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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 소비자주권의 보호가 절실하다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국내·외 피해 급증
연기영 동국대 명예교수 | 승인 2020.03.11 10:47

[여성소비자신문]최근 코로나19(우한 폐렴)사태로 공장 가동이 중단되어 수출하는 국내·외 기업들의 각종 법적 분쟁이 예상되고 있다.

삼성전자, LG이노텍 등 주요 제조업의 공장폐쇄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였고, 동시에 우리나라와 교역을 하는 대부분의 국가들이 한국인 입국통제 조치가 내려지면서  해외 현지 사업에 엄청난 손해를 초래하고 있다. 또한 계약상 의무위반으로 인한 국제무역 분야의 법적 분쟁이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황이다.

어디 이뿐인가? 결혼식·돌잔치 및 여행 취소로 인한 여행·숙박·예식 등 서비스업과 관련된 위약금 반환에 관한 문제로 소비자들을 울리고 있다.

지난 3월 10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이후 3월8일까지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위약금 관련 소비자상담 건수는 5개 서비스분야에 걸쳐 총 1만4988건이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 1919건보다 7.8배가 많은 것이다. 업종별로는 국외여행 상담이 6887건으로 가장 많았고 항공여객 2387건, 음식서비스 2129건, 숙박시설 1963건, 예식 1622건 순으로 집계됐다고 한다.

이 많은 상담 중 대부분은 계약취소로 인한 위약금 면제나 감면을 요구하고 있지만 공정위는 “위약금 면제나 감경 등을 업계에 강제할 수는 없다"는 사업자 친화적 입장만을 내 놓았다. 그 까닭인즉 사업자와 소비자간 분쟁을 법으로 강제할 만한 조항이 없다는 것이다.

현행 소비자분쟁 해결 기준에서는 주요 업종별 계약해제에 따른 위약금 부과 기준을 규정하고 있을 뿐이며, 이는 당사자 간 계약이나 약관이 없는 경우에만 합의나 권고가 가능할 뿐 사업자에게 강제할 법적 효력은 없다고 변명하고 있다.

그러나 계약법의 일반원리인 불가항력의 법리를 적용하면, 계약취소로 인한 면책이 인정되어 헌법상 보장된 소비자의 주권을 관철시킬 수 있다. 대부분의 국내·외 표준계약서와 약관에는 불가항력으로 인한 면책조항이 반드시 들어 있다.

코로나19사태의 불가항력성

그러면 코로나 19사태는 과연 불가항력의 요건을 충족하는가? 사회통념상 불가항력이라 함은 사람의 힘으로는 대항할 수 없는 재해를 말한다. 즉, 태풍 홍수 기타 악천후, 전쟁 또는 사변, 지진, 화재, 전염병, 폭동 기타 계약당사자의 통제범위를 초월하는 사태의 발생 등의 사유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보통 사람에게 요구되는 정도의 주의나 예방방법으로도 방지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했어도 면책된다. 법령에 규정된 내용을 예를 들어보자. 지방세법에 의하면 천재지변, 소실, 도괴 기타 불가항력으로 인하여 멸실 또는 파손된 건축물 선박 자동차 및 기계장비를 복구하기 위하여 멸실일 또는 파손일로부터 2년 이내에 건축물을 건축 및 개수하거나 선박을 건조 및 수선하는 경우 및 자동차 또는 기계장비를 대체 취득하는 경우에는 취득세를 부과하지 아니한다. (지방세법 제108조, 지방세법시행령 제79조의2)

우리나라 대법원은 불가항력에 관하여 “그 사업자의 지배영역 밖에서 발생한 사건으로서 그 사업자가 통상의 수단을 다하였어도 이를 예상하거나 방지하는 것이 불가능하였음이 인정되는 사유”라고 해석하고 있다(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8다15940, 15957 판결, 대법원 2007. 8. 23. 선고 2005다59475, 59482, 59499 판결 등).

국제 물품 매매계약에 관한 국제연합협약(CISG) 제79조 제1항은 불가항력적 상황에 관하여 “당사자는 그 의무의 불이행이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장애에 기인하였다는 것과 계약 체결 시에 그 장애를 고려하거나 또는 그 장애나 그로 인한 결과를 회피하거나 극복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기대될 수 없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경우에는 그 의무불이행에 대하여 책임이 없다.” 고 예견가능성을 불가항력적 상황의 중요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번 코로나19와 같은 변이성 신종바이러스의 발생과 확산은 예견하기 힘든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WHO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에 따라 그 위험도를 ‘매우 높음’으로 상향 조정하였고, 우리 정부도 코로나19에 관하여 최고 위기경보인 ‘심각’ 단계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 국제무역촉진 위원회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기한 내에 국제무역 계약을 이행할 수 없는 중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불가항력 사실증명서를 발급하고 있다. 이 전염병이 지구촌의 거의 모든 국가에 퍼져 이미 확진자가 11만 8천명을 넘었고 사망자도 4천여명 이상이 되었다. 100여 개가 넘는 나라들이 국경을 걸어 잠그고 한국인의 출입국을 통제하는 지경에 봉착했다.

