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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위협받는 여성들’ 주거비 부담에 허리 휜다
한고은 기자 | 승인 2020.02.05 10:48
제공=뉴시스

[여성소비자신문 한고은 기자] 혼자 사는 1인가구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2047년에는 1인가구 형태가 전체 가구의 37.7%를 차지하고, 2인가구까지 합치면 무려 72%로 다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들은 특히 안전한 거처 확보를 위해 더 적은 소득에 더 많은 주거비용을 지출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1인가구 전성시대

국토연구원(원장 강현수) 박미선 연구위원은 주간 국토정책 브리프 ‘연령대별·성별 1인가구 증가 양상과 주거특성에 따른 정책 대응방향’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가구구조 변화로 부부+자녀 중심으로 이뤄진 전형적인 3·4인 가구가 급감한 반면 1·2인 가구는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85년 6.9%였던 1인가구 비중은 2015년에 27.2%를 기록했으며 2047년에는 37.3%(832만 가구)로 급증하고 부부+자녀 가구 비중은 16.3%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원은 1·2인 가구가 다수(72%)를 차지하게 될 예정이므로 기존의 가구주+배우자+자녀라는 정상가족 모델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1인가구의 형성 원인과 사회적 영향력에 관심을 기울이고 사전적인 대응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난 10년간(2008~2018년) 1인가구 증가 양상은 여성 위주에서 남성의 증가로 빠르게 진행 중이고 중장년 남성층에서 두드러진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양적으로 가장 많이 증가한 연령대는 50대>20대>40대 순이다. 남성 1인가구 증가율은 10년 전에 비해 40대에서 283% 증가했고 50대는 358% 증가했다.

1인가구의 직업분포는 서비스업>사무업무>단순노무>기능적 업무 순으로 안정적인 사무업무 종사자의 비중이 낮게 나타났다. 여성은 서비스업 종사자가 압도적이고 남성은 서비스업, 기능적 업무, 단순노무에 고루 분포했다.

이는 여성들이 30대 결혼 및 출산 등의 이유로 30대에 경력이 단절된 이후 단순 서비스업 등에 종사하는 현상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전체 1인가구 중 39.0%는 보증부 월세로 거주하고 특히 20대의 보증부 월세 거주 비율이 66.5%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여성 1인가구는 42.7%가 자가이며 보증부 월세는 32.9%, 남성은 주로 보증부 월세(45.5%)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전체 1인가구 중 51.3%는 단독·다가구 주택에 거주하고 남성은 주택 이외 거처에 상당수가 거주(6.4%)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주거면적은 평균적으로 44.0㎡로 10년 전과 비교하면 2.8㎡ 감소해 새로 독립하면서 좁은 주택에 거주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제공=금태섭 국회의원실

여성 1인가구, 소득 대비 주거비 부담 39%

아울러 1인가구는 주거비 부담이 높고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할 확률도 높았다. 1인 가구 중 30%가 주거비 부담이 월 소득의 30% 이상을 차지해 주거비를 과부담하고 있으며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는 전체 10.7%, 남성은 15.4%로 나타났다.

가구소득 대비 주거비 부담이 30% 이상인 경우는 여성이 39.0%로 남성 24.8%보다 높았다. 이는 여성은 안전에 대한 우려로 주거비 부담이 더욱 과중된 것으로 분석했다.

남성 1인가구가 증가하고 있지만 여성 1인가구는 2018년 과반이 넘는 294만2000명으로 50.3%를 차지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2019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내용을 기준으로 하면 2019년에는 291만4000명이다. 291만명 가운데 약 117만명 정도가 주거비로 소득의 30%를 지출하는 셈이다.

통계청 ‘2019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 따르면 2019년 여성 1인 가구는 291만4천 가구로 2000년 대비 2.2배 증가했고 특히 2019년 비혼인 여성이 가구주인 가구 수는 전년 대비 약 5만 가구 증가한 148만7000가구였다. 비혼여성과 1인가구 여성들이 많아지면서 안전을 중요시하는 데에는 사회적으로 여성에게 가해지는 성폭력 등의 위협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2018년 전반적인 사회 안전에 대해 여성은 35.4%가 불안하다고 느꼈다. 개별 부문에서도 여성이 남성보다 더 불안하다고 느끼며 특히 ‘범죄발생’에 대해 남녀 차이(12.5%p)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형법범 주요 범죄 중 성폭력 피해자는 여성(29,272명)이 남성(1,778명)보다 약 16배 많았고 2018년 1366(여성긴급전화)을 이용한 상담 건수는 총 352,269건으로 상담 내용 중 ‘가정폭력’이 189,057건으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성폭력(27,683건)’이 많았다. 특히 전년 대비  ‘데이트폭력(60.3%)’, ‘성폭력(28.9%)’ 상담건수 증가율이 높았다.

