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전쟁 중의 봄

이승만

거리엔 벽만 우뚝 산 마슬엔 새 밭 매고
전쟁이야 멀건 말건 봄바람 불어 들어
피 흘려 싸우던 들에 속잎 돋아 나온다.

-1951년 봄, 부산에서-

 이승만(李承晩. 1875~1965) 황해 평산 출생. 본관은 전주. 대한민국의 제1·2·3대 대통령이다.

우리 민족의 전통 시양식인 시조는 어느 개인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그 뿌리는 신라 향가에 닿는다. 문자는 없고 말이 중심인 환경 속에서는 메시지를 전파할 정형화된 짧은 틀이 필요했고 노래를 빌려 전달했다.

향가와 고려속요를 거쳐 고려 중기 성리학적 세계관을 만나면서 우리 시는 오늘 날 ‘시조’라 불리는 단가(短歌)의 틀로 확립되었다. 시와 노래가 한 몸인 시가(詩歌)문학 형태였지만, 노래(歌) 방식, 즉 창(唱)의 곡조가 음악적으로 확립된 것은 18세기 중엽이었다. 그러니까 시조도 자신의 생각을 담아내는 ‘시’가 중심이고 전달 방식으로 ‘창’이 발전하였던 것이다.

글을 배우지 않아도 말을 할 줄 알면 누구나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 학교 근처에도 가보지 않은 글을 모르는 우리네 어머니, 할머니들이 말로 유식함을 드러내고 또 노래로 읊은 것을 생각해보면 이해할 수 있다.

‘시조’ 또한 글자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짓고 노래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문자화되지 못했을 뿐이다. 그러니까 기록되지 않은 시조 작품이 얼마나 많았겠는가. 오늘 날 전해오는 옛시조는 사람들 사이에 특별히 회자된 작품성 있는 것들만 18세기 들어 문자로 기록된 것이다.

이처럼 우리 민족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시조를 짓고 노래로 읊었던 것이다. 기생에서부터 임금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짓고 노래한 것이지 특정한 사람들만 짓고 노래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당연히 영향력이 큰 정치가나 학자들의 작품이 인기리에 공감, 공유되고 오래 전해졌을 것임은 불문가지다. 그런 측면에서 시조가 사대부들의 전유물이었다는 주장은 틀린 것이다.

소개된 작품은 6·25전쟁을 배경으로 한 이승만 전 대통령의 시조다. 이 대통령은 청년기에 이미 여러 편의 순 한글시를 발표했을 정도로 문학적 재능이 뛰어났다. 1951년 봄 부산에서 썼다는 위 시조는 전쟁의 참상을 감각적으로 표현하면서도 시인의 생각을 잘 담아내고 있는 작품이다.

“거리엔 벽만 우뚝”한 전쟁의 참상이 부각되지만 봄이 되니 “피 흘려 싸우던 들에 속잎 돋아 나온다.”는 깨달음을 환기시키며 희망을 갖게 하는 수작이다. 삭막한 오늘날의 정치판을 생각하면 정치인들에게 오늘의 시대를 조망하는 시조 한편씩 써보게 하는 숙제라도 내고 싶어진다.
 

2020년 2월 시조백일장 장원

친구

임영선(서울 강서구)

다슬기 추어탕에
부실한 몸 보신하고

반가운 만남의 장
어느덧 무르익네

가을은 깊어가는 데
이별 너무 아쉬워.

시조 백일장 공모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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