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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대길(立春大吉) 산과 들에서 만나는 봄의 기운을 품은 약선 밥상박혜경의 음식이 약이 되게 하는 약선밥상 (14)
박혜경 요리연구가/푸드스타일리스트 | 승인 2020.03.02 09:50

[여성소비자신문]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이 돌아오면, 아버지는 지필묵을 챙겨 대청마루로 나오셔서 문풍지를 길게 자르신 후, 큰 붓으로 한자 한자 정성을 다해 입춘대길(立春大吉)을 쓰셨다. ‘

새로운 봄을 맞아 나쁜 액운은 멀리 보내고 경사스러운 일이 많이 생기라는 기원이 담긴 글’이라고 설명해주시면서 집안의 큰 기둥과 대문에 붙이셨던 기억이 있다.

2020년 새해가 시작되면서 전부터 코로나19가 발생되어 어수선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았고, 2월4일 입춘이 지났지만 시린 겨울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코로나19 공포에 빠져있다. 입춘대길의 글처럼 빨리 나쁜 액운인 코로나19가 나가고 좋은 일들이 가득해졌으면 좋겠다.

입춘이 지나면 겨우내 시린 추위 속에서 힘든 여정을 이겨내고, 얼었던 땅을 뚫고 굳었던 껍질을 뚫고 새 생명이 움트기 시작하여 주말에 들녘에 나가보니 봄을 알리듯 따뜻한 새싹이 돋아나 있어 문득 봄나물을 캐러 다녔던 어린 시절이 떠올라 그리움에 젖는다.

“엄마~ 친구들과 함께 나물 캐러 다녀 올게요. 벌써 냉이랑 달래랑 쑥이 돋아나 있어요.”
봄맞이에 들뜬 마음으로 바구니를 하나씩 들고 들녘으로 나서니 봄바람 마저 살랑 불어와 봄 처녀들의 나들이를 반가워 해준다.

채 가시지 않은 겨울의 시림이 땅 위에 남아있었지만 논두렁, 밭두렁 양지가 드는 곳에는 봄의 기운을 받아 차갑고, 단단한 흙을 밀어내고, 싱그러운 봄나물이 돋아나 있었다.

엄마는 봄이 오면 냉이가 들어 있는 음식을 자주 해주셨다. 향긋한 봄내음이 참 좋으시다던 냉이 잎이 톱니처럼 생긴 냉이를 찾아 뿌리까지 캐내어 흙을 털어내고 바구니에 담는다.

냉이, 쑥, 달래, 씀바귀…. 봄을 안은 나물들을 가득 뜯어서 냇가로 가서 나물의 흙을 씻어내고 “봄봄봄봄 봄이 왔어요~♫♬”

흥에 겨워 봄 노래를 부르곤 했다. 냇가 가장자리 들에 붙어 있는 다슬기도 잡으면서 어둑해지는 시간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봄의 설레임으로 들떠 즐거웠다.

봄나물이 가득한 바구니를 엄마에게 내밀면 ‘봄이 벌써 와 있었구나’ 하시면서 무척 좋아하셨다. 장독대로 나가셔서 항아리 속에 담긴 된장과 고추장을 떠와 뚝배기에 넣고 물에 푼 후 불 위에 올려 끓어 오르면 냉이와 다슬기, 기타 양념을 넣어 맛과 향, 영양이 듬뿍 담긴 냉이국을 만들어 주셨다.

달래는 깨끗이 다듬어 잎은 잘게 썰고 큰 알뿌리는 얇게 저며 간장과 참기름, 고춧가루를 넣어 양념장을 만드신 후 뜨끈뜨끈한 두부와 함께 밥상을 차려주셨는데 집안은 봄내음으로 가득하였다.

현대에는 계절에 상관없이 하우스 안에서 봄나물이 재배되어 나오고 있지만, 봄이 되면 산과 들에서 돋아나는 야생초의 향과 맛을 느낄 수 없기에 어린시절 어머님의 손맛이 담겨있던 봄의 밥상이 더욱 그리워지곤 한다.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 음식

24절기의 시작인 입춘은 봄의 시작을 알려준다. 입춘은 가장 춥다는 대한과 눈이 녹아 비가 된다는 우수 사이에 있다. 매서웠던 겨울의 끝자락에서 얼었던 땅을 밀어내고 푸릇한 새싹을 내보이면 새순을 뜯어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즐거워했는데 입춘에 먹는 시절식은 겨우내 움츠렸던 입맛에 생동감을 주는 활력소가 되어 주었다고 한다.

