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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띠 해에 써야 할 쥐 이야기
강창원 건국대학교 명예교수 | 승인 2020.01.16 15:36

[여성소비자신문]“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른다.”

2020년 새해 덕담치고는 이 명대사(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좀 옹색한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지나간 황금돼지 띠의 한 해 동안 황금돼지는 간 곳 없고 대신 잔 꽤만 가득한 욕심쟁이 큰 쥐(석서,碩鼠)들만 득실대었다. 경제와 일자리는 물론 안보, 외교, 교육 등 어느 곳 하나 성한 것이 없고 민주주의 근간이 되는 부정선거 개입까지 들어나고 있다.

즉 이들은 제 욕심 챙기는 데는 재주가 출중하지만 국가경영에는 구제불능의 쥐들처럼 보인다. 우리 국민들은 말할 것도 없고 이제는 전 세계가 대한민국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안타깝게도 이 낯 두꺼운 큰 쥐들이 2020년 경자년(庚子年) 쥐띠 해에는 더욱 기승을 부리며 이 땅을 야단법석(野壇法席)으로 만들 것 같다. 그러기에 이들의 기만과 배신에 절망한 이 땅의 민초들에게는 이 영화 여주인공 스칼렛 오하라의 대사가 그나마 위로가 될 듯하다.

1957년 개봉된 이 영화에서 미국 남북전쟁 전후의 혼란과 갈등을 홀로 이겨내야 하는 여 주인공이 남긴 이 한마디로 미국인들은 절망을 딛고 갈등을 극복하여 오늘날의 강국 USA(아메리카 합중국)를 이룩할 기초를 쌓았던 것이다.

쥐는 오래 전부터 우리 문화에 깊숙이 들어와 있으며 우리생활과 밀접한 동물이다. 쥐는 다른 동물에 비해 새끼를 많이 낳고 먹을거리를 마련하기 위해 쉴 새 없이 돌아다니며, 먹이가 많은 곳을 찾아내고 나중을 대비하여 모아놓는 습성이 있다.

이 때문에 우리 선조들은 쥐를 다산(多産), 재물, 풍요의 상징이며 미래를 예지하는 영물로 여겨왔다. 함경도 지방의 무속신화에는 천지창조 때 미륵이 쥐의 지혜를 빌려 천지운행의 질서를 확립했다는 이야기가 있는 것도 쥐의 영리함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리라.

오늘날도 쓰이고 있는 12지신(支神)처럼 시간과 때를 12동물로 표기하는데 첫 번째 동물이 쥐이고 그 다음이 소(牛)이다. 이러한 순서 결정마저도 쥐의 특성 때문이라고 한다.

즉 숫자가 없는 당시에 신이 시간을 12동물로서 나타내려고 부르기에 부지런한 소가 밤잠을 설치며 걷고 있는데 큰 소를 따를 수 없는 쥐가 소머리에 올라탔다가 결승점에서 먼저 뛰어내려 1등을 하고 소는 2등을 했다는 옛사람들의 이야기에서도 쥐의 도전정신과 영특함이 나타나고 있다.

현대 과학에서도 쥐의 행동 양식은 연구대상이다. 급기야 세계 최고의 학술지인 사이언스(Science) 2019년 3월호 표지에는 뉴욕대 오코비 교수가 연구한 ‘노래하는 쥐’의 노래하는 모습이 등장했다.

중앙아메리카에 서식하는 이 갈색쥐들이 서로 소리를 주고받으며 대화할 수 있음을 신경생물학적으로 밝혀냈다.

그러나 이처럼 쥐가 먹이를 찾는데 영리하고 부지런함이 오히려 사람들에게는 불편을 주고 해를 끼쳐 기피의 대상이 되고 혐오 동물로 인식되어 왔다. 특히 유교적 왕도정치를 이상으로 했던 우리나라 이씨조선 시대에는 권력을 위해서 왕을 속이고 아부하며 갖은 못된 방법을 써서 백성들을 착취하는 간신과 모리배들을 쥐에 비유하였다.

조선 초기 세조 때의 김시습이 간신들을 큰 쥐라며 ‘쥐 노래’를 썼고 조선후기 최대의 실학자인 다산 정약용도 탐관오리들을 쥐와 같은 인간들로 그려놓았다. 중동 사람들이 즐겨 쓰는 속담에도 ‘쥐의 정의보다 오히려 고양이의 난폭함이 더 낫다’라는 말로 쥐의 간교함을 수탈하는 권력자들에 비유하여 비꼬았다.

