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 2020.10.29 목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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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방관 먹고 자란 디지털 성범죄, 10년간 23배 늘어N번방 사건 논란에 범정부 대응 나서
한고은 기자 | 승인 2020.03.27 18:18
사진제공=뉴시스

[여성소비자신문 한고은 기자] 최근 이른바 N번방 사건이 뉴스를 통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대중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기존의 성폭력 가해자가 일면식이 있는 가까운 지인 등으로부터 이루어진 것과 달리 이 새로운 성범죄는 온라인 공간에서 익명의 상대로부터 여성의 신상과 정보를 인질로 폭력을 일삼는다. 이 N번방 사건은 IT강국의 어두운 그림자라는 측면에서부터 인성교육의 부재, 가부장적 문화, 뿌리 깊은 여성혐오 인식, 미비한 아동인권 등 다층적인 문제를 내포하고 있어 단기간에 해결될 수는 없는 문제로 보인다.

여성 2명 중 1명이 디지털 성범죄 피해 당해

지난해 12월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거주 여성의 2명 중 1명(43%)이 디지털 성범죄에 직·간접적 피해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조사에서 정의한 디지털 성범죄는 ▲카메라 등 매체를 이용해 상대의 동의 없이 신체 촬영 ▲촬영 동의 여부와 무관하게 해당 촬영물을 동의 없이 유포, 유포 협박, 저장, 전시 ▲디지털 공간, 미디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원치 않는 성적 언어 폭력, 이미지 전송 등 성적 괴롭힘을 가하는 행위 등을 포함한 내용이다.

조사 결과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직접 경험하거나 목격한 여성’은 43%(1581명)이었으며 직접 피해자는 14.4%(530명)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20~30대 여성들의 피해가 다른 연령대보다 높았으며 특히 직접 피해경험자의 경우 30대(16.1%)가 가장 많았다.

직접 피해경험 여성의 47.5%가 ‘원치 않는 음란물 등의 수신’을 당했고 ‘특정 신체 사진 전송 요구’(30.4%), ‘특정 신체부위 노출 요구’(25.9%), ‘성적 모멸감이 느껴지는 신체 촬영 피해’(19.8%), ‘성적행위가 찍힌 영상 및 사진 무단 유포’(17%) 등의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대처를 실행했다는 응답률은 7.4%에 그쳤다. 대처한 경우에도 신고보다 ‘해당 온라인 서비스 이용 중단’(17.1%), ‘가해자에게 정정 및 삭제 등 요구’(16%)가 많았다. 이어 ‘경찰에 신고’(13.9%), ‘센터 상담접수’(12.7%),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신고’(11.5%) 등으로 나타났다.

피해를 경험했음에도 대응하지 않은 피해자는 530명 중 353명(66.6%)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이유로는 ‘처벌의 불확실성’(43.1%)이었으며 ‘신고 등 대응절차가 번거로워서’(36.8%), ‘어떻게 대응할지 방법을 몰라서’(35.4%), ‘다른 사람에게 나의 피해 사실이 알려지는 것이 걱정되어서’(30.6%) 등으로 조사됐다.

피해 후 가장 힘들었던 점은 ‘심리적 불안, 모멸감 등 정신적 스트레스’(27.6%)가 가장 높았고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불안’(23.8%), ‘가해자에 대한 분노’(19.9%) 등이 뒤를 이었다.

가해 유형은 ‘원치 않는 성적 대화(채팅)요구’(37.2%), ‘특정 신체 사진 전송 요구’(33.5%), ‘성관계 제안 수신’(32.1%)등으로 나타났으며 가해자가 ‘SNS 사용자’인 경우가 가장 많았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 경로는 메신저(32.3%), SNS(26.1%), 커뮤니티 사이트(25.3%), 이메일(24.8%), 채팅어플(18.6%)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10대층은 SNS(46.9%), 메신저(40.6%), 채팅어플(26.6%), 온라인 게임(23.4%) 등의 순이었다.

피해 대응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도움이 됐다’는 응답은 33.6%에 그쳤다. 그 이유로는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미약해서’(42%), ‘신고내용에 대한 처리결과를 확인할 수 없어서’(20.7%) 등이었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매우 심각하다’가 57.2%, ‘어느 정도 심각하다’가 41.3%로 나타나 대부분의 여성들이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었으며 온라인 상 성희롱·성폭력이 오프라인 이상으로 심각하다고 인식하는 경우도 87.3%(매우 심각 63.1%·다소 그렇다 24.2%)로 많았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불안감의 경우 ‘내 신체가 타인에 의해 촬영될까 두렵다’(80.7%), ‘내 신체 일부가 찍혀 사진이나 영상으로 유포될까 두렵다’(75.3%), ‘모르는 사람이 내 SNS에 방문해 일상을 엿보거나 감시할까 두렵다’(72.5%) 등으로 응답해 일상적인 두려움에 시달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디지털 성범죄 발생원인과 관련해 ‘처벌이 약하다는 점을 악용해 쉽게 범죄를 행하기 때문’(75.6%), ‘쉽게 접근 가능한 디지털 환경 특성 때문에 업로드가 용이해서’(48.3%), 기기 등을 매개로 한 전송과 유포가 가해자라는 인식이 약해서‘(42.8%)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성범죄 예방 위한 정책으로는 ‘가해자 처벌 강화를 위한 법제 정비’(78.5%), ‘디지털 성범죄 및 온라인 이용 시민교육’(57.3%), ‘피해 감시 모니터링 및 단속’(50.2%), ‘유통 플랫폼 운영자 규제’(35.2%), ‘피해자 지원을 위한 상시기구 확충’(34.2%) 순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성범죄, 10년간 23배 증가

이처럼 여성들은 수많은 직간접적 경험을 통해 이미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으며 문제점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인식하고 있다. 그동안 수많은 N번방들은 솜방망이 처벌과 사회의 방관으로 인해 기하급수적으로 지능화됐고 규모 역시 커졌다.

