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뉴시스

[여성소비자신문 한고은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이십여명을 넘어가면서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전라도 광주부터 경기도 일산, 인천 송도, 서울 송파·목동·서대문 일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확진자 이동경로가 공개되면서 지역사회 곳곳의 불안은 커져만 가고 있다. 소비자들의 마음이 얼어붙자 유통계 역시 발이 묶인 상태다.

지난 6일 정오 무렵, 중국 관광객들로 넘쳐났던 명동은 일시정지한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평소대로라면 춘절을 맞아 찾아온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어야 할 쇼핑가는 한산하고 적막했다. 중국어나 일본어 등으로 적극적으로 홍보 행위를 하던 로드숍 매장 직원들도 현저히 줄어들었고 마스크를 낀 채 지나가는 행인 몇몇을 바라보고 있었다.

명동 근처 금융권에 종사하는 37세 J씨는 “점심 시간에 명동 주변이 이처럼 한산한 것은 처음 보는 광경”이라면서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찾았지만 이미 중국인들이 모두 사가서 구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액세서리 노점을 운영하는 K씨는 “2015년 메르스 때와 비교해도 확연하게 사람이 적고 모두 마스크를 쓴 채 바쁘게 지나가기만 한다. 아무래도 우리나라가 중국과 가까워서 상대적으로 더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들이 강한 것 같다”면서 “설 연휴부터 지금까지 평소 매출과 비교해 반의 반 토막이 났다”고 울상을 지었다.

중구 일대 요식업자들 역시 힘든 상황을 토로했다. 대부분 직장인들이 이용하는 을지로와 명동 등에는 점심시간과 저녁 단체 모임 손님 수가 확연히 줄었다. 을지로 은행가 근처 먹자골목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S씨는 “매일 같이 오던 단골손님들도 잘 찾아오지 않고 단체 회식도 이전처럼 활발하게 진행하지 않는 모양새다. 고깃집의 경우 불판에 젓가락이 이리저리 오가며 식사를 하는 곳이라 더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식사를 마친 한 직장인도 “대부분은 각자의 자리에서 도시락을 해결하는 양상으로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주변 ‘직장인 장사’나 ‘동네 장사’로 수익을 얻는 외식업계는 타격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를 보더라도 매출이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 통계를 보면 2105년 5월과 비교해 메르스가 발생한 6월에는 매출이 34.3%가 줄었다.

소비자들의 지갑이 닫히면서 영세 상인뿐만 아니라 유통가도 울상을 짓고 있다. GS홈쇼핑은 6일 20번째 확진자가 내부 직원으로 확인되자 직장을 폐쇄하고 재택근무 체제로 전환했다. 홈쇼핑 방송 역시 생방송을 바로 중단하고 재방송을 송출하기로 했다.

인천에 위치한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송도점은 19번째 확진자가 다녀간 것이 밝혀짐에 따라 휴업하기로 결정했다. 영업 재개와 관련해 현대프리미엄아울렛은 “신종 코로나 확산 방지와 고객 및 직원 안전을 위해 정부의 ‘사업장 신종 코로나 감염증 대응지침’에 따라 방역과 위생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보건 당국과 협의 후 영업 재개 시기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전 지점은 10일부터 일제히 문을 닫고 임시휴점 한다. 사상 초유의 결정으로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어려운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진다. 10일은 영업을 하지 않고 방역 등을 실시하면서 숨을 고른다. 현대백화점도 압구정점과 미아점을 제외하고 함께 휴업한다. 롯데아울렛은 연중무휴 점포 9곳을 제외하고 마찬가지로 임시휴점한다.

이마트는 이미 8번째 확진자가 들른 군산점과 14번째 확진자가 들른 부천점이 휴업에 들어갔다. 아울러 초등학교 인근 지점은 이마트 내 문화센터를 휴강하기로 했다. 9일까지 군산점, 서수원점, 광교점, 부천점, 중동점, 스타필드부천점, 킨텍스점, 풍산점 등이 문화센터를 휴업한다.

5번째 확진자가 들른 CGV 성신여대점도 임시 휴점을 진행하다 지난 3일 개점했다. CJ CGV 관계자는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관람객들이 줄어들면서 전반적으로 운영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한숨을 지었다.

면세점도 확산 방지를 위해 임시휴업 및 근무시간 단축을 시행한다. 이미 확진자가 다녀간 신라면세점 서울점·제주점과 롯데면세점 제주점은 휴점 상태다. 또 롯데·신세계·신라아이파크 면세점은 2시간을 단축한 오후 6시 30분까지만 영업한다.

산업통상자원부 발표 내용에 따르면 메르스가 발생한 2015년 6월의 백화점 매출은 12%가 줄었고 대형마트는 10%가 감소했다. 이에 당시 정부는 소비심리 제고를 위해 ‘코리안 블랙프라이데이’를 주도한 바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해 가계 소비가 0.1%p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가계 소비가 위축되는 현상이 장기화된다면 온라인 역시 매출 감소 추세로 이어질지 모른다. 온라인 쇼핑의 매출액이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유통업체의 경우 오프라인 매장에 기반한 매출이 전체의 58.8%를 차지한다.

한고은 기자  h9@wsobi.com

<저작권자 © 여성소비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