965년 첫선을 보여 히트한 이 노래 가사는 시인 김동환이 1927년 ‘조선문단’에 발표한 서정시 구절이다. 시는 3절(‘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 배나무 꽃 아래엔 누가 섰다기 / 그리운 생각에 재에 오르니 / 구름에 가리어 아니 보이네 / 끊었다 이어오는 가는 노래는 / 바람은 타고서 고이 들리네’)까지로 돼있다. 하지만 노랫말엔 1절, 2절만 나온다.

이 노래는 음반이 나오고 방송을 타자 대중에게 궁금증을 주면서 인기를 더했다. “남촌이 어디에 있는 마을인거야?”, “남촌에 정말 가보고 싶네!” 하는 생각을 갖게 하면서 히트곡 대열에 올랐다.

노래 속의 남촌은 과연 어디일까.

김 시인이 그리던 꿈의 나라를 말한다. 민초들이 바라는 지상낙원과 이상적인 세계다. 중국 진나라 시인 도연명(陶淵明, 365~427년)은 ‘도화원기(桃花源記)’에서 무릉도원(武陵桃源)을, 영국 인문학자 토머스 모어(Thomas More, 1478~1535년)는 유토피아(Utopia)를 꼽았다.

반면 김 시인은 일제강점기로 어려움을 겪는 한민족의 이상향을 ‘산 너머 남촌’이라고 했다. 나라를 잃은 힘든 현실에서 산 너머 있는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며 꿈과 희망, 용기와 힘을 준 것이다.

노래를 들으면 봄 하늘 구름밭에 숨어 우는 종달새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봄을 맞은 처녀총각들 춘심(春心)도 엿보인다.

시인의 고향풍경이 담겼을, 쉽고 고운 이 시로 노래한 박재란은 많은 이들의 가슴을 적셨다. 노래멜로디도 잘 만들어졌다는 평가다. 가볍고 경쾌한 스윙리듬에다 전주와 간주에 하와이언 기타연주가 이어져 부드러운 느낌이 든다. 못갖춘마디에 라장조 4분의 4박자와 4분의 2박자가 적절히 섞여 노래가 맛깔스럽다. 한 가지 박자로 나가는 대부분의 일반가요들과 다른 맛을 준다.

같은 제목 드라마도 2년여 방영

이 노래는 이미자, 하춘화 등 다른 가수들도 취입해 더 많이 알려졌다. 2012년 노래와 같은 제목의 드라마(‘산 너머 남촌에는’ 시즌2)도 나왔다.

KBS-1TV가 2012년 5월 20일~2014년 12월 28일 매주 일요일(오전 9시 10분) 방영한 128부작으로 농촌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젊은 부부와 마을사람들 이야기를 그렸다. 우희진(최영희 역), 김찬우(김철수 역), 신유민(김보라 역), 김창숙(이순덕 역), 송기윤(김일만 역) 등이 출연해 사랑받았다.

 ‘산 너머 남촌에는’을 부른 박재란(1938년생)은 여성가수 겸 작사가, 영화배우다. 1957년 KBS 제4기 전속가수로 가요계에 발을 디뎠다. 목소리가 맑고 아름다워 ‘꾀꼬리’로 불렸다. 미모에다 부지런해 데뷔 후 얼마 되지 않아 톱 가수반열에 올랐다.

가창력, 음악성, 귀여움까지 갖춰 그 시절 상종가를 쳤다. ‘산 너머 남촌에는’ 노래 덕에 요즘의 소녀시대나 아이돌 못잖게 유명했다. 그는 ‘밀짚모자’, ‘럭키모닝’, ‘맹꽁이 타령’ 등 히트곡이 많다.

KBS가 1958년 광복절을 맞아 문예작품을 모집, 박서림의 명작을 드라마로 엮어 주제곡 없이 방송했으나 곧이어 나온 영화에선 박재란이 주제곡을 불러 화제였다. 영화 덕분에 취입곡마다 히트했다. 그는 패티김, 현미 등과 함께 그 무렵 고급문화를 접하고 싶은 층들로부터 인기였다. 무대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고 노래를 불렀던 다른 가수들과 달리 살짝살짝 귀여운 율동을 곁들여 점수를 많이 땄다. 1960년대 들어 TV방송시대가 열리면서 더욱 잘 나가는 ‘바쁜 몸’이 됐다.
그러나 우리네 삶엔 좋은 일만 있지 않는 법. 방송출연, 공연, 음반취입, 영화출연이 겹치면서 건강이 나빠지고 가정 일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국내․외를 오가며 대중들 사랑을 받았지만 개인적으론 불행의 싹이 터 어려움을 겪었다.
 