서울시의회 권수정 의원(정의당·비례)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올해까지 10년 동안 디지털 성범죄는 23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전체 성폭력 범죄 4건 중 1건이 디지털 성범죄인 것으로 조사됐다.

권 의원은 “최근 미성년자 16명 등 지금까지 확인된 피해자만 무려 76명인 'N번방 사건'에 대해서도 관련자를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면서 “본 사건의 가해자는 아동·청소년을 포함한 수십 명의 여성들에게 사기, 강요, 협박 등으로 음란물을 제작했으며, 이를 돈벌이 수단으로 유포해 피해자에 극심한 고통을 안겼다”고 밝혔다.

이어 “"불법음란동영상 판매와 공유를 통한 재판매를 위해 20만 명이 넘는 회원을 모집하는 등 사회적으로 왜곡된 성문화와 성 가치관을 생성하는 죄질이 매우 나쁜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권 의원은 “국회는 디지털성범죄에 가담해 운영, 관리, 참여한 사람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강력한 처벌을 근거하기 위한 제도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촉구하며 디지털성범죄 예방 및 피해지원은 누구의 노력여하를 떠나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이루어져야하는 사업임을 명심하고 관련 사업에 서울시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이 사이버 공간이라는 가해자에게 이로운 플랫폼을 통해 무분별하게 확장됐지만 특히 N번방 사건은 미성년자 등을 상대로 가해 행위를 했다는 점에서 더욱 거센 사회적 공분에 일어났다. 이에 정부도 이례적으로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해서 입장을 내놨다.

범정부, 디지털 성범죄 근절 대책 발표

지난 3월 23일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아동·청소년 16명을 포함한 피해 여성들에게 대통령으로서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국민의 정당한 분노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는 불법 영상물 삭제뿐 아니라 법률, 의료 상담 등 피해자에게 필요한 모든 지원을 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문 대통령은 이번 ‘N번방 사건’ 가해자들의 행위는 한 인간의 삶을 파괴하는 잔인한 행위였으며,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순식간에 300만 명 이상이 서명한 것은 이런 악성 디지털 성범죄를 끊어내라는 국민들의, 특히 여성들의 절규로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또 운영자 엄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N번방 회원 전원에 대해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문 대통령은 강조했으며 경찰청에 특별조사팀이 강력하게 구축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후 범정부 차원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n번방 사건 가담자 등에 대해 법정 최고형 구형 등의 방침을 제시한 법무부를 시작으로 여성가족부가 국민 법 감정에 맞는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히며 엄정 대응에 나섰다

이와 함께 검찰은 디지털성범죄특별수사 태스크포스를, 경찰은 디지털성범죄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은 25일 21명으로 구성된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 TF를 구성했다. TF에서는 텔레그램 ‘박사방’ 사건을 포함해 관련 사안 수사와 공소유지, 형사사법공조(사건수사팀), 경찰 수사지휘 및 법리검토(수사지휘팀), 범죄수익환수 및 제도개선 등 재발방지 대책마련(재발방지팀)을 종합 담당할 예정이다.

경찰청도 이날 디지털성범죄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했다. 특별수사본부는 사이버안전국장을 본부장으로 두고 수사상황실을 운영하며 주요 사건을 구체적으로 지도·조정하는 한편 추적기법을 개발해 교육·전수할 예정이다.

또 6월말까지 예정됐던 ‘사이버 성폭력 4대 유통망’(텔레그램 등 SNS·다크웹·음란사이트·웹하드) 집중단속도 연말까지 연장키로 했다.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도 n번방 관련 국민청원 답변을 통해 “국민 법 감정에 맞는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이 장관은 “여성가족부는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 범죄, 카메라등 이용 촬영죄, 통신매체 이용 음란죄 등 디지털 성범죄의 양형기준 마련을 요청했으며 대법원 양형위원회도 이를 받아들여 디지털 성범죄의 양형기준을 빠른 시일 내 마련하기로 결정했다”며 “양형기준이 마련되면, 처벌 수위 예측이 가능해져 해당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경찰 수사·기소·처벌이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 장관은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는 더욱 엄중히 대응하겠다”며 “불법촬영물 유포 협박 행위, 아동·청소년에 대한 온라인 그루밍 행위에 대한 처벌 근거를 마련하고 성착취물 영상 소지, 제작·배포, 판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여성계 관계자는 "그동안 여성들이 호소해온 다양한 형태의 성범죄들은 사회의 방관 속에 나날이 규모가 커지고 증가해오면서 결국에는 N번방 사건이라는 참혹한 범죄까지 가능하게 했다"며 "만약 이번 기획에 디지털 성범죄의 사전적인 예방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N번방을 뛰어넘는 사건들이 탄생하는 길을 열어주는 지점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고은 기자  h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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