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지난 2월 4일 이른바 ‘호날두 노쇼’ 사건에 대해 경기 주최자인 데페스타 측을 상대로 경기관람 소비자들이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1심 법원이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호날두 노쇼’는 2019년 7월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올스타팀과 유벤투스 FC 간의 친선 경기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당초 홍보와 달리 호날두가 경기에 출전하지 않고 벤치에만 앉아 있어 관람객들을 크게 실망시켰다.

‘호날두 노쇼’ 사건 배상판결의 의미

이에 논란이 커지고 관람객 중 일부 팬들이 ‘허위·과장 광고로 입장권을 판매했다’며 더페스타 측에 입장료 환불과 정신적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인천지법은 판결에서 경기 주최자인 더페스타가 관객 1인당 37만1천원(입장료 7만원, 취소 환불 수수료 1천원, 정신적 위자료 청구금액 100만원 중 30만)을 지급할 것을 명령했다.

판결문은 다음과 같이 원고승소의 판결이유를 밝히고 있다. 즉, 호날두 선수의 중요성, 인기, 팀 내의 지위 등은 어느 선수보다 높아 원고를 비롯한 관객들은 그의 경기 모습을 직접 보기 위해 입장권을 구매한 것이다.

호날두 선수의 45분 이상 출전은 중요한 계약 사항임에 틀림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호날두 선수는 경기에 전혀 출장하지 않아 그의 경기 모습을 오래 기다린 수많은 관중들을 실망시켰고, 신뢰를 현저하게 훼손한 것은 물론, 일반인의 비난과 분노도 크고 그 영향이 사회·경제적으로도 중대하고 광범위하기 때문에 재발 방지의 필요성이 크다고 아니할 수 없다.

이번 법원 판결을 계기로 ‘호날두 노쇼 사태 소송 카페’ 회원 등 5600여명이 제기한 ‘호날두 노쇼’ 민사소송 6건이 인천지법과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 중이므로 향후 판결에 스포츠팬들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또한 한국프로축구연맹도 호날두 불출전 등에 대한 위약금 지급 조항을 근거로 더페스타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관객들이 경기 주최자 측을 사기 혐의 등으로 형사 고소한 사건에 대해서도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이탈리아 측과 사법 공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고 한다.

이번 판결은 스포츠경기 주최자의 허위 과장 광고로 인하여 재산적·정신적 피해를 입은 관객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첫 판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본다. 현행 스포츠 관련 법령이나 소비자관계법령상 스포츠경기를 관람하는 관객의 권익을 특별히 보호하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민법상의 채무불이행이나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여 피해구제를 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스포츠 관람계약의 관람소비자 보호의 한계

프로스포츠 분야는 경기주최자와 스포츠팬은 관람계약을 통해 법률관계가 형성된다. 관람계약에 따라 관람객은 입장료 등 대가를 지불하고 일정한 공간을 배정받아 양질의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긴다.

일반적으로 계약은 청약과 승낙으로 이루어진다.  대부분의 스포츠 경기의 내용이나 일시 등의 정보는 포스터나 신문 또는 TV광고와 같은 대중매체를 통해 접하게 된다.

스포츠경기를 개최하기 전에 관람객을 모집하는 광고를 한다. 그 광고에 구체적인 경기내용이 포함되어 있다면 관람계약상의 청약에 해당된다. 또한 경기주최자는 광고 내용에 대해 구속되며, 관람객이 그 광고를 보고 입장권을 구입하는 것은 승낙의 의사표시에 해당된다고 하겠다.

따라서 광고를 낸 경기가 취소되거나 입장권 구입 시 실제 광고된 내용과 다를 때, 그리고 관람객이 기대했던 양질의 경기를 제공하지 않는 경우에는 경기주최자는 그에 따른 손해배상을 부담하게 된다.

