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회장. 사진제공=뉴시스

[여성소비자신문 한고은 기자] 현정은 회장이 이끌고 있는 현대그룹은 우리나라 재벌 기업의 시초였다. 그룹 내 구조 변화가 길게 이어진 끝에 현재는 중견기업으로 다운그레이드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고 정주영, 정몽헌 전 회장의 뜻을 이어 받아 남북 공동번영을 도모하는 데에 여전히 정진 중이고 주축 계열사인 현대엘리베이터는 재해율 감소를 목표로 하는 등 기업의 이익보다 가치 중심으로 발걸음 하는 행보를 변함없이 보여주고 있다.

“신뢰 바탕으로 남북경협사업 추진”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정몽헌 전 회장의 타계 이후 현대엘리베이터 대표이사 및 현대그룹 회장으로 선임됐다. 당시 현 회장은 현대그룹의 안정화 및 계열사별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해 투명경영과 윤리경영을 화두로 제시했다.

현 회장에게 있어 ‘신뢰’라는 키워드는 경영 전반을 가로지르는 핵심적인 정신과도 맞닿아 있다. 현 회장은 지난 1월 2일 신년사를 통해 “남북경협사업을 위한 든든한 자산은 신뢰”라고 강조하면서 고 정주영 회장을 언급했다.

현 회장은 “정주영 명예회장님께서는 ‘사업은 망해도 다시 일으킬 수 있지만, 신용은 한번 잃으면 그것으로 끝’이라고 말씀하셨다”면서 “그동안 어려운 현실과 여건 속에서도 남북경협사업 재개를 위해 착실히 준비하고 기다려 왔다”며 “2008년 금강산관광 중단 이후 멈췄지만 희망을 잃지 말자”고 독려했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을 통해서 갈등을 풀 수 있는 활로가 뚫리는 것 아니냐는 장밋빛 전망이 있었지만 2019년부터 다시 남북관계가 얼어붙으면서 현대아산이 주도하는 현대그룹의 남북경협사업 재개 역시 힘들어진 상황이다.

하지만 현 회장은 “남북경협 사업자로서 우리에게는 그동안 쌓아 온 신뢰라는 든든한 자산이 있고 그 신뢰가 동력이 되어 새로운 미래가 펼쳐질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희망을 잃지 않았다.

이어 “남북 공동의 번영과 평화 정착, 통일의 초석을 놓는다는 묵직한 사명감을 잊지 말고 보다 당당하고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 달라”고 임직원들에게 당부를 전했다.

남북의 공동번영을 담은 현대아산의 기업 정신을 실현하기 위해 현정은 회장은 ‘신뢰’를 바탕으로 지금과 같은 민감한 시기에도 문을 끊임없이 두드리고 있다. 당장의 이익보다도 기업이 가진 가치 창출에 집중하는 모습으로 ‘현대의 정신’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현대엘리베이터, 글로벌-4차산업혁명 기술로 도약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그룹의 주축이 되는 계열사다. 국내 승강기 시장 부동의 1위이면서 글로벌 시장 7위를 유지하며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현정은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현대엘리베이터의 해외시장 공략도 강조했다. 국내 건설 업계가 침체일로를 걷고 있고 지속 성장이 가능할지에 대한 물음표 역시 존재하나 이를 해외 시장 진출로 타개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중국 상해에 신공장을 짓고 있는 상황으로 중국은 연간 수요 60만대에 이르는 세계 최대 시장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1993년 중국에 첫발을 디딘 이래 신공장 준공으로 기존 공장보다 세 배가 넘는 연간 2만5000대 생산 능력을 중기적으로 확보하게 된다. 해외시장 공략과 재도약의 성패가 중국시장에 달려있는 만큼 성공적인 신공장 준공과 중국 내수실적 성장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아울러 현대엘리베이터는 진취적으로 4차산업혁명에 알맞은 신사업과 혁신을 추진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시동을 걸어왔다. 지난해 먼저 충주에 4차 산업혁명 이끌 스마트 팩토리를 건설하고 본사도 이전할 것임을 발표했다.

15만614㎡(4만5,561평) 부지에 조성될 현대엘리베이터 신 공장은 사물인터넷 (IoT)과 빅 데이터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 팩토리로 지어지게 된다. 효율적인 운영은 물론 시장 상황을 실시간 반영해 최적의 생산을 가능케 한다. 연간 생산량은 2만5,000대 규모다.

또한 기존에 별도로 운영하던 물류센터(충청북도 천안시)를 새 본사로 이전해 공장과 통합 운영함으로써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게 됐다.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본사는 현대엘리베이터가 1984년 창립 이후 글로벌 톱 7에 오르기까지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해왔다. IMF시절 국내 회사를 인수 합병한 글로벌 기업들이 공장을 폐쇄하고 해외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와중에도, 국내 생산 방침을 고수하며 토종 기업의 자존심을 지켰다. 그러나 협소한 부지로 인해 공장 확장과 효율적인 생산라인 구축이 어려워지고 주요시설이 노후화함에 따라 이전이 결정됐다.

아울러 지난해 7월 미래 혁신을 이끌 적임자로 송승봉 현대엘리베이터 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송승봉 대표이사는 1954년생으로 부산대 전기기계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LG산전 엘리베이터설계실장, 오티스엘리베이터 서비스사업부문장(전무), 티센크루프코리아 기술총괄 전무, 히타치엘리베이터코리아 대표이사를 거쳐 지난해 3월부터 현대엘리베이터 제조/R&D/미래혁신부문장(부사장)으로 재직해 왔다.

