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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농협동칼럼 30] 채식과 육식
권갑하 문화콘텐츠학박사/도농협동연수원장 | 승인 2020.03.26 15:42

[여성소비자신문] 당신은 채식주의자입니까, 육식주의자입니까? 이런 질문을 받았다고 하자. 글쎄, 나는 육식도 하고 채식도 하니, 중도주의자쯤 되지 않을까.

이런 농반진반의 대화가 오고 간다고 할 때, 우리의 생각은 이미 ‘~주의자’라는 이데올로기에 갇히게 된다. 사전상 ‘~주의자’는 어떤 주의를 굳게 믿어 그것을 내세우는 사람이다. 영어로는 ‘ideologist’로 번역된다. 단어의 의미에서 알 수 있듯 “특정 이데올로기 신봉자”라는 좋지 않은 뉘앙스를 풍긴다. 금욕주의자, 금권만능주의자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맨부커상으로 빛나는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는 어떤가. 번역의 문제로 지적되고 있지만 아마존 인터넷 서점 후기에서 독자의 43%가 불만을 드러냈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할까. 1차적으로 영어권 독자들의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것인데, 우리말을 잘 이해하지 못한 번역의 잘못도 있다지만 혹 ‘~주의자’란 제목이 그 어떤 작용을 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된다.

영어권 독자들의 불만은 또 어떤 면에서는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문학의 보편성과 영원성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소위 “우리의 감동이 곧 그들의 감동일 수 없다”는 점에서다.

예컨대 우리에게 그리스 로마신화 같은 서구 문학은 서구의 문화와 전통의 수용없이는 진정한 이해가 어렵다. 서구인들이야 자신들의 역사와 문화를 이어받은 것이니 자연스럽겠지만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로서는 쉽지 않은 것이다.

결국 문학의 보편성과 영원성도 우리 문화와 역사를 딛고 얻어진다는 사실의 인식이 필요하다. 소설 ‘채식주의자’에 대한 영어권의 불만도 그것이 잘못된 번역의 문제든, ‘~주의자’에 대한 심정적 불만족이든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우리는 채식주의자라고 하면 아예 고기 등 육식류를 먹지 않는 말 그대로 채소만 섭취하는 사람으로 생각한다. 정말 그럴까. ‘채식’으로 유명한 인도를 통해 채식의 개념을 생각해보자. “12억 인도를 만나다”란 책에는 재미있는 내용이 나온다. 한국대사관에서 한국의 개천절을 기념하는 행사에 외빈을 초청할 때 채색과 육식주의자 비율을 파악했더니 참석희망자의 2/3가 채식주의자였다고 한다.

그래서 그에 맞춰 음식을 준비했는데, 결과는 어땠을까. 채식은 남아돌고 육식은 동이 났다는 것이다. 채식주의자라 표시했지만 리셉션에 와서는 정작 채식류 보다 육식을 많이 먹었기 때문이다. 물론 철저한 채식주의자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절대적 원칙을 고수하지 않는다는 얘기일 것이다.

그러니 앞에서 언급한 ‘중도주의자’란 답은 어쩌면 정확한 답이 될 수 있다. 어쨌든 인도에서는 상층민일수록 금주를 실천하고 채식주의자임을 과시한다고 하니 인도의 계급사회를 유지하는 또 하나의 이데올로기가 아닌지 고개를 갸우뚱해보게 된다.

전문가들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채식주의자임이 분명해 보인다. 대표적인 근거 몇 가지는 우선 소화기관이 길다는 점이다. 육식동물보다 길다. 그로 인해 식물과 섬유질을 잘 소화할 수 있다.

반면 육식은 긴 소화기관으로 빠른 배출이 어려워 대장암 위험도를 높이는 원인이 된다고 한다.

채식은 인간에게 육류가 해주지 않는 비타민과 포도당을 공급해준다. 송곳니가 퇴화한 것도 채식과 연관이 있다. 불과 칼 같은 연장을 개발하면서 굳이 송곳니로 고기를 찢지 않아도 된 것이다. 어금니도 채소나 곡류를 잘 부수게 발달해왔다. 다만 채식으로는 철분과 비타민B12를 보충할 수 없다고 한다. 고기를 먹어야 그로 인해 야기되는 빈혈, 치매를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운동선수는 육식을 해야 한다, 성장기 유아, 청소년, 임산부는 육식이 필수다, 육체노동자는 육식을 해야 한다 같은 말은 틀린 말인가. 인간이 운동할 수 있는 에너지는 탄수화물에서 나오고 이게 부족하면 만성피로와 정력 상실로 이어진다고 한다.

영양소도 채식이 단백질 등을 더 섭취할 수 있다고 한다. 미국의 로버트 보걸 박사는 채식과 육식의 차이가 혈류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는데, 요약하면 동물 단백질과 지방은 혈관에 나쁜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침에 계란 후라이와 베이컨, 점심에 불고기, 저녁에 삼겹살을 먹는다면 우리 몸은 어떻게 될까. 식물성 식사가 혈관 내피 기능을 증진시키고 혈류량도 증가시킨다고 하니 참고할 일이다.

세계 여행을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지구의 환경과 여건은 같지가 않다. 우리나라처럼 4계절이 뚜렷해 다양한 동식물이 가장 살기 좋은 환경을 가진 지대가 있는가 하면 사막과 초원지대, 남북극 등 삶에 환경과 여건이 좋지 않은 곳도 많다.

당연히 먹거리도 다를 수밖에 없다. 고기를 많이 먹을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오랜 세월 살아온 인류와 우리나라처럼 곡류 중심의 식생활을 해온 민족 간에는 몸의 구조도 다르기 마련이다.

그런데 지금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서 볼 수 있듯이 지역 간 이동이 너무나 쉬워져 이러한 전통적 식생활 문제에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세상이 바뀌었다고 내 몸의 구조도 동시에 바뀌지는 않는다. 몸과 태어난 땅은 하나라는 ‘신토불이(身土不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권갑하 문화콘텐츠학박사/도농협동연수원장  sitop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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