지난해 6월 9일 경찰청 발표 내용에 따르면 2017년 한 해 동안 발생한 주거침입강간(강간미수·유사강간 포함) 범죄는 131건이며 주거침입강제추행 및 기타강간을 더하면 315건이었다. 2015년에는 334건, 2016년에는 342건이 발생해 평균 하루에 1번 주거침입 범죄가 일어나는 것이다.

일명 '신림동 강간미수' CCTV 영상 캡쳐 화면. 제공=뉴시스

“월세비 부담은 ‘목숨 값’인 셈”

용산구에 거주하는 비혼 1인가구 여성인 B씨의 가계부는 그야말로 처참하다. 세후 기준 월소득 200만원을 받는 B씨는 월세로 65만원이 나간다. 여기에 오피스텔 관리비와 공과금을 더하면 15만원 가량이 추가로 제해진다. 월급의 40%가 말 그대로 숨만 쉬어도 사라지는 것이다.

여기에 보험비 20만원과 핸드폰 등 통신료 9만원, 교통비 5만원, 주택청약저축금 10만원을 빼고 나면 60만원이 남는다. 식비와 생활비를 내고 나면 당연히 저축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 B씨는 “범죄를 방지하고자 대로변에 있는 오피스텔에 무리해서 거주할 수밖에 없었다. 요즘의 젊은 여성들은 ‘강제 욜로족’이 될 수밖에 없다. 원해서가 아닌 오늘만 살 수 있는 여건밖에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탄했다.

아울러 B씨는 “내 목숨이 위협받는 것보다는 목숨 값이라 생각하고 다른 부분에서 허리띠를 졸라 매는 것이 차라리 낫다”고 덧붙였다. 이는 지난해 혼자 사는 여성을 뒤따라와 현관문을 열려고 시도하고 문을 두드린 가해남성의 모습이 CCTV로 공개된 후 많은 여성들이 보인 반응과도 흡사하다. 당시 여성들은 주거지에서 벌어진 강력범죄 미수 혹은 피해 사실을 너도나도 인터넷 등에 공유하고 증언하며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다.

그러나 일명 ‘신림동 강간미수’로 불린 이 사건의 가해남성은 강간미수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됐으나 재판부가 주거침입 혐의만을 인정해 징역 1년 실형을 선고해 젠더감수성 부족한 안이한 판결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었다.

국토연구원 박미선 연구위원은 “1인가구 특성을 반영한 주거정책을 재설정하기 위해서는 우선 취약·고위험 1인가구의 기초실태를 파악하고 중앙정부의 종합적인 체계를 구축하는 등 지속가능한 미래사회 대비를 위한 포용적·통합적 주거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4인가구 중심으로 설정된 국민주택 규모에 대한 재검토와 최저주거기준 미달 1인가구를 고려한 지원방안, 공유형 주택을 위한 새로운 주거기준 도입, 빈곤층을 대상으로 빈곤을 벗어나지 못하게 하고 고정화하는 쪽방촌 임대 등의 빈곤 비즈니스 근절방안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상이한 연령대별·성별 주거비 부담과 주거취약 상황을 반영해 주거소요 대응전략을 다양화하는 등 맞춤형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용범 차관. 제공=뉴시스

정부는 지난해 12월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0년 경제정책방향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발표하고 올 상반기 안에 1인 가구를 위한 정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1인가구 정책 TF’를 꾸리고 지난달 17일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첫 회의를 열었다.

이날 김용범 차관은 “성별·세대별로 1인 가구가 된 배경과 각 가구의 어려움, 필요한 정책 등을 고려해 ‘맞춤형 대응 방안’을 만들겠다”면서 “청년 1인 가구에게는 안정적인 주거 환경, 이혼·비혼·기러기아빠 등을 이유로 1인 가구가 된 중장년층에는 삶의 안정성과 고립감 해결, 독거노인 등 고령층 1인 가구에는 기본적인 생활 보장과 의료·안전 등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성계 관계자는 “당시 김 차관의 브리핑에 홀로 사는 여성 1인가구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그동안 1인가구의 과반을 여성들이 차지하고 있을 때와는 달리 중장년 등 남성 1인가구가 여성들을 근소하게 추월하자마자 ‘기러기아빠’ 운운하며 남성 가구를 중심으로 정책을 발표하고 서둘러 태스크포스까지 꾸리는 것에 쓴 웃음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라고 일침했다.

덧붙여 “문재인 정부가 페미니즘 정부라는 별칭이 있지만 실제 여성학자나 페미니스트들이 붙여준 별칭은 아니다”라며 “이번 정부는 조금 더 세심하게 정책에 젠더감수성을 녹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한고은 기자  h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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