노랫말 작시(作詩)한 김동환, 기자로 뛰다 잡지 창간

노랫말을 쓴 김동환 시인은 우리나라 최초 서사시 ‘국경의 밤’을 썼다. 아명은 삼룡(三龍), 아호는 파인(巴人). 6남매 중 장남인 그는 경성보통학교를 졸업, 1916년 서울로 와 중동중학교를 다녔다.

1921년 일본으로 가 도요대(東洋大) 영문과에 들어갔으나 1923년 관동대지진으로 학교를 그만두고 귀국해 함경북도 나남에 있는 북선일일보와 동아일보, 조선일보 기자로 뛰었다.

1929년 이광수, 주요한과 함께 ‘삼인시가집’을 펴냈다. 그해 종합잡지 ‘삼천리’를 창간하고 민족주의 입장에 선 그는 1937년부터 황국신민화운동을 벌이는 등 친일성향의 글을 썼다.

1938년엔 순문학지 ‘삼천리문학’도 펴냈다. 광복 후 친일행위가 문제돼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로 넘겨져 공민권을 제한받다 6·25전쟁 때인 1952년 7월 납북됐다.

‘산 너머 남촌에는’ 노래제목과 비슷한 가곡 2곡이 더 있다. 박찬석(1922년 3월 23일~2009년 7월 30일, 완도 태생) 작곡의 ‘남촌’과 김규환(1925년 8월 24일~2011년 1월 16일, 평양 태생) 작곡의 ‘남촌’(1975년)이 그것이다.

두 사람은 많은 예술가곡 작곡가들이 이 가사에 사랑을 줬음에도 선뜻 작곡하지 못한 건 대중가요작곡자 작품으로 이 노래가 널리 알려져 있어 부담이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박찬석은 박재란의 노래가 인기절정에 있던 때로부터 10여년 뒤 작곡했다. 라장조, 4분의 4박자와 마지막 악절에 4분의 2박자로 끝을 맺었다. 낭만적 시상(詩想)이 적절히 담긴 훌륭한 가곡으로 만들어졌다. 노래풍은 향토색 짙은 한국적 냄새가 나지만 바탕은 서양 작곡기법을 썼다. “유행가바람이 잔잔해지길 3~4년 기다렸다가 악상을 다듬어 10년 만에 이 곡을 만들었다”는 생전의 후일담이 전해진다.

김규환 작곡한 가곡 ‘남촌’ 음악교과서 수록

또 다른 가곡 ‘남촌’은 1980년 김규환 작곡으로 고등학교 음악교과서까지 실렸다. 못갖춘마디 4분의 4박자, 다장조다. 곡 흐름을 점점 느리게, 본디 빠르게, 여리게, 점점 세게를 섞으며 4월의 꽃향기, 5월의 보리냄새 등 자연의 변화와 사물을 관찰하는 시적표현을 음악적으로 잘 버무렸다. 2부, 3부 합창곡으로도 편곡돼 합창단연주 때 빠지지 않는 가곡이다.

  김규환은 KBS어린이합창단 지휘자, 교사, 교수, 한국작곡가협회 상임고문 등을 지냈다. 합창편곡자, 민요채보자로도 이름난 작곡자다. 음악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이 ‘남촌’을 박재란 의 ‘산 너머 남촌에는’과 비교하며 가르치기도 한다.

-필자 왕성상은 마산중·고,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신문방송대학원을 나와 1979년 한국경제신문 기자를 시작으로 언론계에 몸담고 있다. 특히 ‘남인수가요제’ 우수상을 받아 한국연예협회 가수분과위원회 등록(865호), ‘이별 없는 마산항’ 등을 취입했다. ‘기자가수’로 노래관련 강의와 무대에 서면서 글을 쓰고 있다. 20년 가까이 전국을 다니며 노래봉사에 열심이다.-

 

 

왕성상 언론인/가수  wss4044@hanmail.net

<저작권자 © 여성소비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