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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희 색동어머니 동화구연가회 회장 “동화에는 보듬어주는 힘 있어...어릴 때 듣는 동화가 평생 이끈다”
한지안 기자 | 승인 2020.01.08 21:15

[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동화구연가이자 시 낭송가로 활동하고 있는 정영희 회장은 과거 시낭송협회 회장을 역임하며 공연에 나서기도 했다. 동남대 유아교육과에서 교편을 잡기도 했으며 문화센터 강사로서 시민들을 가르쳤다. 유치원 및 중 고등학교 교사들과 베이비 시터, 돌보미 교사들을 상대로 연수도 진행해오고 있다. 시 낭송과 구연동화의 길을 쭉 걸어왔다는 그는 <여성소비자신문>을 찾아 “저는 ‘따뜻한 말’을 좋아한다. 말과 음색에는 온도가 있지 않나. 제가 ‘말’을 하는 사람이라 그런 것 같다”며 말문을 열었다.

 “동화에는 보듬어주는 힘이 있다”며 “어릴 때 듣는 동화가 평생을 이끈다”고 말하는 정영희 회장을 <여성소비자신문>이 만났다. 구연동화 봉사에 대한 그의 비전과 열정에 대해 들어봤다. 

지난 1978년 출범한 색동어머니 동화 구연가회는 소파 방정환 선생이 1923년에 창단한 어린이 문화단체 ‘색동회’의 산하단체다. 색동회가 어린이 사랑 운동의 일환으로 주최한 ‘전국 어머니 동화구연대회’의 제1회(1976년)와 제2회(1977년)에 입상자들이 모여 설립했다.

색동어머니 동화구연가회는 색동회의 이념인 나라사랑의 뜻대로 어린이를 사랑하며 동화구연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꿈과 아름다운 정서를 심어주는 것을 목표로 유치원·초등학교·도서관·보육원·재활원 등에서 동화 구연, 동시 낭독, 동극 등으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색동어머니 동화구연가회는 색동회와 함께 일하고 있다. 색동회에서 매년 개최하는 ‘어머니 동화구연대회’ 입상자들이 모여 창립됐다. ‘어머니가 들려주는 동화가 아이를 키운다’는 이념과 소파 방정환 선생님의 뜻을 모토로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색동어머니회는 서울에만 260여 명, 6개 지회를 합쳐 약 1000여 명의 회원들이 활동 중이다. 매년 어머니 동화구연대회를 통해 신규 회원을 모집하고 있다.

정 회장은 “동화를 기본으로 두고 거기에서 파생되는 여러 가지 놀이나 교육을 활용해 봉사하고 있다. 동화와 전통놀이, 동화와 인형극, 동화와 그림책, 동화와 영어, 동화와 독서 지도 등을 통해 여러 선생님이 활동하고 있다”며 “저희 회에 몸담고 계신분들은 모두 동화구연강사다. 가정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전체 회원의 3분의 2 정도의 인원이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개인적인 사정에 의해 가정에서 자녀 양육에 전념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국가에서 지원하는 실버산업의 일환으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도서관 등지에서 ‘할머니 구연동화’ 강사로 활동하는 분들도 계신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에 따르면 색동회와 색동어머니동화구연가회는 매해 어린이날 기념식을 갖는다. 이 외에 대학 병원 어린이 병동에서 인형극이나 만들기 작업 등을 통해 봉사하기도 한다.

정 회장은 “회원들이 개인적으로 아동보호시설 등에서도 봉사한다. 개별 활동프로그램은 종류도 더 다양하다. 구연동화뿐 아니라 독서 지도, 글짓기 지도 등도 이어지는데 동화랑 거의 연계돼서 이루어진다. 기본적인 주축은 동화다. 거기서 영어교육, 놀이 등과 접목하는 것이다. 봉사를 희망하는 어르신들을 지도하는 실버 봉사도 진행하고 있고, 국가 지원을 받으며 다문화 가정을 방문해 동화 구연을 하기도 한다. 공연을 펼치는 사람, 노래로 가르치는 사람 등 다양하다. 이전에는 ‘동화 구연’ 만 했는데, 최근에는 회원 개개인의 특성에 따라 활동한다”며 “동화 구연에 영어, 뮤지컬, 연극, 발표 연습을 접목하기도 한다.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줄 수 있도록 드러내게 하는 것을 학부모들도 더 선호한다. 커리큘럼이 전체적으로 최근 바뀌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구연동화가 아동 정서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 정 회장은 “어렸을 때 어떤 동화를 들었냐”며 “5세~7세 사이 아동기 정서가 평생에 영향을 준다고 한다. 그 시기에 들은 동화가 한 개인의 평생을 이끌어 가는 셈이다. 저는 어렸을 적 외할머니께서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하는 동화를 정말 여러 번 들려주셨고, 그 내용이 지금까지도 머릿속에 남아있다. 할머니께서 이야기를 펼치시던 방식 그대로 따라 할 수 있을 정도다. 이 정도로 어린 시절의 동화가 성인이 될 때까지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진=여성소비자신문

