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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명숙의 행복한 시 읽기]노천명 '봄의 서곡'
구명숙 숙명여자대학교 명예교수 | 승인 2020.03.13 17:07

[여성소비자신문]봄의 서곡 

-노천명-

누가 오는데 이처럼들 부산스러운가요?

목수는 널판지를 재며 콧노래를 부르고

하나같이 가로수들은 초록빛 새 옷들을 받아들었습니다

선량한 친구들이 거리로 거리로 쏟아집니다

여자들은 왜 이렇게 더 야단입니까?

나는 포도(鋪道)에서 현기증이 납니다

삼월의 햇볕 아래 모든 이지러졌던 것들이 솟아오릅니다

보리는 그 윤나는 머리를 풀어 헤쳤습니다

바람이 마음대로 붙잡고 속삭입니다

어디서 종다리 한 놈 포루루 떠오르지 않나요

 꺼어먼 살구 남기에 곧 올연한 분홍 베일이 씌워질까 봅니다

시 해설

저기 저 산을 넘어 가까이 누군가 오시고 있나봅니다. 귀한 손님이라도 오시는지 겨우내 웅크렸던 가슴을 펴고 목수는 콧노래를 부르며, 널빤지를 이리저리 재보며 무엇인가 새 집을 만들 모양입니다.

뿐만 아니라 깡마른 가로수들도 초록빛 새 옷을 받아들고 갈아입을 준비를 합니다. 모두가 잔칫날처럼 설레고, 부산한 정경이 펼쳐집니다. 왠지 모르게 부풀어 오르는 가슴을 진정치 못해 너도 나도 거리로 쏟아져 나옵니다.

노천명 시인은 봄이 오는 발자국소리를 쫑긋 듣고 봄 내음을 두근두근 느끼며 덩달아 부산스럽습니다. “삼월의 햇볕 아래 모든 이지러졌던 것들이 솟아오릅니다”라고 준동하는 새 생명들에 감격해 외칩니다.

시인의 신선한 감각과 상징적 기법이 봄이 오는 길목을 열어 제쳐 돋보이게 합니다. 얼음장이 깨지고 졸졸 시냇물소리가 급해집니다. 보송보송 솜털 묻은 버들개지가 눈을 크게 뜨고 한들거립니다. 뾰족뾰족 마른 덤불 위로 고개를 내민 새싹들, 보리밭 종다리가 높이 하늘 날고, 노랑 하양 나비들도 살랑 살랑 춤을 춥니다.

손등 덕지덕지 얼어터진 늙은 살구나무에 고운 햇살 해맑게 스며들어, 연분홍 꽃잎이 수줍게 피어오릅니다. 새순들도 무럭무럭 뻗쳐오를 것입니다.

춥고 가난한 겨울을 이겨낸 사람들에게 봄은 새 희망을 줍니다. 올 봄, 반갑지 않은 손님(코로나19) 때문에 모두가 고슴도치처럼 웅크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 모두 힘찬 생명의 봄을 맞으며, 새 기운으로 불청객을 활짝 이겨내야겠습니다.

 

구명숙 숙명여자대학교 명예교수  k9350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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