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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가 온다… 영화 너머 ‘현실로’
한고은 기자 | 승인 2020.01.18 10:19
미래형편의점에서 쇼핑을 즐기고 있는 소비자들의 모습. 사진제공=GS리테일

[여성소비자신문 한고은 기자] "난 당신 것이기도 하고, 당신 것이 아니기도 해요.”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영화 Her(그녀)의 ‘사만다’는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는 운영체제로, 연인인 테오도르에게 자신의 특별한 사랑법에 대해 설명한다. 사만다는 테오도르의 연인이면서 다른 모두의 것이기도 하다. 테오도르와 대화하며 동시에 수천 수만 명의 사람과 각기 다른 존재로 소통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AI’는 이처럼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면서 위협적인 기술이기도 하다. 모든 사물과 인간을 잇는 ‘초연결’을 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Her’의 사만다처럼 AI기술이 고도화돼 인격이 있는 프로그램이 생겨나기에는 아직 까마득하지만 각국 정부와 민간을 막론하고 모두 혁신 기술이 탄생하기를 기다리는 지금, 사만다의 탄생이 전혀 불가능할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이에 산업 전반에 AI 도입이 확장되고 있는 대한민국의 AI시대를 들여다봤다.

AI로 개성과 취향을 찾다

글로벌 톱 보이밴드인 방탕소년단, 즉 BTS는 국내에서도 부동의 톱 그룹이다. 최근 BTS는 ‘제9회 가온차트 뮤직어워즈’에서 ‘올해의 소설 핫스타상’을 수상했다. 수상을 위한 데이터 집계에도 AI기술이 접목됐다. AI 어플리케이션 그룹 마이셀럽스를 통해 분석한 빅데이터 자료로 집계되는 소셜차트 2.0을 활용했기 때문이다. 마이셀럽스 AI 분석에 따르면 BTS의 관련 키워드는 ‘해외에서 유명한’, ‘인기가 많은’, ‘핫한’, ‘팬덤이 두터운’, ‘센스가 좋은’ 등이다.

KT가 출범한 OTT서비스인 ‘시즌’은 표정으로 감정까지 분석해 콘텐츠 추천하는 AI 기술을 도입했다. 국내 최초로 감정 분석에 기반한 콘텐츠 추천 서비스 ‘내 감정을 읽는 스캐너 검색’을 통해 사용자의 표정을 읽고 기쁨‧슬픔‧화남 등 기분에 맞는 콘텐츠를 추천한다. ‘음악 틀어줘’라는 말에 ‘어떤 음악을 틀어드릴까요?’라고 되묻는 사실상 텍스트의 음성화 입력에 지나지 않았던 최근 인공지능 스피커에 도입된 기술과 비교해 진일보했다.

국산 인공지능(AI) 프로그램 '한돌'과 은퇴 대국을 두는 이세돌 9단의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속도 붙는 금융계 디지털 전환

금융업계도 AI 융합에 한창이다. 핀테크 도입 등 발 빠르게 디지털화되면서 AI를 통해 한층 더 편리하고 스마트한 거래가 가능해지는 추세다. 최근 한화생명은 보험금지급 여부를 클라우드에서 AI가 실시간으로 심사하는 ‘클레임 AI 자동심사 시스템’을 도입했다. 머신러닝과 알파고의 핵심기술로 알려진 강화학습을 통해 시스템이 스스로 보험금 지급을 결정하고 관련된 규칙을 만들면서 지급이나 불가 및 조사 등 의사결정을 내린다.