현대엘리베이터에 따르면 송 대표이사는 승강기 분야에서 한 우물을 파 온 최고의 전문가로 꼽힌다. 공장, 필드, 서비스 등 승강기 사업 모든 분야에서 경영 경험을 갖췄고 특히 설계·기술 분야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경험과 노하우를 갖춘 인물로 미래 4차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해 현대엘리베이터의 미래혁신을 이끌 적임자로 판단했다.

송 대표이사는 미래 사업을 이끌 적임자라는 수식에 어울리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KT와 ICT를 접목한 ‘커넥티드 엘리베이터 사업’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차세대 엘리베이터 개발에 나설 것임을 밝혔다.

커넥티드(Connected) 엘리베이터는 ICT 기술을 활용해 스마트기기, 서비스로봇 등과의 커넥티비티(Connectivity), 보안 및 안전, 인공지능(AI) 호출 및 음성명령 시스템 등 승객 편의성을 강화한 차세대 승강기로 보다 진일보한 미래형 엘리베이터라고 할 수 있다.

KT가 가진 ICT 역량과 현대엘리베이터가 가진 R&D 및 유지관리 기술에 기반한 고객 중심의 차세대 엘리베이터 개발 토대를 마련하게 됐다.

인공지능 기술이 사회 각 분야에 접목되고 정보통신기술을 통한 다양한 디지털 혁신이 기업들에게 있어서 중요한 화두가 되면서 엘리베이터 분야 역시 이를 기반으로 한 차세대 상품 개발이 필요하다는 현정은 회장의 판단에 따라 현대엘리베이터가 닻을 올리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경기 이천공장 전경. 사진제공=뉴시스

재해율 70% 감소 목표… 사람 중심 경영 추진

아울러 현대엘리베이터는 올해 재해율을 72% 감소하는 것을 목표로 안전 시스템을 강화하기로 했다. 안전 리더십 강화를 위해 전 사업부문, 본부, 담당 관리자의 핵심성과지표(KPI)에 재해율 감소 비율을 72%로 확대했다. 특히 안전수칙 미준수나 중대사고 발생 시 관리조직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안전교육도 강화됐다. 지난해 11만6647시간이었던 관련 교육은 올해 16만7232시간으로 약 1.4배 늘리고 특히 초급 기술자 대상 교육을 확대한다. 현장 및 안전 업무 수행에 따른 임직원 스트레스 관리를 위해 전문 상담 프로그램도 도입했다.

또한 현장 안전 강화를 위한 부문별 TFT를 구성하고 엘리베이터 유지관리 작업 중 협착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안전운행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승강기안전공단의 승인을 받아 신규 현장에 적용하고 공정 검토를 거쳐 안전 매뉴얼을 정비했다.

송승봉 대표이사는 “업계 선도기업으로서 책임을 다하고 산업재해 감축이라는 정부 정책에 적극 동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사망사고 제로, 재해율 0.08% 달성으로 직원 모두가 출근할 때 보다 더 건강한 모습으로 퇴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정은 회장의 뚝심과 결단

현대그룹은 계열사 에이블현대호텔앤리조트를 통해 2012년 ‘반얀트리클럽앤스파서울’을 인수했다. 현대그룹에서 연속적으로 이어진 계열사 이탈 및 분리와는 다른 면모로 1600억대의 과감한 인수합병으로 6성급 호텔인 반얀트리의 주인이 됐다.

고가의 멤버십을 통해 운영되고 있어 그룹의 실적에 기여하는 바가 크지는 않지만 복합적인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로 발전시켜 수익성 강화를 기대하고 있다. 트렌디한 호텔서비스 사업을 통해서 현대가 가진 정통성에 미래 성장 동력을 부여한 시도라고 볼 수 있다.

가정주부로 30여년을 살아왔던 현정은 회장은 2012년 취임 10년 만에 현대그룹의 매출을 12조원으로 올려 무려 2배를 성장시켰고 그룹의 자산도 28조원으로 3배 이상 늘었다. 2013년 말에는 유동성 위기에 대비해 3조3000억원 규모의 자구계획을 내놓는 결단을 보여 재계를 놀라게 한 바 있다.

현재는 현대그룹이 가진 정통성을 끊임 없이 추구하면서 현대엘리베이터의 글로벌화와 혁신을 통해서 그룹의 재무 건전성과 성장동력을 높이기 위한 발판을 마련 중에 있다.

일각에서는 뚜렷하고 획기적인 성장 모멘텀이 보이지 않는 현대그룹에 ‘불운이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하지만, 정몽헌 회장의 작고와 계열사 이탈 등으로 그룹이 흔들릴 때 현대의 얼굴이 된 현정은 회장은 특유의 뚝심과 감성으로 임직원들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현 회장은 “최근 모빌리티, 협동로봇, 빅데이터 등 기술적 변화와 공유, 뉴트로, 매너소비 등 생활의 변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에 편승하고 주도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변화와 혁신에 가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엘리베이터를 만든다’는 제조의 의미를 확장시켜 ‘모빌리티’, ‘인공지능’ 등을 접목한 ‘공간이동’이라는 더 높은 차원을 고민하고 구현해야함을 제언하기도 했다.

엘리베이터 사업은 성장 가능성에 제한이 있다는 편견에 맞서 인식의 전환과 기술의 접목을 통해 미래를 향한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 현정은 회장의 이러한 결단과 뚝심이 지속되는 한 현대그룹은 앞으로도 가치 중심의 기업으로서 귀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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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고은 기자  h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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