그는 그러면서 “저는 부모님이 아이들과 놀아주며 동화를 들려주는 것만큼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상상력과 창의성이 재산인 시대가 오지 않겠나. 그것들이 동화에서 온다고 생각한다”며 “사실 저는 제 아이들이 어릴 때 이곳저곳에서 강의하느라 바빴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동화 구연 수업을 했고, 집에 들어가면 아이들이 잠자리에 드는 밤이 와 있었다. 아이들에게 동화를 읽어주는 것이 좋다는 것은 아는데 정작 저는 사실 많이 들려주지 못했다. 온종일 8시간 강의를 하고 나면 말하는 것이 힘에 부쳤다. 그런데 남편이 그 역할을 정말 잘 해줬다. 제 개인 CD나 테이프를 아이들에게 틀어주기도 했었는데, 그러면 아이들은 기계음이라 느끼면서 ‘싫다’고 말하곤 해서 남편이 제 대신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줘야 했다. 사실 남편은 동화구연을 잘 못하는 데도, 그의 목소리가 아이들을 토닥여 주고 잠재워줬던 것 같다. 동화 구연을 굉장히 잘하는 것도 물론 좋겠지만 그저 따뜻한 목소리로 아이들을 토닥여주고 안아주는 것이 기본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동화 구연가로 활동하는 것이 경력 단절 여성이나 어르신들의 자존감 회복에도 상당한 도움이 된다"고 정 회장은 말했다. “43기에 고령 회원이 들어왔다. 이전에는 어르신들이 이런 일에 도전하는 분이 없었는데, 이제는 60, 70대에도 도전한다”는 것이다.

정 회장은 “고령 회원들은 동화 구연 수업을 특별히 맡지 않아도 회에 소속되어서 회원들의 활동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힘을 얻는다고 말하더라. 저는 꿈과 희망이었던 동화 구연을 이미 이뤄냈지만, ‘정 영희’라는 내 이름으로 살지 않고 누군가의 엄마로만 살다가 나의 이름을 인식하고 찾는 기점이 되는 분들도 많다. 도서관에서 자원봉사에 나설 때 그분들은 ‘누구 엄마’에서 ‘선생님’이 된다. 그래서 ‘나를 찾는 시간’이라고 표현하는 분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한편 협회는 현재 색동회로부터의 편입 혹은 독립을 앞두고 있다. 정 회장은 작년 총회를 통해 이를 의결했다며 회원들의 의견을 따라 결정될 일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협회의 비전에 대해 묻자 그는 “지금은 개인적으로 일하는 것이 많지만, 앞으로는 보건복지부나 교육청 등 관공서와 매칭하고 협약을 통해 동화 구연 수업의 지도자를 양성하는 일을 하고 싶다”며 “이와 함께 동화 구연을 통해 파생되는 여러 교육 수업에 대해 자격증을 주는 등 체계적인 양성 과정을 구축하고 싶다. 좀 더 많은 곳에 동화 구연가를 배치하는 산실이 되기를 소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색동어머니 동화 구연가회는 현재 미국·호주·뉴질랜드·러시아·브라질·중국 등 여러 나라를 방문, 우리나라의 입양 어린이들 및 교민 어린이들에게 공연을 통해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널리 전하고 있다. 이 외에도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구연문집을 펴내 동화 보급에 힘쓰며 교사와 어머니 그리고 동화 구연가들을 위한 세미나를 여는 등 후배 양성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사진=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hann923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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