“입춘(立春)날 무순(筍), 생채(生菜)냐‟라는 옛 속담이 있는데 맛있거나 신나는 일을 빗댈 때 입춘시식(立春時食)으로 먹던 무순 생채를 비유한 것이다. 그 이유는 제철음식이 가장 맛있고, 몸에 좋은 보약이 되었기 때문이다.

‘동국세시기’와 ‘조선왕조실록’에는 총아(蔥芽), 산개(山芥), 승검초(辛甘菜)를 입춘 때 바친 기록이 있다. 총아는 움을 틔우기 시작한다.

산개는 산에서 나는 갓, 승검초는 당귀의 싹이다. 궁중에서는 이것으로 오신반(五辛飯)을 장만하여 수라상에 올렸고, 민간에서도 이것을 흉내 내어 눈(雪) 밑에 돋아난 햇나물로 입춘재(立春菜)를 만들어 먹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오신반에는 움파, 산 갓, 당귀 새싹 외에도 무초, 달래, 부추, 무릇, 마늘 같은 매운 것들을 같이 무쳐 먹었다고 한다. 오신반은 몸이 데워지고 마음이 강해지기 때문에 불가에서는 먹지 않았다고 한다.

입춘절기에 먹었던 대표적인 음식에는 산갓김치도 있다. 산갓김치는 ‘산림경제’에 의하면 ’산갓을 깨끗이 씻어 큰 그릇에 담아 뜨거운 물을 부은 후 뚜껑을 덮어 따뜻한 방에 두고 이불로 덮어두어 한식경쯤 지나 꺼내면 그 빛이 약간 누르스름해져 있는데 이것을 무를 얇게 저민 것과 파의 흰 줄기를 같이 담으면 매운맛이 줄어들어 더 맛이 있다고 서술되어 있다.

입춘날 날이 맑으면 그 해 농사가 잘 될거라고 믿으면서 햇나물을 캐다가 무쳐서 오신채를 산갓김치 등 매콤한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고 전한다.

입춘절기에 매운 음식을 먹었던 이유는 추운겨울을 김장김치로 버텨온 사람들의 입맛을 찾아주고, 입과 코가 시원해지고 언 몸을 녹여주고 따스해진 봄기운이 매운 음식을 통해 몸으로 들어와 건강을 지켜준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맛과 향 건강까지 지켜주는 봄나물

새해 전부터 발생 된 코로나19가 확산 되어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공포스러운 시점에 있지만 봄은 찾아와 있다.

코로나19로 인하여 활동에 제한을 받을 수 있지만 겨우내 움츠리고 있던 몸이 풀리면서 신진대사도 활발해지고 있다. 이 시기에 신진대사에 필요한 단백질, 무기질, 비타민 등 각종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면 영양상의 불균형이 일어나 기운이 없고 쉽게 피로해지며 춘곤증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코로나 19를 이겨낼 수 있는 건강한 몸을 만들기 위해서 제철에 나는 음식을 섭취하면 좋을 것 같다. ‘제철음식에 보약이다’라는 말이 있다. 제철에 나는 음식에는 그 시기에 우리의 몸에 필요로 하는 비타민, 단백질, 미네랄 등 영양소를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

현대에는 따뜻한 봄나물을 마트나 백화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지만, 봄의 기운을 담은 산과 들에서 제철에 나온 음식이 주는 맛과 향 영양에 미치지 못한다.

냉이

냉이는 신진대사가 왕성해지면서 부족해지기 쉬운 비타민이 풍부하고, 단백질, 철분, 칼슘이 풍부하여 비장을 튼튼하게 해준다. 간장활동을 촉진하여 피로해소를 돕고, 눈을 맑게 해주고 어지러움 증상을 완화해주는 데도 효능이 있다.

냉이는 긴 쇠붙이를 이용하여 뿌리까지 캐서 연한 냉이는 잎을 다듬어 깨끗이 씻어 날로 무쳐 먹고, 억센 냉이는 잎과 뿌리를 따로 데쳐서 무치면 두 가지 맛을 즐길 수 있어서 좋다. 데칠 때는 잎을 먼저 데친 후 뿌리를 데쳐주고 무칠 때는 고추장 또는 된장을 이용하여 고루 주물러서 맛이 고루 베이게 하여 먹으면 더욱 맛있는 냉이무침이 된다.

