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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말이 좋아 정규직…차라리 비정규직이 낫다
고승주 기자 | 승인 2013.04.10 16:49

 

   
 

[여성소비자신문=고승주기자] “차라리 정규직이 안 되는 것이 나았어요.” 이마트가 진열사원 및 패션판매도급사원(SE)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고 밝힌 후 진통이 터져 나오고 있다. 정규직으로 채용됐더니 막상 수입이 전보다 악화된 것이다.

지난 4월 1일부로 이마트는 146개 매장의 상품진열사원 9100여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정규직 채용 과정에서 나오는 가장 큰 불만은 처우악화다. 이마트는 정규직 전환이 아닌 신규채용이라고 선을 그으며 기존의 근속년수를 모두 무시했다. 이에 따라 일부 사원들 중 호봉제를 적용받던 직원들은 수입이 크게 깎였다며 하소연하고 있다.

이들을 더욱 갑갑하게 하는 것은 제대로 된 임금상승이나 승진을 기대할 수 없는 전문직 II로 분류됐다는 것이다.

이마트는 정규직을 대학을 졸업한 사무·관리직 직원을 공통직, 전문대졸의 관리직원을 전문직 I, 계산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면서 만든 전문직 II로 나누고 있다. 전문직 II는 전문직 I의 64%의 급여를 받는다.  

호봉제를 적용받다가 전문직 II로 전환됐다고 밝히는 한 직원은 “정규직이 되면서 기본급 50만원에 각종 수당이 붙어 월 140만원을 받지만 전에 비하면 30만원 정도 급여가 줄었다”고 전했다.

최저임금노동자로 전락

5월 1일부로 정규직으로 채용되는 판매전문사원(SE)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SE들은 형식상으론 이마트와 위탁계약을 맺은 개인사업자지만 이마트로부터 제품 판매 및 진열, 공급 등 모든 지시를 받아 근무하는 특수고용직으로 정규직으로 채용되면서 수입이 심각하게 떨어졌다.

4월 초 이마트가 각 지점 SE들에게 통보한 바에 따르면 판매전문사원은 전문직 II로 입사하되 기본급 60만원에 각종 수당을 합친 월봉이 127만원, 월 분할 상여 10만원과 성과급이 없는 대신 판매실적에 따른 분기별 인센티브를 제안 받았다. 인센티브는 분기 내 월평균을 산출하여 판매목표의 85%~115%를 달성했을 경우 5% 구간마다 차등 지급된다.

SE들은 이 조건을 받아들였을 경우 50~100만원 정도 수입이 하락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SE들에 따르면 월 6일 근무를 하되 2, 3일은 혼자 13시간에 걸쳐 매장을 관리해야 월 200~250만원 정도의 수입을 얻을 수 있는 데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월 140만원에 추가 인센티브에 의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나마 인센티브도 실효성은 없다. 한 SE는 “최근 정부규제 및 내수경기 악화와 맞물려 수년째 목표실적의 80%선에서 실적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이마트가 무용지물인 인센티브로 생색 내려한다”고 전했다.

   
 

수입저하로 인해 발생하는 가장 큰 걱정은 생계유지다. SE들은 통상 10~15년 정도 근무한 장기근속자들로 저마다 가정을 꾸리고 있지만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사실상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로 전락하게 된다. SE들은 “이나마도 싫으면 계약서를 쓰지 않아도 된다고 통보받았다”고 전했다.

한 SE는 “젊음을 바쳐 이마트에 헌신했는데 그 결과가 최저임금자 노동자”라며 “주 2, 3일은 영업시간 내내 혼자 일하며 지켜온 가정인데 정규직 전환으로 그마저도 어렵게 됐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현재 이마트 측에 근속년수 보장이나 최소한 전문직 I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마트 측은 “설령 통보가 됐다고 하더라도 결정된 내용은 아니다”며 “추가 설명회를 통해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처우악화는 파견법 위반

이마트 측은 신규 채용된 직영 사원들의 연소득이 평균 27% 상승할 것이며 최소한 처우가 이전보다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마트 공대위는 “처우악화에 대한 제보들이 잇따라 접수되고 있다”며 “정리되는 대로 이마트에 근속년수 보장 및 처우개선을 요구할 방침을 세웠다”고 전했다.

이성종 서비스연맹 정책실장은 “전보다 처우를 악화시키는 것은 불법파견에 대해 제대로 된 개선이행을 하지 않겠다는 것과 동시에 파견법 위반”이라며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이마트 공대위 등과 함께 이마트에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이마트 정규직 채용과 관련, 처우악화사례에 대해 적극 제보해 줄 것을 당부했다.

고용노동부 고용차별개선과 관계자는 “불법파견판정을 받아 정규직으로 채용된 상품진열 사원들 및 아직 정규직 전환이 되지 않은 판매전문사원이라도 처우가 전보다 악화됐다면 제보를 부탁한다”고 전했다.

고승주 기자  sj.go@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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