아울러 금융감독원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등도 대출사기·불법대출광고 스팸문자 대응 시스템 시행을 위해 앞으로 AI 알고리즘을 접목해서 점점 지능화되는 금융범죄에 대응할 것임을 시사했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장기적으로 AI알고리즘을 접목해서 대출사기 대응 체계를 고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불법 금융행위 근절을 위해 각 기관들과 협력체계를 공고히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영화 속 ‘미래형편의점’까지 실현한 유통계

최근 GS25는 BC카드 및 스마트로와 손을 잡고 BC카드 본사에 최첨단 AI기반 미래형편의점을 오픈했다. 지난 2018년 9월에 업계 최초로 안면 인식 결제 시스템과 스마트스캐너가 적용된 무인형 스마트 GS25를 강서구 마곡동에 선보인 것에 이은 두 번째 약진이다.

이 미래형GS25는 계산대까지 없이 운영된다. 고객이 점포에 들어가면 34대의 딥러닝 스마트 카메라가 고객 행동을 인식한다. 매대 별로 장착된 총 300여개의 무게 감지 센서는 고객이 어떤 물건을 얼마나 고르는지를 감지해 딥러닝 스마트 카메라와 함께 고객의 소비 행동을 학습하고 규명한다. 물건을 고르고 스피드 게이트를 빠져나오면 AI기술이 적용된 결제 시스템이 자동으로 결제해 고객에게 모바일 영수증을 제공한다. 구매 과정과 관련한 첨단 기술 외에도 친절 서비스를 위한 영상 인식 스피커 운영 기술도 선보인다.

롯데도 AI 스피커를 활용한 보이스 커머스(Voice-Commerce)로 사업 영역을 본격 확장한다. 롯데쇼핑은 지난 6일부터 임직원 가족과 VIP 고객에게 AI 스피커 '샬롯홈'(Charlotte Home)을 테스트하기 시작했다.

보이스 커머스는 스마트폰을 터치하는 방식이 아닌 AI 스피커에 고객이 사고 싶은 상품을 말하면 알아서 주문·결제해주는 유통 방식을 뜻한다. 샬롯홈은 일반 AI 스피커와는 다르게 디스플레이 기능이 접목된 게 특징이다.

롯데 관계자는 “샬롯홈이 롯데 유통 콘텐츠 뿐 아니라 비유통 계열사의 다채로운 서비스까지 소비자 개인 취향에 맞춰 제대로 구현할 수 있게 최적화하겠다”고 밝혔다.

AI통한 신약 개발로 효율성 증대

제약 분야도 AI를 통해 신약 개발에 한창이다. 제일약품은 최근 인공지능을 활용해 신약 후보물질과 기존 약물의 신규 적응증을 찾는 플랫폼 벤처기업 온코크로스와 협업했다. 제일약품은 신약 후보물질 뇌졸중 치료제 JPI-289(Amelparib)의 신규 적응증을 탐색하고 이를 도입하는 신규 용도 개발 및 관련 특허 실시권 계약을 체결한 것.

JPI-289는 허혈로 인한 DNA 손상 및 신경세포 사멸에 관여하는 PARP 효소를 저해하는 신규 뇌졸중 치료제다. 현재 국내에서 임상을 진행 중이다.

계약에 따라 온코크로스는 AI 플랫폼을 활용해 JPI-289의 또 다른 적응증을 탐색한다. 온코크로스가 찾아내면 제일약품과 공동 특허를 출원하고 온코크로스에서 개발을 진행해 수익을 배분하는 구조다.

“대한민국은 AI인재에게 매력적인 곳이 아니다”… 갈 길 먼 AI산업

실생활을 풍요롭고 편리하게 하는 매력적인 AI기술이 곳곳에 도입되고 있지만 AI산업의 실태를 보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한 IT 전문가는 “국내에서도 AI 관련 기술 인력들이 배출되고 있지만 대부분이 국내에 머물지 않고 AI산업이 활성화된 미국‧유럽‧중국행을 택한다”면서 “우리나라 AI 산업은 아직 시작 단계에 있어 상용화 기술도 많지 않아 그들에게는 매력적인 시장이 아니”라고 적나라한 현 상황을 말했다.