국으로 사용할 때는 조개나 마른새우를 넣고 고추장을 풀어서 끓이면 맛이 좋다. 냉이는 손질하여 랩에 싸서 습기를 유지해주면 냉장고에서 2~3일 가량 보관이 가능하며 좀 더 오래 보관하고 싶으면 살짝 데쳐서 보관하면 된다.

달래

달래는 특유의 매운 맛이 위장관의 활동을 촉진해 소화작용을 돕는다. 비타민이 종류별로 고루 들어있어 나른하고 몸이 무거울 때 먹으면 몸의 활력을 준다. 달래에는 마늘에 들어 있는 알리신이 들어있고 칼슘의 함량이 월등히 많이 들어있어 빈혈을 없애주고, 간 기능을 개선해주며 동맥경화증을 예방해 준다.

달래는 우리나라 산이나 들에서 잘 자라고, 논두렁 밭두렁에 무리 지어 자란다. 달래는 잎의 향긋한 향과 특유의 쌉싸래한 맛이 미각을 일깨워준다. 달래는 긴 잎과 뿌리를 모두 먹을 수 있으며 수염뿌리는 다듬고, 굵은 알뿌리는 두드리거나 얇게 저며서 사용한다.

연한 달래는 무쳐 먹고, 굵고 매운맛이 강한 달래는 된장찌개 등에 사용하면 향긋한 찌개가 된다. 잘게 썰어서 간장, 참기름, 고춧가루, 깨를 넣어 양념장을 만들어 두부와 곁들어 먹으면 맛이 좋다.

돌나물

돌나물에는 비타민, 칼슘이 많이 들어 있어서 피를 맑게 하고 대하증에도 효과가 있으며 줄기에서 나오는 즙은 화상에 사용하면 효과가 있다. 돌나물은 산기슭 돌 틈, 들녘에 많이 나는데 몸에 수분이 많아 가뭄이나 뜨거운 햇볕에도 잘 견디며 옆으로 뻗은 줄기마다 뿌리가 나와 번식력이 좋다.

돌나물에는 특유의 향기가 있어서 날로 무쳐 먹으면 더욱 향긋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무칠 때는 손으로 주물리면 풋내가 나므로 양념을 넣고 그릇 채 켜질을 하듯이 까불어서 간이 고루 베이도록 해주면 좋다. 돌나물에 무를 나박나박 썰어서 넣고 물김치를 담아 먹으면 향긋한 맛을 더해준다.

두릅

두릅은 독특한 향이 입맛을 살리고, 몸이 나른하고 피로할 때 먹으면 좋다. 두릅은 다른 채소에 비해 단백질이 아주 많고 비타민A, 비타민C, 칼슘, 섬유질 사포닌이 들어있어 혈당을 내리고 당뇨병 신장병 위장병에 좋다.

두릅은 두릅나무에 새순이 나기 시작하면 꺾어서 먹는 나무두릅과 땅두릅이 있는데 독특한 향이 나는 산나물이다. 쌉싸래하면서도 향긋한 두릅은 봄에 잠깐 먹을 수 있으며 두릅나무에 돋아나는 어린순을 먹는다.

두릅은 새순이 벌어지지 않고 통통한 것으로 붉은색 껍질이 붙어있는 길이가 짧은 것이 향도 좋고, 맛도 좋다. 손질할 때는 단단한 목질부는 잘라내고 붉은색 껍질은 벗겨낸 후 줄기가 딱딱한 부분은 밑동에 열십자로 칼집을 넣고 끓는 물에 두릅 전체가 고루 익도록 데쳐서 찬물에 헹구어 물기를 빼준다.

덜 삶아지면 식은 후 푸른빛이 얼룩지고 검은빛이 나므로 충분한 물을 끓여서 푹 담기도록 하여 삶아준다. 두릅의 겉의 까실까실한 가시는 데치면 없어진다.

씀바귀

씀바귀는 봄철에 많이 먹으면 여름에 더위를 타지 않고, 열병, 속병을 낫게 하고 즙을 마시면 얼굴과 눈동자의 누린기가 없어진다고 한다.