자신들의 권력과 축재를 위해서 날마다 공평과 정의를 외치는 우리나라 정치 권력자들이 꼭 귀담아 들어야 쥐띠의 해에 명심해야 할 이야기이다.

‘내 말 귀담아 듣거라. (중략) 고양이와 쥐덫이 가장 무서운 것이 아니다. 고양이는 언제나 고양이로 있고, 쥐덫은 언제나 쥐덫으로 있으니, (중략)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고양이도 아니고, 쥐덫도 아니고, 무서움을 다채롭게 위장한 쥐약이다. (중략) 쥐약의 외형은, 탐욕의 혀끝과 코끝을 유혹하기 위해 자연스럽고, 믿음직스럽고, 우호적이고, 헌신적이다.

그러나 쥐약의 외형이 어떻거나 간에 쥐약은 쥐약이다. 이 바보들아!’ 쥐가 사는 동네에 지혜롭게 살아온 늙은 쥐가 죽기 전에 다른 쥐들에게 남긴 유언을 시로 표현한 것이다. 고양이는 조심하면 되고 쥐덫도 슬기롭게 피할 수 있으나, 쥐약은 모양도 맛도 위장되어 있어서 가장 경계해야할 적이란다.

그렇다고 경자년 내내 욕심 많은 큰 쥐 타령만 하면서 손 놓고 있을 만큼 우리는 어리석지도 한가하지도 않다. 혹시라도 달콤함의 유혹 때문에 권력의 쥐약 근처에서 침을 흘리는 큰 쥐들이 있다면 송현 시인의 노래처럼 지혜로운 늙은 쥐의 유언이 죽음에서 건져내는 충고가 되는 한해가 되기를 바란다.

더 나아가 쥐의 속성을 잘 아는 지혜로운 국민들은 쥐에게도 좋은 점이 있음을  알고 우리 삶에 유익이 되는 쥐 이야기를 썼으면 좋겠다.

동양과는 달리 서양문화에서는 쥐에 대해 비교적 호의적이어서 애완동물로 기르는 가정도 많다. 아직은 개, 고양이에 비하면 소수이지만 미국 애완동물 소유주 가운데 4%가 쥐나 생쥐 등 소동물들을 애완동물로 기르고 있다. 사회성, 영리함, 조용함, 관리하기 용이함 등 애완동물이 되는 기본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

주인이 부르면 오고 쓰다듬으면 좋아하는 등 친근함으로 주인을 잘 따르며, 사람들이 하는 말 가운데 10가지 이상을 알아듣고 여러 가지 노리개로 재주를 부린다. 주인이 감기로 코를 풀면 휴지통에서 휴지를 뽑아오는 영리함이 있기에 개, 고양이보다 훌륭한 반려동물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문화를 바탕으로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애니메이션의 주인공 미키 마우스(Micky Mouse)가 등장했고, 가난한 화가 월트 디즈니(Walter E. Disney)가 세계적인 인물이 되었다. 미국 시카고에서 가난한 농사군의 4남 1녀 중 넷째 아들로 태어난 월트 디즈니는 형과 함께 할리우드에 디즈니 브라더스 스튜디오(Disney Brothers Studio)를 세웠다.

월트 디즈니가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 것은 가난한 시절 쥐가 드나드는 지하 창고 작업장에서 치즈를 나눠먹던 생쥐를 미키 마우스로 등장시킨 때문이다. 애니메이션 산업의 선각자가 된 월트 디즈니는 훗날 이 분야의 애니메이터 교육을 위한 4년제 대학 칼아츠(CalArts: California Institue of Arts)를 설립하기도 했다.

우리도 비록 호감도는 크지 않지만 쥐의 영리함과 사회성을 알고 애완동물로 키우며 아름다운 쥐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서양문화에서 지혜를 빌려야 한다.

이제 우리는 세계경제대국으로 성장한 만큼 쥐가 지닌 어두운 면만 보고 잔꾀 부리는 큰 쥐 타령만 하기 보다는 생쥐 애니메이션 하나로 새로운 세계를 열어 나가는 창의적 도전으로 미키 마우스보다 더 아름다운 쥐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쥐띠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강창원 건국대학교 명예교수  kkucwka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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