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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맞은 CJ, 위기 딛고 ‘파란불’ 켤까[그레이트CJ 비전 선포 이후 10년]
한고은 기자 | 승인 2020.01.14 17:32
사진제공=뉴시스

[여성소비자신문 한고은 기자] 대중문화와 식품·유통 분야 등에 주력하며 그동안 소비자들과 가장 가까이에서 호흡해온 기업은 단연 CJ그룹이라고 할 수 있다. 과도한 몸 부풀리기라는 비판에도 적극적인 M&A로 다양하게 사업구조를 확장해온 CJ그룹은 올해 허리띠 졸라매기를 선택했다. 손경식-이재현 공동회장 체제 안에서 무엇보다도 수익성 강화로 재무 악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성과주의 신경영 전략을 내세운 CJ의 2020년을 전망한다.

그레이트CJ 비전 선포 이후 10년

2010년 CJ그룹 이재현 회장은 그레이트CJ 비전을 선포하며 2020년까지 100조원 매출을 목표로 정했다. 아울러 지난해에는 월드베스트CJ 비전을 통해 2030년까지 3개 이상의 사업에서 글로벌 1위가 되겠다는 목표도 설정했다.

2010년 ‘그룹 제2도약 선포식’에서 공개된 그레이트CJ는 수익 창출이라는 뚜렷한 목표를 목적이 있었으므로 그룹은 그간 끊임 없는 외형 확장에 골몰해왔다. 매출 100조 및 영업이익 10조, 세계 매출 비중 70%를 달성하고자 국민 생활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거대 공룡 기업으로 성장했다.

아울러 CJ의 맏형 노릇을 하고 있던 제일제당 등 식품 사업군의 매출이 과반이었기 때문에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글로벌 1위에 성공하기 위해 여러 품목의 사업들을 발전시키기도 했다. 그 결과 유통 및 물류 분야가 매출 1위에 올랐고 이후 식품-엔터테인먼트 순으로 자리매김했다. 유통물류의 경우 지난 2011년 대한통운 인수를 계기로 크게 도약했다.

그러나 2020년은 아직 1년여가 남아있지만 이재현 회장은 빠르게 10년 전의 이 장기 비전을 거둬들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8년을 기준으로 보면 CJ그룹은 개별기준으로 24조8천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100조라는 기존 목표를 크게 밑도는 수치로 올해 안에 100조 매출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불보듯 뻔하다.

그러나 그레이트CJ를 철회한 것은 단순히 해당 목표를 채우지 못했기 뿐만이 아니라 이 과정에서 이루어진 무리하고 공격적인 M&A로 생긴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서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사진제공=뉴시스

M&A 플레이어 자처했지만… 재무 악화 후유증 앓다

CJ그룹의 M&A 역사에 빠질 수 없는 업체는 바로 대한통운이다. 대한통운은 물류뿐만 아니라 곳곳에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던 알짜 기업이었다. 이후 1968년 동아그룹에 인수됐으나 동아그룹이 2001년 해체되며 2008년에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인수됐다. 당시 금호아시아나는 2년 전 대우건설을 인수하며 6조원이 넘는 막대한 부채로 부담을 겪었고 이후 대우건설에 이어 대한통운 역시 매각했다.

이후 대한통운의 주인이 된 것이 바로 CJ그룹이었다. 인수 후 CJ대한통운은 다시 CJ건설을 흡수하는 등 최근까지 3000억원대의 인수합병에 열을 올렸다.

식품 분야에서도 인수합병은 주요했다. CJ제일제당은 베트남과 러시아, 브라질 등의 식품 회사들을 인수하면서 식품 분야의 다양화 및 점유율 높이기에 나섰다. 이로 인해 CJ제일제당은 최근 5년동안 식음료 업계 가운데 가장 많은데 M&A를 진행한 기업으로 꼽히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지난 8년간 매출은 3배 가까이 증가하면서 성장세를 보여왔고 미국에만 22개의 생산라인을 갖추게 됐다.

