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2002년 개봉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2054년 미래의 첨단 기술을 보여준 SF영화이다.

스토리는 범죄를 미리 예측하여 범죄자를 사전에 잡아내는 최첨단 시스템을 적용한 사회를 보여주는데, 이 영화에서 나왔던 미래의 첨단기술이 먼 2054년이 아니라 현실이 되고 있다.

중국의 마원 알리바바 회장은 지난 2015년 3월 독일에서 있었던 전시회에서 기조연설 도중 자신의 스마트폰에 얼굴을 인식해서 독일 우표를 주문하는 안면인식 결제 서비스를 공개하는 깜짝쇼를 자신있게 보여주었으며, 이는 첨단기술력이 있는 세계 각 국가에서 안면인식 기술관련 사업에 적극적인 예산을 투자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 후 안면인식 기술은 단순 스마트폰 잠금 해제나 간편한 결제에서 더 나아가 공항, 교도소, 기타 관공서, 보안시설 등 각종 인프라 및 업체에 앞 다투어 도입되기 시작했으며, 안면인식 기술의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중국의 경우 의료분야와 금융 및 보안 분야 등에서 3초 이내에 14억명의 얼굴을 확인하는 수준까지 왔다고 한다.

미국의 경우 연간 1억명 이상 출·입국 하는 국제공항에서 심사가 까다롭고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으나 의외로 절차가 빠르게 진행된다.

비결은 바로 렌즈에 얼굴만 보여주면 여권이나 항공권을 제시하지 않아도 통과가 가능한 안면인식 시스템 덕분이다. 미국 관세국경보호청에서는 여권사진을 포함한 각종 정보를 데이터베이스에 입력한 후 이를 비행기 탑승승객 명단과 대조 및 확인하는 안면인식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에 빠른 업무처리가 가능한 것이며 단 2초 만에 보안검색과 심사가 이루어진다.

현재 이와 같은 시스템은 중국과 싱가포르 등 주요 국가의 공항에서 도입하여 운용 중이다. 중국의 경우 안면인식을 가장 빠르게 개발하여 폭넓은 분야에서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1천만명의 얼굴 중 찾고자 하는 사람을 단 1초 만에 찾을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공항과 기차는 물론 은행을 이용하거나 물건을 구입할 때, 심지어 호텔 체크인까지 안면인식으로 가능하여 얼굴이 바로 신분증이 되는 시대가 중국에서는 이미 시작되었다.

중국 허난성 뤄양에서 공안들이 안면 인식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순찰하고 있다. /SCMP

또한 중국은 안면인식 시스템을 통해 범죄자를 체포하는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전국에 설치된 카메라를 활용하여 차량 운전자나 보행자의 얼굴을 촬영하고 이를 데이터베이스에 업로드하여 수배중인 범죄자 리스트와 비교 및 식별하여 범죄자의 동선 확보가 가능하다.

지난 2018년 12월 27일 중국 현지 언론을 인용한 NHK 보도에 따르면 홍콩 유명가수 겸 배우인 장쉐여우의 콘서트에서 도피 중이던 수배자가 잇따라 체포되는 사건이 있었다. 이들은 모두 콘서트를 보기 위해 공연장을 찾았다가 행사장에 설치된 감시 카메라의 안면인식 시스템을 통해 신원이 특정되어 체포되었으며, 그동안 해당 시스템을 통해 검거된 수배자가 60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는 치안대책 등을 이유로 전국에 대략 2억대에 가량의 카메라를 설치하고 있으며 올해까지 4억대 이상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대부분 안면인식 시스템과 연동되고 있으며, 감시카메라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연구가 지속되고 있다.

공안부 직속인 인민공안대학은 얼굴인식 시스템 개발회사와 제휴해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영상분석 기술향상을 목표로 연구센터를 설립한바 있는 등 중국 지도부의 사회감시가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라 하겠다.

특히, 중국은 스카이넷(Sky Net)이라는 애플리케이션을 도입하였다. 이는 99.8% 수준의 정확도로 인물의 특징을 분석해 단 1초 만에 얼굴을 스캔하여 신원을 식별할 수 있으며, 중국 내 모든 휴대폰 사용자에게 얼굴 정보 등록을 의무화 하고, 얼굴인식 데이터를 확보하여 많은 인파 속에서도 얼굴을 정확히 파악한 뒤에 수배중인 범죄자 또는 외국 정보기관의 스파이 활동을 색출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수년전부터 이미 중국의 공안들은 얼굴 인식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수배자를 찾거나 외국정보기관의 인물정보와 정보활동 범위 및 동선을 감시하고 있다. 한편 안면인식 기술은 인권 침해 논란에 직면하기도 한다.

중국은 지난 홍콩 민주화 시위 당시 CCTV를 이용한 시위자 색출로 비난받은 바 있으며, 지속적으로 독립을 요구하는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시민들을 감시하기 위해 얼굴과 지문 등 신체정보를 확보하고 개개인의 위치를 추적하는 등 심각한 인종차별과 인권 침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따라서 신장위구르자치구는 거대한 감옥 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으나 중국정부는 변함없이 감시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인권 침해 논란에도 인도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에서는 중국의 안면인식 기술을 도입하여 사용하고 있으며, 영국도 범죄자 검거목적으로 안면인식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반면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안면인식 기술의 사용을 금지하는 조례가 통과된바 있으며 구글의 경우 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는 안면인식 기술이나 제품을 판매하지 않고 있다.

유럽연합(EU)에서는 안면인식 기술이 논란이 되고 있는데, EU 집행위원회에서는 결과적으로 개인정보 보호가 우선임을 강조하며 향후 3년~5년간 지하철과 기차역, 경기장, 쇼핑센터 등 공공장소에서 안면인식 기술사용을 금지할 예정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안면인식 시스템이 자동출입국, 휴대전화, 보안시설 출입통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는데, 범죄예방 목적으로 인공지능 기능과 결합한 CCTV 시스템이 개발 중에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는 기존의 범죄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CCTV 영상을 자동 분석하여 범죄 형태와 가능성을 예측하는 ‘예측적 영상보안 원천기술’이란 시스템을 개발 중에 있으며 오는 2022년 서울과 제주도에서 시범 운영된다.

‘예측적 영상보안 원천기술’은 범죄기록이 없는 일반인은 모니터에 희미하게 식별이 안 되도록 AI가 처리하여 사생활 침해가 없도록 한다는 것이 목표인데 시범적용 뒤 전국 229개 지방자치단체 CCTV관제센터와 경찰관제에 본격 적용하여 범죄예방에 활용할 계획이다.

다만 시스템의 도입 이전에 선량한 국민의 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보장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공공 및 민간 CCTV가 상당히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이동 시 9초에 한 번씩 CCTV에 찍힌다는 이야기가 있을 만큼 설치된 CCTV가 수 없이 많다.

이 많은 CCTV에서 촬영되는 영상이 안면인식 AI와 결합되면 매우 효과적인 실시간 감시가 가능하다. 하지만 개인정보보호법에 기초하여 촬영한 자료는 함부로 저장하거나 공유하지 못하게 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공공기관보다 더 많은 민간용 CCTV를 모두 법으로 통제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 첨단기술의 개발과 발전은 절대로 뒤쳐져서는 안 된다. 그러나 안면인식을 통한 국민의 생활 감시는 있어서는 안 되며 중국처럼 모든 국민을 감시하는 경찰국가가 되지 않기를 소망하며 법과 원칙이 준수되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류원호 세종대학교 정보융합대학원 겸임교수  rwh112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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