최근에 이른바 ‘코로나3법’을 개정하여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정부 또는 지자체의 강제조치를 단행하고 있다. 정부의 폐쇄조치로 소비자계약의 불이행이 된 경우에는 소비자의 고의 또는 과실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계약위반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다.

과거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조치로 인한 계약불이행 사안에서 채무자의 손해배상 책임을 부정한 판례가 참고될 수 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5. 5. 선고 2016가합551507 판결).

사실 전염병은 인류 역사상 가장 큰 공포였고 불가항력적인 사건이었다. 바이러스와 세균으로 인한 전염병은 인류 문명을 온통 뒤흔들어 놓았다.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으로 엄청난 불가항력적 변화를 일으켰던 것이다. 인류역사를 뒤바꾼 전염병 중에는 14세기 유럽을 죽음의 공포로 몰아 넣었던 일명 ‘흑사병’이라고 불리는 페스트(Pest, Plague)가 있었다. 참으로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보인 질병도 있었다. 이 병이 아주 빨리 전염된 것은 활발한 무역활동으로 인한 잦은 왕래와 도시의 불결하고 비위생적인 환경, 병에 대한 사람들의 무지 때문이었다고 한다. 당시 의학계는 토성과 목성이 겹치는 천체이변의 결과라고 공식 발표하기도 했고, 악마의 소행이라고 믿는 사람들에 의해 살인과 집단 사살이 행해지기도 했다.

최근에  신종 바이러스 전염병인 사스, 메르스를 비롯하여 조류독감, 신종플루 등의 유행 전염병이 주기적으로 발생했지만 그 원인을 확실히 밝히지 못하고 백신이나 치료제도 없는 실정이다. 지금까지 인류가 정복한 전염병은 천연두 하나밖에 없다는 것을 볼 때 이러한 전염병들의 불가항력적 성격을 잘 알 수 있다.

구체적인 소비자 피해 구제의 방안
 
첫째, 해외여행의 취소로 인한 항공사·여행사 수수료와 위약금은 면책되는 것이 타당하다. 특히 한국인의 출입국을 막고 국경을 빗장으로 채운 나라의 여행은 불가항력적으로 단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이다. 각 항공사마다 운송약관에서 ‘불가항력’에 관해 서로 다른 문언을 사용하고 있다 하더라도 취소 수수료의 부담 여부가 달라져서는 법리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본다.

둘째, 코로나19 사태로 휴업하는 사업장의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휴업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정부(고용노동부)가 배포한 코로나19(COVID-19) 예방 및 확산방지를 위한 사업장 대응 지침(6판)에 따르면 사업주 자체판단으로 휴업 시에는 근로기준법 제46조 제1항에 따른 휴업수당 지급이 필요하나, 정부의 격리조치 등 불가항력으로 휴업 시에는 휴업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본다. 이는 휴업이 정부의 격리조치로 인한 것이 아닌 이상 코로나19를 불가항력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업자의 휴업을 일률적으로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인한 휴업’으로 보는 이 지침은 불가항력의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 하겠다. 정부의 격리조치가 없더라도 전염병의 확산이 미치는 위험성이 크다면 사업자만의 귀책사유라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셋째, 코로나19 사태로 아무런 고의나 과실이 없이 발생한 사업자의 손실을 정부가 적정한 수준에서 보상해 줄 필요가 있다.

물론 국가배상책임이나 구상권이 기한 정부의 책임추궁도 이어질 전망이다. 코로나19의 근원지인 중국인의 출입을 발병초기부터 차단하지 않았거나 전문가들의 의견을 무시한 정부의 뒤늦은 대처 등에서 나타난 정부(공무원)의 고의나 과실의 문제를 심도있게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이에 관해서는 여성소비자신문 제170호 18면 필자 컬럼 참조).

이미 메르스, 사스 등의 사태를 경험하면서 정부당국은 전염병 예방에 대한 예견 가능한 국가정책을 수립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려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야 마땅하다.

국정최고책임자나 장관들은 국민들이 받고 있는 많은 불안과 정신적 재산적 손해와 고통은 외면한채 “세계적인 모법사례”라고 자화자찬을 늘어 놓고 있으니 정말 공허하고 한심하다. 대통령은 국민의 대표자이지 특정 정파나 정당의 대표자가 아니다.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는 중도적 섬김리더십 발휘가 절실히 요구된다. 이번 코로나19사태의 고통을 겪으면서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을 성토하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현실에 위정자 들은 겸허한 자세로 귀를 기울려야 할 때임을 재삼 느낀다.

연기영 동국대 명예교수  yeunky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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