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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국내 경제 한숨인데 ‘숫자’에 연연해 자화자찬하는 정부
한고은 기자 | 승인 2020.01.23 12:12

[여성소비자신문 한고은 기자]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인 2.0%를 기록했다. 정부가 재정을 쏟아 부어 ‘멱살잡이’식으로 겨우 2%를 지켜낸 성적표를 두고 정부는 심리적 마지노선을 지켜냈다며 자평하고 있어 씁쓸함을 자아낸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우리나라 연간 실질 GDP가 2.0% 성장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1분기에 –0.4%를 기록한 뒤 2분기에는 기저효과로 1.0% 반등했지만 이내 3분기에는 다시 0.4%로 하락한 바 있었다. 4분기는 정부 재정 투입 등을 통해 1.2%로 반등해 연간 기록은 겨우 2.0%를 지켜냈다. 그러나 이러한 초라한 성적표조차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0.8%를 기록한 이후 최악의 성적이다.

또한 이마저도 정부소비가 전년과 비교해 6.5% 증가한 것에 기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9년에 6.7%를 기록한 데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연간 지출항목별 성장 기여도에도 정부 기여도가 1.5%p를 차지하고 민간의 성장기여도는 0.5%p에 그쳐 사실상 2.0%라는 연간 성장률조차도 정부가 재정을 풀었기에 가능한 것으로 본다.

실질 국내총소득(GDI)는 전년대비 0.4% 감소했다. 이는 1998년 –7.0% 기록 이후 21년 만에 최저다.

민간소비 성장률은 1.9%로 2018년 2.8%였던 데 반해 더욱 저조한 기록을 나타냈다. 이는 2013년 1.7%를 기록한 이후 6년 만에 가장 낮은 것이다. 설비투자도 8.1%나 감소했으며 건설투자도 3.3% 줄어 내수가 위축됐음을 가늠해볼 수 있다.

수출 역시 1.5% 성장률을 보여 미·중 무역 분쟁과 반도체 시장 부진 등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역시 2015년 0.2%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한은은 "지난해 정부소비 증가세가 확대됐으나 민간소비와 수출 증가세가 둔화된 가운데 건설과 설비투자가 부진했다"고 전했다. 민간경제의 하락이 심화되고 소비 심리가 꺾이는 등 사실상 민간은 얼어붙은 1년을 보낸 셈이나 다름없다.

이러한 부진에도 불구하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2일 “2.0% 미만의 저성장 고착화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차단했으며 향후 경기 반등 발판이 마련됐다”고 자평하면서, 주 17시간 이하 초단기 일자리 및 60대 이상 고령층 고용률 증가 등의 지표로 사실상 경제허리가 무너졌다는 평가를 받은 ‘고용률 브이(V)자 반등’ 등을 다시금 언급하며 “선방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정부의 인식에 국민들은 심히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미봉책이 아닌 확실한 경제 정책의 전환으로 민간 시장을 살리도록 해야 한다. 이런 식의 정책을 지속한다면 내년에도 별 볼일 없을 것”이라면서 “오히려 정부가 2% 지키려고 국민들로부터 세금을 더 뜯어낼 테니 정부실패의 대표적인 사례로 남을 듯”이라고 걱정하는 글을 남겨 큰 공감을 사고 있다.

또한 "2.0%를 지켜낸 게 아니고 나랏돈으로 짜 맞춘 것"이라거나 "실물경제는 마이너스인데 이게 무슨 소용이냐"는 등 민간 경제 전문가들과 언론 만큼이나 예리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한탄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정부가 '심리적 마지노선’을 지켜냈다고 말한 것과는 달리 사실상 국민들은 오히려 이런 정부 측에 유리한 일방적인 해석으로 인해 올해는 물론 내년 경기까지 계속 하락세를 이어가는 것이 아닐지에 대한 불안을 느끼고 있다. 기업들 역시도 과도한 규제로 인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를 문 정부 들어 끊임없이 토로하고 있다. 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가리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사외이사 임기 제한 등 공정경제 3법을 두고도 오는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공백이 될 사외이사 자리로 인해 대혼란이 빚어질 것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가장 크게 나오는 것은 직격탄을 맞게 될 중소기업계였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숫자가 아닌 체감할 수 있는 민간경제의 활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 나랏돈을 풀어 수치만을 올리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 즈음은 이제 국민들도 알고 있다. 다행인 것은 미중 무역 분쟁이 합의 단계를 거치고 있어 수출입 시장 등 우리에게도 조금은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전망이다. 그러나 활력을 잃은 내수는 여전히 숨 막히는 채로 멈춰서 있어 막막할 따름이다. 정부는 민간이 주도하는 경제 정책을 검토해 경자년 새해 모든 국민과 기업들이 일한 만큼의 성과를 손에 쥘 수 있는 일말의 희망을 주도록 해야 한다.

 

한고은 기자  h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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