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고은 기자] 삼성화재노동조합(이하 노조)이 3일 한국노총 6층 대회의실에서 출범식을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하기로 했다. 노조는 "회사 창립 68년 만에 처음으로 어용노조가 아닌 진정성을 갖고 직원들의 노동인권을 지켜갈 진성노동합이 설립되었다"고 자평했다.

삼성그룹 계열사 가운데 한국노총 산하에서 전국 규모로 공식 노조가 출범한 것은 지난해 11월 출범한 삼성전자 제4노조에 이어 두번째다.

오상훈 삼성화재 노조위원장은 “사측은 대외적으로는 윤리경영을 얘기하면서 대내적으로는 견제 없는 인사권을 갖고서 약자인 직원들이 노동조합을 설립하지 못하도록 관리 통제하여 왔다”며 “오늘 우리는 노동조합을 설립함으로써 노동자의 헌법상 권리와 노동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일방통행식 경영에 종지부를 찍고, 서로 존중하고 상생하는 기업문화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회사의 일방통행식 경영으로 인해 상사가 인격을 무시해도 참고 견뎠고 부당한 인사발령과 고과·급여·승진체계·불합리한 목표 및 각종 차별대우에 대해서도 말 한마디 못했고 무리하고 과중한 업무에 대해서도 입도 뻥긋 못하고 참아내야 했다”며 “노동조합은 사측의 불법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 법과 절차에 따라 한국노총과 함께 엄정히 대응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우리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서는 반드시 노동조합이 필요하다”면서 “이제 두려워하거나 사측의 눈치를 보지말고 당당히 우리의 손을 잡아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무노조 경영의 대명사였던 삼성에 노조가 생긴다는 것은 더욱 건실한 기업으로 나아간다는 의미이며 상식에 맞는 회사를 만들어 간다는 뜻”이라면서 “비록 오늘 많지 않은 조합원으로 출발하지만 올해 안에 과반수 노동조합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한국노총 김동명 위원장은 연대사를 통해 “한국노총 위원장으로서 삼성화재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통해 단결된 목소리를 내고 노동이 존중받는 회사와 사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기를 기원하며 한국노총이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을 약속한다”며 “개혁적인 노동운동으로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한국노총과 함께 노동이 존중받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단결과 연대의 한가슴으로 힘차게 전진하자”고 말했다.

노조는 2019년 12월 8일 설립총회에 이어 2020년 1월 23일 노동조합 설립신고를 마쳤으며 2월 3일 설립신고증을 교부받았다.

한편 이날 출범식에는 한국노총 김동명 위원장, 삼성전자노조 진윤석 위원장, 삼성웰스토리노조 이진헌 위원장, 삼성애니카손해사정노조 최원석 위원장 등 한국노총 내 삼성 계열사 노조 위원장들이 함께 참석해 삼성화재노조 출발에 힘을 실었다.

'무노조 삼성' 경영원칙 "흔들"

삼성그룹은 '무노조 경영'을 내세워왔으나 현재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생명, 삼성증권, 에버랜드, 에스원 등에 노조가 설립됐다. 대부분 규모가 작지만 삼성전자 제4노조의 경우 기존 제1,2,3노조들과 달리 지난 2019년 11월 한국노총 산하에서 첫 전국규모의 노조로 공식 출범한 있다. 고용노동부에 신고서를 제출해 신고증을 교부받아 합법적 노조로 인정을 받았으며 조합원수는 비공식적으로 약 5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삼성그룹은 지난해 노조 와해 공작에 휩싸이면서 법원으로부터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에 삼성전자 등은 사과문을 발표했다.

사과문에서  "과거 회사 내에서 노조를 바라보는 시각과 인식이 국민의 눈높이와 사회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음을 겸허히 받아들입니다. 앞으로는 임직원 존중의 정신을 바탕으로 미래지향적이고 건강한 노사문화를 정립해 나가겠습니다"고 밝힌 것을 두고 사실상 무노조 경영을 포기한 셈이나 다름 없다는 시각이 많았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 제4노조에 이어 삼성화재 노조가 공식 출범해 앞으로도 삼성의 무노조 신화는 더욱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한고은 기자  h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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