한국경제연구원(원장 권태신, 이하 한경연)도 인재 AI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체계적인 교육과정과 교수진 확보 등 AI 교육 인프라를 확대하고 규제완화를 통해 AI 산업 성장을 주도할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한경연이 국내 산·학·연 인공지능 전문가 30인을 대상으로 ‘AI 인재 현황 및 육성 방안’을 조사한 결과 전문가들은 AI 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을 10점 기준으로 중국‧일본‧한국의 AI 인재 경쟁력을 각각 8.1‧6.0‧5.2로 평가했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고 AI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지정해 정부 주도의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고 있는 중국과 비교할 때도 상당한 격차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AI인력부족룔은 평균 60.6%에 달했는데 이는 필요한 인원 10명 가운데 4명밖에 충당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개별 응답률을 보면 ‘50%대’ 수준에서 부족하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고 절반 이상 부족하다는 의견이 전체의 72.5%에 달했다.

AI 전문 인력 양성 및 확보 방안으로는 ‘국내외 AI 석박사 채용’(89.3%)이 가장 많았고 이어 ‘재직자 AI 교육’(75.0%), ‘대학 연계 프로그램 개발’(46.4%) 순으로 나타났다. 국내외 AI 기업을 인수하거나 해외 연구소를 설립 또는 인수한다는 의견도 각 17.9%에 달했다.

AI 인력 확보에 가장 큰 애로요인으로 ‘실무형 기술인력 부족’(36.7%)을 가장 많이 지적했고 ‘선진국 수준의 연봉 지급이 어려움’(25.5%), ‘전문 교육기관 및 교수 부족’(22.2%) 순으로 응답했다. ‘예산 지원, 규제 완화 등 정부 지원 부족’ 및 ‘근로시간 등 경직된 근무환경 및 조직문화’를 꼽은 비중도 각각 6.7%로 나타났다.

전면적인 AI 교육 이뤄져야

AI 인재 육성을 위한 개선과제에 대해서는 ‘AI 교육 인프라 확대’(37.8%)가 가장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AI 인재 육성은 장기간의 시간과 예산이 소요되므로 초·중·고교와 학부에서도 STEM 또는 AI 관련 교육 커리큘럼을 개발해 기초교육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데이터 활용규제, AI 전공 교수 겸직 제한 등 ‘기술혁신과 신산업 창출을 저해하는 규제완화’(21.1%)와 ‘AI 기술 관련 스타트업 창업 및 기업의 AI 인재 육성에 대한 제도적 지원·투자 확대’(13.3%)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추광호 한경연 일자리전략실장은 “AI가 4차 산업 시대에 새로운 성장 동력임에도 불구하고 기술인력 부족률이 60.6%에 달해 산업계의 수요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면서 “기업과 대학의 실무형 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AI 교육 인프라를 확대해 심각한 청년 실업이 완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제공=뉴시스

정부, “AI 1등 국가 만들겠다”

미래 먹거리인 AI기술에 가장 필요한 것이 인재 육성 및 인프라 확충이라는 것을 인지한 정부도 관련 제도 마련에 애쓰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오는 2022년까지 인공지능·소프트웨어 인재 1000여명을 양성 등을 포함한 올해 업무보고를 발표했다.

AI대학원 프로그램을 다양화하고 SW중심대학 및 이노베이션 아카데미를 본격 운영하며 교육부와 협력해 초·중등 AI·SW시범학교도 150개 선정한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AI융합 과제 발굴과 ‘AI+X’ 추진으로 경제·사회 전 분야에 인공지능 활용을 전면 확산한다.

산업통상자원부도 ‘데이터 3법’ 통과에 따른 후속 정책 마련을 위해 ‘인공지능(AI)·빅데이터 산업지능화 포럼’을 발족하기로 했다. 산업부는 그동안 산업·에너지 분야에 AI 및 빅데이터 적용을 위해 관련 프로젝트를 30개가량 추진한 바 있다. 2020년에는 기업이 산업데이터를 원활히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관련 예산 1642억원을 편성했다.

한고은 기자  h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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