씀바귀는 쓴맛이 강해 이름 붙어졌고, 냉이와 비슷하고 가장자리에 톱니 같은 잎이 길게 나와 있고 잎줄기가 흰색으로 보송보송한 털이 나와 있으며 뿌리를 꺾으면 하얀 진이 나온다. 고들빼기와 씀바귀가 비슷하여 혼동되는데 고들빼기는 잎이 매끈하다.

씀바귀는 줄기와 뿌리를 모두 먹지만 이른 봄철에는 주로 뿌리를 먹는다. 쌩싸래한 씀바귀는 생으로 고추장에 무쳐 먹으면 잃었던 입맛이 돌아온다고 한다.


 
쑥은 해독작용이 뛰어나 몸속의 독소를 몸 밖으로 내보내준다. 봄에 쑥을 먹으면 몸에 활력을 불어 넣고 기운을 북돋우는 효과가 있으며 쑥은 시금치의 약 3배의 식이섬유소가 있어서 장내에 쌓인 유해물질을 배출하여 변비에 효과가 크다.

쑥은 너무 많이 먹으면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쑥은 나물무침, 된장국, 쑥떡, 쌀국수 등을 만들 수 있으며 건조하여 가루로 만들어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고 녹차처럼 따뜻한 물에 우려서 마시면 향도 뛰어나고 맛도 좋다.

보리순

보리순은 칼슘과 비타민C가 풍부하여 당뇨병에 효과가 있다. 우유에 5배, 비타민C는 시금치의 12배가 함유되어 있다. 푸른 보리의 어린순인 보리순은 채소가 귀한 겨울부터 이른 봄까지 먹는다.

어린 보리순은 된장국, 찌개, 샐러드, 생채 등으로 먹고 즙을 내어 쌀가루와 버물러서 떡을 해서 먹어도 맛이 있다. 보리순을 말린 후 가루 내어 우유나 요구르트에 타 먹어도 좋다. 전라도에서는 홍어애국을 끓을 때 기본으로 넣는데 톡 쏘는 홍어의 냄새와 풋풋한 보리순이 잘 어울린다.

새발나물
 
세발나물은 비타민과 미네랄, 칼슘이 풍부하여 변비에 좋은 식이섬유가 많아 장내 노폐물 배출을 돕는다. 베타카로틴이 많아 노화방지에도 좋다.

세발나물은 바닷가에서 나는 봄나물로 갯벌과 염분을 먹고 자라서 싱그러운 식감과 짭조름한 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고추장을 넣고 무쳐 먹거나, 나물, 된장찌개, 샐러드, 생채, 냉채 등으로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유채

유채는 피를 맑게 하여 고혈압 등 성인병 예방에 좋으며, 춘곤증 해소에도 좋다. 몸에 쌓인 노폐물을 배출하고 연소를 촉진 시켜서 다이어트에도 좋은 효과가 있다. 제주도의 봄을 상징하는 유채는 꽃은 눈으로 즐기고 잎은 입으로 즐긴다.

달콤한 향이 살아 있도록 간을 해서 먹는다. 유채를 조리할 때는 비타민C가 파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가열은 짧게 한다. 어린유채잎은 향기와 맛이 독특하며 영양이 풍부하여 쌈, 냉채, 김치, 겉절이 등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민들레

민들레는 노폐물을 제거하는 효능이 있으며 열을 내려주고 해독하는 효능이 있어서 우리 몸의 독소를 배출한다. 항암, 항염증에 효과가 크고 혈액을 맑게 해주고, 이뇨작용을 돕는다. 몸이 쉽게 피곤해지는 것은 에너지 부족이 원인이기도 하지만 몸의 노페물이 배출되지 않기 때문이다. 봄철 스트레스로 인한 피로와 염증을 민들레로 이겨내 보도록 하자.

연한 민들레 잎은 양념장에 무쳐서 나물로 먹을 수 있고, 국거리나 장아찌, 민들레 김치를 담궈 먹을 수 있다. 민들레는 흙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여러 번 깨끗이 씻어서 물에 흙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씻어서 사용해야 한다.

봄은 만물이 생성되는 계절로 얼었던 땅을 뚫고 새 생명이 움트기 시작하는 계절로 산과 들에서 나는 봄의 새싹은 거의 먹을 수 있다. 생명력이 강한 봄에 나오는 제철 음식을 이용하여 코로나19를 이겨낼 수 있는 건강함이 가득하길 바래본다.

박혜경 요리연구가/푸드스타일리스트  Openhp9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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