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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정된 금융소비자법, 소비자권익보호에 미흡하다제정된 금융소비자법, 알맹이가 빠졌다!
연기영 동국대 명예교수 | 승인 2020.03.26 15:27

[여성소비자신문] ‘금융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약칭 금소법)’이 2011년 7월 발의 된지 무려 9년 만에 국회의 문턱을 넘겼다. 지난 3월 5일 국회를 통과한 이 법은 그동안 금융소비자들은 크고 작은 수많은 피해 사건을 겪으면서 소비자 주권을 확립할 수 있는 강력한 법적 장치를 요구한 최소한의 결과물이다. 지난해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라임자산운용 환매 사태가 터지면서 '금융소비자 보호'에 대한 국민의 여론이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제 금융부문에서 소비자 권익 강화를 위한 초석이 마련됐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여전히 소비자권익의 가장 중요한 집단소송제도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빠지고 입증책임전환의 법리도 아주 제한적으로 인정된다. 이른바 알맹이가 빠진 절름발이 법이 제정되었다는 비판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이 법의 제정에 대해 과도한 분쟁 유발과 자본시장 위축 등이 우려된다는 금융권의 반발과 로비 등으로 어려움이 많았다는 증거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금융권의 반발과 준비기간을 고려하여 법 공포 후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4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또한 이 법 제정으로 신설되는 금융상품자문업과 관련된 규정과 금융회사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는 법 공포일로부터 1년 6개월 후에 시행된다.

금소법의 주요내용은

이 법은 국회에 계류 중이던 정부안을 포함한 11개 법안을 심의한 결과 여야 합의가 이루어져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었다. 주요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지금까지 여러 법률에 산재한 금융소비자 보호 제도를 포괄적으로 규정하는 금융소비자 보호 관련 기본법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그간 자본시장법 등 개별 금융업법에서 일부 금융상품에 한정해 적용하던 판매규제 원칙을 모든 금융상품에 적용하게 되었다. 이는 금융소비자 권익 보호정책을 일관되고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당연하다.

둘째, 금융산업 내에 존재하는 모든 금융 상품과 판매업 유형을 재분류하고 기능별 규제 체계를 마련하였다. 즉, ‘예금성, 투자성, 대출성, 보험성’ 상품으로 분류하고, 이러한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판매 채널을 직접판매업자, 판매대리·중개업자 그리고 자문업자로 구분하였다. 그 이유는 규제의 사각지대를 없애고 동일 기능의 상품과 서비스에는 동일한 규제를 적용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고자 한 것이다.

현재 대출성상품의 판매대리업자인 대출모집인은 법적으로 규제가 없는 상태인데 이 법이 시행되면 이러한 법적 규제의 사각지대를 제거할 수 있게 된다. 나아가 동일한 여신상품이라면 어떤 영업권에서 판매하더라도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게 된다.

셋째, 금융상품을 판매할 때 지켜야 하는 영업행위 원칙과 판매업 유형별로 상품을 판매할 때 지켜야 하는 영업행위 준수사항들을 규정하였다. 구체적으로 금융상품 판매행위 규제에는 적합성 원칙, 적정성 원칙, 설명 의무, 불공정영업행위 금지, 부당권유 금지, 광고 규제의 6대 원칙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원칙들이 현재는 금융업권의 개별적인 법률에 부분적으로 흩어져 있는데 금소법의 제정으로 모든 금융상품에 적용되므로 적용봄위가 확대된다.

현재 적합성 원칙은 투자성 상품 일부와 변액보험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또한 설명의무는 대부분의 개별법에서 금융상품에 대한 설명에 집중하고 있는데, 수수료 등 판매자 입장에서 고객과 이해상충이 발생할 여지가 있는 부분에 대한 설명 의무가 추가로 강화된다. 판매업자가 자신의 업무광고에 대한 규제도 추가된다.

새로 신설되는 금융자문업자의 경우에는 독립이라는 표현을 제한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소비자의 신뢰 수준에 걸맞은 상황에서 영업을 하는 자문업자만이 독립이라는 표현을 이용하도록 하였다.

