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국수가 먹고 싶다// 사는 일은 밥처럼 물리지/ 않는 것이라지만/ 때로는 허름한 식당에서/ 어머니 같은 여자가 끓여주는/ 국수가 먹고 싶다// 삶의 모서리에 마음을 다치고/ 길거리에 나서면/ 고향 장거리 길로/ 소 팔고 돌아오듯/ 뒷모습이 허전한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 싶다// 세상은 큰 잔칫집 같아도/ 어느 곳에선가/ 늘 울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 마을의 문들은 닫히고/ 어둠이 허기 같은 저녁/ 눈물자국 때문에/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사람들과/ 따뜻한 국수가 먹고 싶다”(이상국, ‘국수가 먹고 싶다’)

평소 국수를 좋아해서 일까. 오늘 따라 이상국 시인의 시 ‘국수가 먹고 싶다’가 생각난다. 겨울은 역시 국수의 계절. 요즘처럼 날씨가 추운 날에는 뜨뜻한 국수 한 그릇이 그리워진다. 후루룩 빨아들이는 면발의 맛도 좋지만, 국수는 역시 뜨거운 국물이 최고다.

“어머니 같은 여자가” 정성을 들여 멸치를 우려낸 구수한 국물은 마지막 한 모금까지도 마시게 된다. 특히 추운 날 손 호호 불며 포장마차에 앉아 비우는 잔치국수 한 그릇은 허기진 마음까지 꽉 채워준다. 국수는 옛날 결혼식이나 마을 잔치 때나 먹는 귀한 음식이었다. 그래서 ‘잔치국수’라는 이름이 붙었다니 더욱 정겹게 다가온다.

이렇게 좋은 국수지만 언제부턴가 국수를 먹으러 가는 발길이 무거웠다. 식당에서 먹는 국수는 대부분 수입 밀가루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밀가루에 포함된 ‘글루텐’이란 단백질이 건강을 해치는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한 때 ‘글루텐 프리(Gluten Free)’ 열풍이 일기도 했다.

밀 등 곡류에 들어 있는 불용성 단백질인 글루텐은 장에 염증을 일으키고 비만, 아토피, 자가면역질환의 주범으로 꼽혀 ‘밀가루 음식 끊기’에 도전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밥은 각종 채소와 함께 먹지만 빵이나 피자, 햄버거 등 밀가루 음식은 단품으로 먹는 경우가 많아 더욱 몸에 좋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수입밀은 재배 단계에서도 농약 사용이 심각하지만 수확 후 식품으로 소비되기까지의 유통과정에 사용되는 농약만도 21가지나 들어간다고 하니 아무리 허용치 범위 내라 해도 건강에 좋을 리가 없다.

특히 방부제는 장에 영향을 끼쳐 대장암, 직장암의 원인이 된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동의보감’도 묵은 밀가루가 좋지 않음을 지적하고 있는데, 수입밀가루는 묵은 밀가루일 수밖에 없다.

서양에서는 통밀을 사용하고 갓 구워낸 신선한 빵을 먹는다. 우리나라처럼 화학물질과 함께 대량으로 만들어 오래 보관 처리한 빵을 먹지 않는다. 밀로 만든 빵이라 해도 다 같은 빵이 아닌 것이다.

어쨌든 이러한 이유로 그동안 국수를 사 먹는 게 부담스러웠던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국수를 안 먹을 수도 없는 일.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지난 연말부터는 우리쌀로 만든 국수를 구입해 먹고 있다.

강원 철원 동송농협에서 철원 오대쌀로 만든 컵라면 형태의 ‘포포면’과 충북 진천에 있는 미잠미과에서 판매하는 “쌀눈이 살아 있는 쌀소면”이 그것이다. 물론 이 외에도 우리쌀국수 제품이 더 있지만 많지는 않다. 내가 몸담고 있는 도농협동연수원에서는 올해를 쌀국수 적극 소비의 해로 정하고 연초부터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우리쌀국수를 찾기 위해 그동안 대형 할인점을 돌아보았는데, 진열된 컵라면 형태의 쌀국수는 대부분이 수입쌀로 만든 것이었다. 그러니까 우리쌀국수는 유통이 잘 되지 않고 있었다. 단가 때문인지 아니면 할인마트 구매 담당자의 마인드가 없어서인지 모르지만, 우리쌀국수 제품을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100세 시대를 맞아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우리쌀로 만든 국수제품을 특별히 구매해 진열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동송농협의 포포면을 먹어본 결과 쫄깃한 면발에 맛도 좋고 소화도 잘 되어 위에 부담이 없었다. 등산이나 여행갈 때는 물론 아침이나 점심 대용 간편식으로도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휴일에 가족들과 포포면을 한 그릇씩 먹어보았는데, 김치와도 잘 어울렸고, 아이들도 좋아했다. 미잠미과의 ‘쌀눈이 살아 있는 쌀소면’은 100% 국내산 쌀로 만든 국수다. 밀가루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쌀로 만든 소면이다.

40년 동안 쌀정미소를 운영해온 노하우로 맛과 건강을 생각해 만든다. 한마디로 업체 대표의 우리 농산물에 대한 철학이 담긴 제품이라 하겠다. 끓이는 법도 조금 다르다. 10분 정도 저어가면서 끓인 후 찬물에 문지르지 않고 헹구어주면 된다.

소비자들은 우리쌀 제품이 비싸다고 불평한다. 하지만 실제 판매 가격이 많이 인하된 데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의 현명한 판단이 아닐 수 없다. 수입품인지 국내산인지, 설탕과 소금이 어느 정도 들어가 있는지 등을 점검하는 구매 행위는 가격이나 애국심과는 별개 문제다.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위한 현명한 판단이 중요한 것이다. 제조업체들도 소비자들의 이러한 요구와 눈높이에 맞춰 건강에 좋은 안전한 식품을 만들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권갑하 농협중앙회 도농협동연수원장  sitop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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