하지만 지난 2018년 미국 슈완스 컴퍼니와의 M&A를 계기로 재무 상황에 빨간불이 켜졌다. 슈완스컴퍼니는 매년 1000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내고 있는 미국의 식품 유통 업체다. 하지만 약 2조원을 들여 그룹 역사상 가장 큰 규모로 인수를 하면서 차입금이 급증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지난해 3분기 말을 기준으로 CJ제일제당의 차입금은 무려 9조5000억원에 달하며 소위 ‘등골이 휘는’ 처지가 됐다.

슈완스컴퍼니의 수익 창출이 안정적이기 때문에 일정 기간이 지나면 수익성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내부 진단이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다가올 미래일 뿐이라는 것이 업계 시각이었다. 이로 인해 현재 지난해 1~3분기 연결기준 금융비용이 5386억원에 달하면서 전년 대비 39% 증가했다. 슈완스를 포함해서 그동안 공격적인 M&A 때문에 재무부담이 악화됐다고 보는 이유다.

CJ대한통운 역시 2019년 3분기 말 기준 순차입금은 3조5430억원에 달했고 부채비율 역시 2016년부터 꾸준하게 100%를 넘으며 증가하는 추세다. CJ프레시웨이 역시 송림푸드와 제이엔푸드 등 여러 업체를 인수하고 제반비용에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면서 큰 재정 부담을 지고 있다. 2019년 9월 부채는 연결기준 9187억원이다.

지금까지 CJ제일재당과 CJ대한통운 등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M&A를 통해서 그룹의 사업을 다각화하고 확장하면서 단기간에 외형적인 성공을 거두며 수익 창출 역시 증대했지만 그로 인해 짊어진 재무 부담으로 그룹이 위기에 처했다는 시선이 적지 않다. 결국 지난해 5월 CJ대한통운은 독일 물류기업 ‘슈넬레케’와의 M&A를 포기했으며 CJ제일제당 역시 미국 식품첨가물 기업 ‘프리노바’ 인수를 전면 중단했다.

아울러 국내 경기 침체로 인해서 소비 위축 심리가 거세지면서 그룹 전반의 실적까지 악화됐다. 또한 이재현 회장의 구속과 건강 문제로 경영 공백이 생기면서 오너리스크로 인한 투자 규모가 줄어들고 정상적인 사업 계획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시간 역시 길었다.

2015년 이후 5년 연속으로 주가가 빠른 하향세를 보인데다 그룹의 영업이익률도 2015년 5.8%이었던데 반해 2019년 상반기에는 4.4%로 꾸준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신용등급 역시 좋지 않다. CJ제일제당은 ‘AA(부정적)’이며 CJ CGV는 ‘A+(부정적)’ CJ대한통운 ‘AA-(안정적)’ 등으로 나타났다.

2020, 외형 아닌 내실 다진다

이로 인해 현재 그룹이 내놓은 해법 중 하나는 바로 자산매각과 인적 쇄신 등 구조 개편 등을 통한 내부 혁신이다. 더 이상의 몸집 부풀리기를 중단하고 내실을 다지겠다는 생각이다. 이에 서울 강서구 가양동에 위치한 CJ타운 건설 예정 부지를 결국 처분하고 구로구 부지 역시 유동화하기로 했다.

서울 중구 필동에 위치한 CJ인재원 건물 역시 CJENM에 매각하고 CJ푸드빌 투썸플레이와 CJ헬로 역시 지난해 매각을 통해 자금을 일부 확보했다. CJ올리브네트웍스도 인적분할해 CJ올리브영을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CJ헬스케어 지분 전량도 한국콜마에 매각했다. 이로 인한 총 자본금 확보는 1조1천억 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알짜 자산이 줄줄이 매각되자 ‘올리브영’ 역시 매각하는 것이 아니냐는 설이 나왔지만 이에 대해 최근 경재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손경식 회장이 직접 부인하며 선을 그었다.

