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한 호흡

    문태준
   
꽃이 피고 지는 그 사이를
한 호흡이라 부르자
제 몸을 울려 꽃을 피워내고
피어난 꽃은 한 번 더 울려
꽃잎을 떨어뜨려버리는 그 사이를
한 호흡이라 부르자
꽃나무에게도 뻘처럼 펼쳐진 허파가 있어
썰물이 왔다가 가버리는 한 호흡
바람에 차르르 키를 한번 흔들어 보이는 한 호흡
예순 갑자를 돌아나온 아버지처럼
그 홍역 같은 삶을 한 호흡이라 부르자

시 해설

살아 있음은 무엇으로 증명되는가? 모든 생명체는 숨이 멎는 순간 죽음이 지배한다. 사람도 숨이 멎음과 동시에 더 이상 사람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호흡의 멈춤은 곧 생명의 끝을 가져오게 한다. 하여 호흡은 곧 삶을 의미한다. 고른 숨을 쉬기 위하여 우리는 부단히 몸과 마음을 다스린다. 그 호흡 사이에는 거친 숨결과 고운 숨결이 넘나든다.

생(生)에 따라 숨의 속도와 높낮이가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살아가노라면 환희의 밝은 숨결, 비탄 속 어둠의 숨결, 노동의 고단한 숨결, 숨죽이고 견디는 고통의 숨결, 탄식의 허탄한 숨결까지‘한 호흡’속에 놓인다.

문태준 시인의 시 ‘한 호흡’은 꽃이 피고 지는 그 사이, 즉 꽃잎을 피우고 떨어뜨리는 그 사이, 썰물이 왔다가 가버리는 사이, 바람에 차르르 키를 한번 흔들어 보이는 존재의 순간을‘한 호흡’이라 노래한다.

생명체의 짧은 한 생애를 ‘한 호흡’으로 그려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시인은 마침내 “예순 갑자를 돌아나온 아버지처럼/그 홍역 같은 삶을 한 호흡이라 부르자”고 한다. 시간과 공간적 상황들을 내쉬고 들이마시며, 홍역 같은 삶을 뚫고 예순 갑자를 돌아나온 아버지의 위대한 한 생애, 그것이 의미 있는‘한 호흡’이 아니겠는가.
한편,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한 호흡’은 조금 더 포근하고 여유롭게, 평화롭고 조화롭게 피고 지기를 바라는 여운이 남는다.

구명숙 숙명여대 명예교수  k9350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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