넷째, 금융상품 판매 이후에 소비자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를 강화하였다. 투자자문업이나 보험업에만 인정되던 소비자의 대출계약 철회권을 모든 분야로 확대하였다. 소비자의 위법계약 해지권, 금융회사 보관 자료에 대한 접근권 등이 명문으로 규정되었다,

분쟁조정제도의 실효성을 보장하기 위해 소액 분쟁 시 금융회사의 분쟁조정 이탈을 금지하였고, 분쟁조정 중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경우에는 법원소송을 중지시키도록 하였다. 특히 과거에 보험사 등을 중심으로 소비자의 분쟁조정 신청에 대응하여 과다하게 소송을 진행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를 방지하고자 분쟁조정이 신청된 사건에 대하여 소송이 제기되는 경우 법원의 결정으로 소송을 중지할 수 있는 소송중지제도와 함께 2천만원 이하의 소액사건에 대해서는 분쟁조정이 완료될 때까지 아예 소송을 제기하지 못하게 하는 조정이탈금지제도가 포함되었다.

손해배상청구권의 행사에도 일부 소비자(원고)의 입증책임을 전환하여 사실상 무과실책임에 가까운 사업자의 책임을 인정할 수 있도록 하였다. 즉, 금소법의 내용을 위반하여 발생한 손해는 손해를 발생시킨 금융상품 판매업자 등이 주요 영업행위 규제를 위반한 고의 과실 등 귀책사유와 인과관계 등에 대해서 입증책임을 사업자인 금융상품 판매업자 등(피고)에게로 전환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금융회사가 불완전판매를 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제시해야 손해배상 책임을 면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소송이나 분재조정을 할 때에 소비자가 상대적으로 정보를 가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금융회사 보관 자료에 대한 접근권을 강화하고 있다. 사실 금융소비자는 금융회사가 보관하고 있는 자료들에 대한 접근이 제한됨에 따라 관련 증거를 확보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대단히 많았다.

이 법에서 금융회사에게 자료의 기록, 유지, 관리에 대한 의무를 부여함과 동시에 금융소비자에게 이러한 자료를 열람하거나 청취할 수 있는 권리를 명문으로 규정하였다.

다섯째, 금융회사의 판매원칙 준수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징벌적 과징금제도를 신설하고 행정규제와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규정을 하였다. 불완전판매의 발생 동기를 보다 강하게 제어하고자 소비자에게 손해를 배상한 이후에도 추가적으로 위법행위와 관련하여 얻은 수입 등의 50%까지 금융 당국이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제도가 도입되었다. 또한 소비자가 재산상 현저한 피해를 입을 우려가 있다고 명백히 인정되는 경우에는 금융상품 계약체결을 제한하거니 금지하는 판매제한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였다.

향후 보완해야 할 제도는

첫째, 집단소송제도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도입이 꼭 필요하다. 금융소비자주권의 확립을 위해 필수적인 제도인 집단소송제도,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등이 금융계의 강력한 저지로 법안 심의과정에서 빠졌기 때문에 알맹이가 없는 법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한다.

이러한 제도는 금소법이 존재해야 할 필 수 불가결한 핵심 내용이라는 점을 필자는 이미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여성소비자신문 제167호 12면, 제159호 16면 등 참조).

특히, 이 두 가지 제도는 그동안 금융소비자피해가 가장 많았던 사업자의 불완전판매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정부(금융위원회)의 규제권한을 강화할 수 있는 징벌적 제도를 도입했으나 금융소비자들의 피해를 실질적으로 예방하고 구제하기 위해서는 실효성이 약하다. 이 과징금이 피해를 본 소비자에게 직접 돌아가는 것은 아니어서 현실적인 소비자구제 수단은 아닌 것이다.

둘째, 사전적으로 금융상품 분류, 판매장소의 보다 엄격 구별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안전이 제일 생명인 은행에서는 손실위험이 매우 큰 파생상품 판매를 금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고위험상품이나 구조가 복잡하여 금융소비자에게 고도의 주의가 필요한 상품은 판매를 제한 또는 금지를 시켜야 한다.

셋째, 손해배상청구권의 행사에 있어서 손해배상액 추정제도의 도입과 입증책임 전환 또는 완화 및 추정의 법리를 확대해야 한다.

넷째, 금융소비자보호업무만 전담하는 독립적인 금융소비자보호기구의 신설이 필요하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서 완전히 분리 독립해야 한다. 현재 금융감독원 산하에 있는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독립시켜 독자적으로 금융소비자보호문제를 총괄하는 기관으로 확대 개편해야 한다.

금소법 제정으로 금융소비자 주권확립의 기본적인 법적 근거는 마련되었다. 이제부터 정부는 이 법 집행을 위한 시행령 시행규칙 등 행정입법의 제정과 관계자들에게 교육·홍보가 신속히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연기영 동국대 명예교수  yeunky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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