2020년 CJ그룹 정기 임원인사 역시 안정적인 수익성 증대가 목표다. 이재현 회장은 약 한 달이 넘는 시간동안 거듭 고심하며 때늦은 인사를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진다. 임원 승진의 경우 전년도인 77명에 비해서 58명만이 승진하고 신임임원 역시도 단 19명이 배출된 데 그쳤다. CJ제일제당 대표이사 겸 식품사업부문 대표로는 비비고 확산 등 식문화 트렌드를 선도한 강신호 총괄부사장(58)을 선임해 주력 사업 강화 의지를 보였다.

아울러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해서 CJ올리브네트웍스 신임 대표이사에는 차인혁 부사장을 앉혔다. 그룹 전반의 디지털 전략과 IT 신사업을 이끌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상승세를 강화하는 동시에 여성 임원 발탁 기조의 일환으로 아스달 연대기 등을 제작한 스튜디오드래곤 최진희 대표이사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키기도 했다. 오너 일가 중에는 유일하게 이재현 회장의 사위인 정종환 상무만 CJ 미주본사 대표로 승진했다.

이처럼 2020년 임원 인사는 올해 경영 기조인 수익성 창출 목적에 따라 불필요한 ‘제 식구 챙기기’를 최소화하고 역량을 갖춘 인물들을 통해 안정적으로 그룹 내실을 다지려 한다는 평이다.

손경식 회장

손경식-이재현 공동 경영체제 유지

이재현 은 경영 공백과 건강 문제로 인해 저돌적으로 그룹 비전에 집중하지 못했다. 2013년에는 탈세 혐의 등으로 구속되었으며 이후 건강 문제로 인해 4년 동안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었다. 이후 2017년에 회장직으로 복귀하며 그룹의 외형을 키우는 그레이트CJ에 집중했다. 그러나 그레이트CJ가 결국 실패로 돌아가며 커진 덩치 만큼 가중된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내실 경영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

이재현 회장의 4년 공백을 책임지고 현재까지도 CJ그룹의 얼굴로 활발하게 대외활동에 나서는 이는 바로 손경식 회장이다. 이재현 회장이 유전병이 앓고 있어 원활한 경영 활동을 하기 위해 상호보완하면서 그룹 안팍을 함께 살피는 투 트랙 체제로 올해 역시 나아가게 된다.

손 회장은 지난 2016년 폐암 수술을 받았지만 현재 대외활동을 하기에 어려움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및 한미우호협회 이사장 등을 역임하고 있다. 이재현 회장의 외삼촌이자 경영스승인 손 회장은 이 회장이 회장직으로 복귀한 이후에도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세하며 그룹의 얼굴로 활동해 왔다.

CJ그룹의 전신인 제일제당이 삼성에서 분리될 때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전략가적 기질을 빛내기도 한 인물로 올해 CJ그룹이 기존 장기적 플랜들을 철회하기로 한 데에도 손 회장의 전략적 판단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손 회장은 올해 “양적 성장보다는 안정적 수익성이 동반되는 혁신 성장을 우선해야 할 것"이라며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글로벌 톱티어 기업 수준 수익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질적인 성장을 통해서 불안한 재무 구조를 안정화하고 식품과 엔터테이먼트 및 물류 등 주력 분야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것이다.

이재현 회장 역시 지난해 그룹의 재정 악화에 ‘비상경영’을 선포하며 재무구조를 안정적으로 개선시키기 위해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다. 핵심 분야룰 제외한 비주력 분야들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정리하며 성과 중심 및 수익성 증대라는 방향 선회에 따라 그룹의 재무 안전성을 추진하고 있다.

단기간에 공격적인 경영 전략으로 유일무이한 식품·유통·문화 분야의 선도 기업이 된 CJ그룹은 현재 숨을 고르고 있다. 경영 패러다임이 바뀌고 신경영이 이루어지는 때로써 2020년 경자년은 CJ그룹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룹의 위기를 놓치지 않고 과감하고 혁신적인 결단을 실행에 바삐 옮기며 위기 극복에 나선 CJ그룹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한고은 기자  h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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