경기에 하자가 있는 경우에 관람객이 경기주최자에게 불완전이행책임과 하자담보책임을 물을 수 있다.  ‘호날두 노쇼’ 사건처럼 명시적으로 특정 선수의 출전을 전제로 개최하는 경기에 있어서 아무런 사전공지도 없이 그 핵심 기대선수가 출전하지 않은 경우에는 당연히 불완전이행의 문제가 발생한다. 그 밖에도 스포츠 경기에 발생하는 경기주최자의 민사책임의 원인으로는 오심, 도핑, 승부조작 등이 있다.

스포츠 관람계약은 단순한 민사법상의 계약으로 취급되어 관람객은 ‘소비자’로서의 법적 지위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업자인 경기주최자가 제공하는 스포츠경기를 관람하는 불특정 다수인은 당연히 소비자로 인정되어야 마땅하다.

스포츠 관람과 같은 문화 서비스 영역은 관람소비자보호법제가 충분히 마련되어 있지 않고, 소비자보호 측면에서 큰 관심을 받아 오지 못해 온 것이 사실이다.

관람소비자 주권확립을 위한 법제의 정비 방안

스포츠 관람에 관련하여 특별한 소비자법령은 아직 없으나 소비자기본법, 전자상거래법, 약관규제법 등과 같이 일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령이 적용될 수 있다. 그러나 스포츠산업의 발전과 특수성을 인정한다면 스포츠경기에 참여하는 관람소비자 주권의 확립을 위한 법제의 정비는 시급하다고 볼 수 있다. 그 방안을 몇가지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스포츠산업진흥법을 개정하여 스포츠관람객을 보호하는 규정을 명문화해야 한다. ‘스포츠산업진흥법’은 스포츠 산업의 진흥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스포츠산업의 기반조성 및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고, 스포츠를 통한 국민의 여가 선용 기회 확대와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제정된 법이다(이 법 제1조).

이 법에는 전문 인력을 양성하며, 창업지원, 스포츠산업진흥시설의 지정, 스포츠산업지원센터의 지정, 프로스포츠의 육성, 국제교류 및 해외시장 진출지원 등에 관한 국가의 과제만 규정하고 있다. 경기를 관람하는 등 스포츠 산업을 이용하는 소비자의 권익증진을 위한 국가의 책무를 규정해야 한다.

둘째, 소비자기본법에 근거하여 스포츠 관람에 관련하여 발생하는 소비자와 사업자간의 분쟁을 신속히 해결하기 위한 ‘스포츠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이미 스포츠 관람계약과 유사한 공연 관람계약에 따른 입장권 구매 및 관람을 위한 서비스 제공의 분쟁기준이 이미 마련되어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셋째, 스포츠관람소비자 단체소송과 집단소송제도의 도입이 요망된다. 대형 경기대회에는 관람객이 수 만 명에 이른다. 이번 ‘호날두 노쇼’ 사건의 경우도 피해자인 관람객이 6만5천여 명으로 알려져 있으나 소송으로 권리구제를 청구한 사람들의 10%에도 못 미치고 있다.

현행 소비자기본법에 소비자 단체소송이 규정되어 있지만 요건과 효과가 아주 제한적이다. 소송요건이 까다롭고, 그 판결 효력이 해당 제품의 판매 금지나 불공정 약관 시정 등 기업의 위법행위 금지에 미칠 뿐 소비자가 금전적 손해배상을 받으려면 소비자 개개인이 별도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한편, 집단소송 제도를 도입하면 한 피해자가 가해자를 상대로 소송을 할때 다른 피해자들은 별도 소송 없이 그 판결로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게 된다. 지금처럼 피해자들이 제 각각 소송을 제기하면 비용도 많이 들고 똑같은 피해를 입은 사람이라도 소송을 하지 않으면 구제를 받을 수가 없다.

스포츠경기 관람소비자 집단소송제도의 도입에는 이미 2005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이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소비자집단소송제 확대 도입 논의와 관련하여, 소비자단체소송의 기능을 연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법제정비가 시급하다고 본다.

연기영 동국대 명예교수  yeunky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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