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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위한 서민금융인가?대출금리 속여 수십 억 대 부당이득 챙겨
송현아 기자 | 승인 2012.03.29 16:23

농협·축협 양심 실종…서민 돈 빼앗아 상여금 잔치
감사 요청하는 조합원 축출하고 대출비리 축소까지

서민은행인 농협과 수협이 대출금리를 속여 수십 억 원에서 수백 억 원대의 부당이득을 챙겨 상여금 잔치를 했다. 정부가 서민경제를 위해 대출금리를 낮추겠다고 한 약속이 무색하게도 서민은행인 농협과 축협에서 대출금리를 속여 부당이득을 챙긴 사실이 확인됐다. 시중금리가 떨어져도 변동 대출금리를 낮추지 않는 수법으로 고객의 돈을 10억 원 이상 가로챈 전국 농협이 적어도 7곳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지난 3월 27일 “전국 1000여 단위 농협·축협들에 대해 감사를 벌인 결과, 2009년 이후 10억원 이상의 부당이득을 취한 조합이 7곳에 이르렀다”며 “감사 결과를 검찰에 넘겼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러한 농협중앙회의 발표 역시 축소 의혹이 짙어 믿을 수 없다는 점이다.

농협중앙회가 지역 단위농협의 대출 비리를 조사한 뒤 검찰에 제출한 감사자료 일부가 조작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은 고객 몰래 가산금리를 조작해 수억~수십억 원대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단위농협 50여 곳을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이들 단위농협이 고의로 축소하거나 은폐한 비리 규모만 수십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상여금 재원은 부당이득
지난 해 저축은행 비리에 이어 대표적 서민금융기관인 지역 단위농협ㆍ축협으로 대출비리 수사가 확대됐다. 검찰은 군포농협, 의왕농협, 안양농협, 안양축협 등 농ㆍ축협 사무실과 서울 양재동 농협중앙회 IT본부 등 5곳을 압수수색해 대출 관련자료 일체를 확보했다. 

이들 조합은 시중금리가 하락할 때 변동금리 기준 대출상품의 금리를 떨어뜨리지 않는 수법으로 연 0.3~0.5%의 부당한 금리차액을 챙겼다. 감사 결과, 이런 수법으로 부당이익을 챙긴 농협·축협은 전국에 100곳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적으로 단위농협은 1천160여 개에 이르고 총 대출잔액은 10월 말 현재 142조4천억 원에 달한다. 검찰은 앞서 유사한 수법의 대출비리가 드러난 과천농협의 김모 조합장과 상무이사, 금융담당이사 등 3명을 구속기소하고 비리에 관련된 임직원 15명을 불구속기소했다. 이들은 지난 2009년 한국은행의 금리인하에 따라 대출금리를 내려야 하는데도 임의로 가산금리를 2.5%에서 4%대로 인상해 47억여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컴퓨터 등 이용사기)를 받고 있다. 이로 인해 피해를 본 농민이 700여명, 피해계좌는 1천200여 개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부당이득을 챙긴 일부 조합의 조합장과 직원들이 특별상여금을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한국양봉농협의 이현열 노조 지부장은 “양봉농협의 조합장을 비롯한 전 직원이 2010년 250%(6억6000만원), 2011년 150%(4억원) 등 모두 10억6000만원의 특별상여금을 받아갔다”며 “고객들한테서 챙긴 10억여 원의 부당이득을 고스란히 직원들의 특별상여금으로 나눠준 셈”이라고 비난했다.

심지어 조합장이 자신에게 껄끄러운 조합원을 편법으로 축출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경기 김포축협은 지난해 말 조합 감사가 달걀 브랜드 사업에서 20억여 원의 부실이 발생한 데 대해 특별감사를 요청하자 감사의 조합원 자격을 박탈했다. 오영중 변호사는 “조합원 자격을 박탈하는 바람에 감사가 닭고기 군납을 못 하게 돼 연 2억~3억 원의 손실을 보게 됐다”며 “법원이 이 감사의 조합원 및 감사 자격을 회복하라는 가처분 결정을 했는데도 김포축협이나 농협중앙회가 이를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포축협 관계자는 “본안소송이 진행 중이므로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대출상품에서도?
검찰은 단위농협별로 최대 수억 원의 대출비리가 누락됐고, 또한 감사자료에서 주로 언급된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 연동대출 외에도 정기예금금리 연동대출 등 다른 대출상품에서도 유사한 비리 혐의를 추가로 포착했다.

단위농협 대출비리 수사는 지난해 10월 수원지검 안양지청에서 과천농협을 압수수색하면서 시작됐다. 과천농협은 2009년 CD금리 연동대출을 하면서 고객의 동의 없이 가산금리를 인상해 47억여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컴퓨터 등 사용 사기)를 받았다. 1심 재판에서 김모 조합장 등 3명의 임직원에게 징역 8월~2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문제가 불거지자 농협중앙회는 지난 1월 자체 감사를 벌여 단위농협 50여 곳의 대출비리를 적발해 검찰에 통보했다. 대검 중수부는 비리 규모가 10억 원 이상인 단위농협 7곳을 1차 수사선상에 올리고 각 지방검찰청에 사건을 이첩했다. 이때부터 최근까지 서울중앙지검·광주지검·대전지검 서산지청 등에서 단위농협 압수수색과 임직원 소환조사를 벌였다.

그런데 조사 결과 감사자료에 포함되지 않은 비리가 추가로 드러났다. 각 지방검찰청은 대출담당 직원들로부터 “CD금리 연동대출 외에 다른 대출상품에서도 가산금리 조작 지시가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다른 대출상품과 관련된 비리의 경우 농협중앙회로부터 감사자료가 제출되지 않은 것은 물론 고객들의 피해 복구도 이뤄지지 않았다.

대전지검 서산지청은 충남 당진에 있는 신평농협 조사 과정에서 농협 측이 정기예금금리 연동대출에서도 가산금리를 조작해 수억 원의 부당이득을 올린 사실을 밝혀냈다. 또 감사자료에 나온 CD금리 연동대출과 관련된 부당이득 총액도 1억 원 이상 축소 보고된 것을 확인했다.


가산금리 높여 차액 포탈
농ㆍ축협은 가산금리를 속여 농민 등 서민 예금자들로부터 부당이득을 챙겨온 것으로 조사됐다. 통상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그에 연동된 금융기관들의 대출금리(기준금리+가산금리)가 낮아져 대출자들의 이자부담이 그만큼 경감된다. 하지만 기준금리를 낮춰도 단위농협 같은 여신기관이 가산금리를 높이면 대출금리가 유지되거나 심지어 높아져 대출자들에게 돌아가야 할 이자혜택이 여신기관의 부당이득으로 남게 된다.

지난 해 11월 공정거래위원회 발표 자료에 따르면, 69개 상호금융기관(농협, 수협, 신협)은 변동기준금리연동 대출상품을 취급하면서 기준금리를 '08년도에 변경한 이후 '09년 1월 31일~’10년 6월 30일 기간 동안 부당하게 고정했다. 기준금리의 중심이 되는 정기예탁금금리(조달원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함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를 고정시켜 대출고객에게 대출이자를 높게 받았다. 정기예탁금금리가 '09년 1월 31일~’10년 6월 30일 기간 동안 1.56%p 하락(6.00→4.44%)함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를 평균 9.25%로 고정했다.

송현아 기자  wsobi@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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