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사이의 영업비밀침해소송과 관련,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SK이노베이션의 조기패소 판결문을 공개했다.

ITC는 지난 14일(현지 시간)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진행 중인 전기자동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관련해 SK이노베이션에 ‘조기패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LG화학이 지난해 11월 제기한 요청을 받아들여 SK이노베이션·SK배터리아메리카에 예비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로써 조사절차는 모두 종결됐다.

22일 공개된 조기패소 판결문에 따르면 ITC는 우선 LG화학의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조기패소 판결 신청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SK이노베이션이 ▲증거인멸 ▲(고의적 증거인멸과 관련한) SK이노베이션의 범행의도 ▲소송과 인멸된 증거들의 연관성 및 LG화학에 끼친 피해 ▲포렌식명령 위반 등을 통해 ‘법정모독’을 했다고 본 것이다.

이에 대해 ITC는 “SK이노베이션의 경쟁사 정보(영업비밀)를 확보하려는 노력은 조직 차원에서 전사적으로 이뤄졌고, 외부에도 알려져 있었으며, 법적인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2019년 4월 9일 이후 증거보존의무가 있는 상황에서도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과 관련된 문서 상당량을 고의적으로 삭제하거나 삭제의 대상으로 삼았음이 명백히 밝혀졌다”고 명시했다.

ITC 판결문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영업비밀침해 소송을 인지한 2019년 4월 30일부터 증거보존의무가 발생했음에도 적극적으로 관련 문서들을 삭제하거나 혹은 삭제되도록 방관했다.

이에 더해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 출신 직원들의 지식을 관련 업무에 적용하는데 관심이 많았고, 채용과정에서부터 LG화학 지원자들로부터 구체적인 배터리 기술 관련 정보를 취득해 관계 부서에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SK이노베이션측은 LG화학에서 전직한 직원들 중 일부가 LG화학 고유의 배터리기술을 보유한 상태에서 SK이노베이션 내 유사한 업무에 배치됐다는 것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SK이노베이션은 보안점검에 따른 문서삭제가 통상적인 업무 과정에서 범행의도 없이 일어났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증거개시 절차에서 드러난 증거에 따르면 해당 보안점검은 ▲LG화학 관련 정보를 포함한 문서를 제거하거나 ▲보관이 필요한 문서일 경우 문서명 또는 내용을 변경해 이를 찾아내기 어렵도록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실시됐다.

이에 ITC는 “SK이노베이션의 주장은 일관성이 없을뿐더러 타당하지도 않다”며 “2019년 4월 9일 및 2019년 4월 30일 이후 SK이노베이션의 문서훼손 행위는 영업비밀탈취 증거를 숨기기 위한 범행의도를 가지고 행해진 것이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ITC는 특히 SK이노베이션의 증거인멸 행위로 LG화학이 피해를 본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에 더해 ITC가 ‘증거인멸을 위해 삭제된 문서들을 복구하라’고 내린 포렌식 명령에 대해서도 조사범위를 'SK00066125' 한 개의 엑셀시트로 제한하는 등 추가적인 증거 인멸을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ITC는 “본 소송은 증거인멸과 포렌식 명령 위반으로 인한 법정모독으로 인해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적합한 법적제재는 오직 조기패소 판결뿐”이라고 판시했다.

한지안 기자  hann923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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