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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달의 교육칼럼] 사회는 학교 교육의 또 다른 장(場)이다
조영달 서울대학교 사회교육과 교수 | 승인 2020.01.15 13:55

[여성소비자신문]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듯이 학교와 사회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학생들은 학교교육을 통하여 국민의 한 사람으로 제대로 살아갈 수 있는 지식이나 규범 및 가치를 습득하게 된다. 흔히 이를 사회화 과정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학교 교육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동시에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직간접으로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경험을 통하여 학생들은 어떤 사안에 대해서는 학교에서 학습한 것을 더욱 강화한다.

학교에서 배운 대로 사회에서도 이루어지면 학생들은 그 내용에 대한 인식을 더욱 높이게 될 것이다. 문제는 이에 배치되는 경우이다. 학교의 학습 내용과는 반대되는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 경우 학생들은 배운 것과는 반대로 행동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학교 교육이 역방향으로 강화되는 것이다.

학교 교육에서는 ‘약속은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회에서는 약속할 때와 실제로 이와 관련된 일이 이루어질 때가 다른 경우가 많다. 이런 일 자주 되풀이되면 사람들은 약속을 신뢰하지 않게 된다.

부동산 가격을 반드시 안정화시키겠다고 약속했지만, 집값은 더욱 올라 그 약속을 믿고 구입을 미룬 사람들만 허탈해졌다. 선거에서 등장하는 정치인의 공약도 마찬가지이다. 학생들이 정책 공약은 반대로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학교에서는 ‘남이 보지 않더라도 규칙을 지키고 스스로의 행동을 절제하는 것이 좋다’고 가르친다. 확인하지 않는다고 해서 자기의 시험 답안을 남이 작성하는 것은 불명예스러운 일이다.

사회에서는 그런 명예코드(Honor Code)를 지키지 않은 사람이 오히려 높은 점수를 얻어 혜택을 누린다면, 학생들은 학교에서 배운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중국 고대의 민요 모음집에 ‘과전불납리 이하부정관(瓜田不納履 李下不整冠)’이란 구절이 있다. ‘오이밭에서 신발을 고쳐 신지 말고,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뜻이다.

학교에서는 이를 사회생활에서 참고하면 좋은 격언으로 소개한다. 악화된 고용통계가 나온 시점에서 통계청장이 교체되었다. 법무부 장관의 가족이 수사를 받는 와중에 피의사실 공표를 엄정하게 단속할 것이라고 법무부는 발표했다. 법무부는 검찰에서 수사 중인 사건의 검찰 지휘부를 교체했다. 모두 최근에 일어난 일이다. 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학교에서는 민주 정치의 운영에는 절차의 정당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사회에서는 절차의 정당성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를 결정한다.

일 년여 숙의 과정을 거친 대학입시 전형이 교육과 공정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없이 공정을 명분으로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바뀌게 된다. 학교가 어떤 상황에 처할 것이라는 생각을 깊이 한 것 같지 않다. 교육의 논리보다 정치적 고려가 우선한 것 같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다. 이러한 현상을 보면서 학생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학교는 사회 구성과 작동의 원리로 공존과 포용 그리고 배려를 강조한다. 학생들은 광화문과 서초동에서 배타적으로 자신들의 주장만을 되풀이하는 사람들과 매주 주말에 맞닥뜨린다.

2019년의 대한민국은 중요한 일을 공론의 장에 같이 모여 토론하고 논의했던 고대 아테네의 직접민주주의에 비추어서도 그 수준이 말이 아니다. 공존보다는 세력과 힘을 과시하면서 상대를 윽박지르는 느낌이다. 학교에서 민주주의를 배운 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이렇게 행동하는 한국사회는 학교교육이 위기에 처해있다고 주장하고 우리의 미래는 교육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학교는 사회의 이중성에 좌절하고 학생들은 배운 내용으로 정답을 맞추는 것과는 다른 세계가 있음을 느낀다.

숨겨진 학습이 학교가 표방하는 학습을 능가할 것이다. 사회가 학교와 학생을 망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미래는 우리 사회의 기성세대가 무엇을 보여주는가에 달려 있지 학교를 닦달하는 것에만 있지 않다.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부터 “사회는 학교 교육의 또 다른 장(場)”임을 명심하고 새겨야 할 것이다.

조영달 서울대학교 사회교육과 교수  k-leech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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