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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사랑 이야기
김혜숙 백석대학교 교수 | 승인 2020.01.16 15:40

[여성소비자신문]장미는 40대 초반의 여성으로 매력적인 외모로 남성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장미는 결혼 전에 4년 동안 사귀는 남자친구가 있었지만 헤어지고 여행에서 만난 새로운 남자와 결혼했다.

남편 역시 키도 크고 대단한 미남이지만 미국 IT 회사에서 일하면서 일 외에는 거의 다른 관심사가 전혀 없었다. 혼자서 게임을 하는 것 외에는 별로 좋아하는 것도 없었다.

장미가 혼자 미국에서 여행할 때 남편을 알게 되었고 한국까지 따라와서 청혼을 해 결혼하게 되었다. 장미는 친정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심리적 충격이 컸고 텅빈 상태로 공허함이 밀물처럼 밀려와 결혼식을 서둘러 마치고 미국으로 떠나갔다.

둘은 서로 사랑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결혼생활 5년 동안 남편은 자신의 일에 매몰되었고 장미는 미국생활의 적응에 정신이 없었다. 5살 딸 아이 양육에 모든 에너지를 혼자 쏟아 부어야만 했다.

미국생활에서 혼자라는 느낌과 외로움 때문에 우울증도 오고 수면장애도 있었다. 남편으로부터 방치되고 돌봄을 받지 못해 실망을 많이 했다. 특히 남편은 착하긴 하지만 장미를 여자로 전혀 봐주지 않고 붙박이장의 장처럼 관심을 보이지 않고 그냥 가정이라는 틀만 유지하려는 것 같았다.

장미는 미국생활을 계속 유지해야 하는지 이혼을 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결혼을 잘못했다는 생각에 전 남자친구에게 미안함과 죄책감도 많이 들었다. 친구를 통해 전 남자친구의 근황도 알아보니 여전히 혼자라고 했다.

미국생활이 너무 힘들어서 서울에 돌아 와서 전 남자친구를 만나기도 했지만 문제해결보다는 또 다른 외로움을 경험하고 돌아가야만 했다. 장미는 미국의 결혼 생활에 대한 환상과 기대가 컸었다.

결혼은 마치 행복으로 들어가는 축복의 관문이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현실은 더 힘들고 혼자라는 느낌, 종종 일에 바쁘고 시간을 혼자서 잘 보내는 남편으로부터는 버림받은 느낌들이 올라오곤 했다.

남편에게 실망하고 상처만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전 남자친구와 함께 했던 생활들이 더 많이 떠오르고 그때가 더 좋았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장미의 무의식 안에는 과거의 죄악감으로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배신했다는 죄책감으로 자신은 나쁜 사람으로 벌을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지금의 힘든 과정들은 다 자기가 잘못을 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현재의 남편에게도 미안한 감정이 들어 깊은 사랑과 신뢰의 관계로 매진하기보다는 밀어내는 방식을 취했던 것이다.

과거의 관계가 청산되지 않은 채 새로운 대상을 위한 심리적 공간을 마련하기도 전에 바로 결혼을 한 것이었다. 새로운 대상을 사랑하고 수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다.

현재의 남편과 함께 살고는 있지만 현실이 힘들고 기대가 채워지지 않자 과거의 연인에 연연해하고 있는 장미는 지금 현재의 삶을 살고 있지 못하고 있었다. 장미의 입장에서는 모두 남편이 잘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부부관계는 결코 일방적이지 않다.

부부는 서로의 눈빛, 말하는 태도, 억양 등 모든 신호가 나를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다가오는 것인지 밀어내는 것인지를 민감하게 알아차리고 거기에 반응한다. 남편의 좋은 점(남편이 착하다, 가정적이다. 직장의 연봉이 높다, 안정적인 경제생활, 주거마련, 함께 마트 가는 것 등)보다는 안좋은 점만 부각시키면서 자신의 선택이 잘못된 것이라는 것에 합리화하고 있었다.

장미는 자신이 존재감 없이 이렇게 비참하게 살 줄은 몰랐다고 한다. 남편으로부터 사랑받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정도로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남편은 자신이 한 것 만큼 해주지 않아서 실망할 뿐이었다. 과연 지금의 현 관계에서 자신이 변화의 동기가 충분한지 남편의 시선이나 기대에 맞추기보다는 자신의 진짜 욕구나 감정은 무엇이고 솔직하게 대화할 수 있는 용기가 있는지 궁금했다.

브레드쇼는 어린 시절 강압적인 부모 아래에서 성장한 내면아이는 의존적이며 스스로 할 수 있는 자율성과 자기주도성이 부족하다고 한다.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능력이 어렵고 우유부단하다.

강한 외부대상에게 자신을 맡기고 ‘제발 저를 행복하게 해주세요’라고 의존하기 쉽다고 한다. 남편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에 자신의 가치를 결정하기 때문에 자신의 자존감은 남편에게 온전히 달려있었다.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분명하게 표현하지 못하고 상대방에게 맞추기에만 급급할 뿐이었다. 자신의 욕구나 원함보다는 착하게 남편의 감정에 더 민감하게 눈치보고 반응하고 있어서 자신이 스스로 가치있고 소중하고 중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남편이 얼마나 자기를 사랑해주느냐에 따라 자신의 가치가 결정되고 있었다.

밑바닥을 치고 있는 장미는 자신을 먼저 세울 수 있도록 자기사랑의 약을 꾸준히 복용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자기돌봄과 자기욕구나 감정을 소중하게 알아차리고 채워주어야 한다.

남편에게 자기욕구도 요청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인간은 성장과 변화를 지향한다. 애정도 자기사랑의 확장이며 개인의 발전에 가장 큰 매개체가 된다. 삶이 자기가 원하는 데로 되지 않을 때는 자신을 되돌아보고 관계하는 방식을 바꿀 수 있는 변화가 필요하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바로 성장의 계기가 된다.

김혜숙 백석대학교 교수  kimhyeso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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