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뉴시스

[여성소비자신문 한고은 기자] 기업과 시민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기업에서 생산하는 각종 유·무형의 재화들을 구매하는 것이 바로 소비자인 시민들이기 때문. 또한 시민들은 기업과 노사관계를 이루고 있기도 한 존재다. 기업의 발전적인 노사관계로 인해 재화의 품질이 좋아져야 결국 소비자의 권익 역시 높아질 수 있다. 기업 경영진과 서울시민의 눈으로 2020년 노사 관계 및 경제를 전망했다.

기업 경영진의 눈
노사관계·임금인상 등 ‘작년보다 더 불안할 것’

한국경영자총협회(회장 손경식, 이하 ‘경총’)가 ｢2020년 노사관계 전망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기업 180개사 중 64.8%는 2020년 노사관계가 2019년보다 더 불안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2020년 노사관계가 2019년보다 ‘훨씬 더 불안해질 것’이라는 응답은 17.9%였고 ‘조금 더 불안해질 것’이라는 응답은 46.9%로 조사됐다.

노사관계 불안 요인들로는 제21대 총선과 親 노동계 입법 환경(33.3%)·경기둔화와 기업경영 실적 부진(25.9%)·기업내 노사현안 증가(21.1%)를 꼽았다.

최다 응답 요인인 ‘제21대 총선과 親 노동계 입법 환경’과 관련해서는 노동계에 우호적인 입법 추진과 외부의 개별기업 노사관계 개입 확대 등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경기둔화와 기업경영 실적 부진’과 관련해서는 2020년에 경기둔화가 이어지고 기업 경영여건의 어려움도 지속되면서 임금과 복리후생 등을 둘러싼 노사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른 운영비원조 확대·임금 피크제·불법파견 등 기업내 노사현안 증가’와 관련해서는 지난 2018년 5월 31일 내려진 운영비 원조 금지 관련 헌법불합치 결정과 취업규칙과 근로계약의 우선순위 해석 관련 대법원 판결(2019. 11. 14) 및 고용부의 ‘근로자파견의 판단 기준에 관한 지침’ 개정 등이 기업 노사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았다.

IBK기업은행 노동조합원에게 출근을 저지 당한 윤종원 신임 기업은행장. 사진제공=뉴시스

이로 인해 2020년에는 2019년에 비해 4월 이전에 교섭 개시 요구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총선이 치러지는 4월 이전에 노조의 임단협 개시 요구 시기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기업은 43.9%로 2019년 33.8%보다 10.1%p 증가했다. 해당 기업들은 노조의 임원선거 일정과 기업내 노사현안 등으로 인해 교섭 시기가 다소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단체교섭에서 ‘복리후생 확충’(35.5%), ‘인력 증원’ (17.9%), ‘근로시간 단축과 유연근무제 도입’(13.7%) 등이 주요 쟁점으로 부각될 것으로 보았다.

2020년 임금인상 수준에 대해서는 ‘2% 수준’을 가장 많이 전망했다. 임금인상 수준 전망에 대한 조사 결과 45.7%가 ‘2% 수준’이라고 응답한 것. ‘3% 수준’은 20.8%, ‘1% 수준’은 14.5%, ‘동결’은 11.0% 순으로 나타났다.

2.0% 수준의 임금인상 예상치는 지난해 기업들의 악화된 경영실적과 불안한 2020년 경제상황 전망 등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대다수 기업에서 2020년 임금이 2019년 경영실적을 기반으로 산정되는 만큼 지난해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와 수출 감소 등 어려운 경영여건 속에서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저조했던 점과 예상되는 불안한 경제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서울 시민의 눈
'청년실업 및 고용 문제' 관심

서울연구원이 진행한 2020년 주요 경제 이슈에 따르면 올해 서울시민의 경제 이슈 1위는 청년실업 및 고용문제(28.0%)로 조사됐다. 그 다음은 부동산 경기(9.9%), 소비심리 및 내수경기(7.7%), 주 52시간 근무제(6.8%), 소득양극화(6.3%), 생활물가 상승(6.2%)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기타 이슈로는 ‘4차 산업혁명 대응’ ‘중국 경제성장 둔화’ 등이 있었다.

아울러 이러한 경제 이슈의 대다수가 올해 크게 개선되지 못할 것이라고도 보았다. 13개 경제 이슈 중 개선 전망 점수가 기준치(100)를 웃도는 이슈는 ‘4차 산업혁명 대응’ 1개이고 나머지 이슈들은 기준치를 밑돌았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 청년일자리센터에서 구직 상담 중인 청년들의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4차 산업혁명 대응’이 200점 만점에 102.9점으로 가장 높았다. 그다음은 ‘에너지 정책’(95.3점), ‘청년실업 및 고용’(90.7점), ‘남북경협’(88.6점), ‘주식 시장’(87.3점) 등의 순이며, ‘저출산 및 고령화 문제’는 54.8점으로 개선이 가장 힘들 것으로 보았다.

개선되지 못할 것이라는 응답 비율은 '저출산 및 고령과 문제'가 70.4%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은 소득양극화(68.8%),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 문제(63.2%), '가계부채(58.6%)등으로 나타났다.

기업·시민 한숨인데… 정부는 ‘자화자찬’
경총, “민간 실물경제 강화 위한 정책 필요”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일 청와대에서 경자년(庚子年) 신년사를 발표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정부가 ‘함께 잘사는 나라’의 틀을 단단히 다졌다고 말해 기업·시민과 극명한 온도차를 보였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정부는 일자리에 역대 최대의 예산을 투입했”다면서 “청년·여성·어르신에 대한 맞춤형 일자리 지원을 강화하고 민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전방위적인 정책 노력을 기울였다”고 전했다. “일자리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며 지난해 신규 취업자가 28만 명 증가하여 역대 최고의 고용률을 기록했다”고도 말했다.

사진제공=뉴시스

그러나 KDB미래전략연구소 미래전략개발부는 일자리 확대 분야가 주로 노인일자리에 집중되어 있고 기업들의 고용창출 여력이 많지 않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한 문 대통령은 "새로운 수출동력이 빠르게 성장했다"고 했지만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수출이 5천424억 1천만 달러로 전년보다 10.3% 감소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두 자리 수 감소율을 보인 건 처음이다.

산업부는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경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지난해 수출이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통령 신년사에 대해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우리 경제를 고도화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높여 나가기 위해서는 민간 실물경제가 다른 경쟁 상대에 비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시장경제 체제가 활력 있게 작동하는 정책적 환경을 보장해야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주 52시간제 시행에 따른 생산성을 보전하고 시장 변화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유연근무제의 법적 보완 및 확대가 조속히 입법화되어야 하고 법인세 인하와 상속세제의 체감 있는 개편과 같은 상징적인 기업 제도 개선을 요청했다.

또한 공정경제도 중요한 국정 과제이지만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와 상법·공정거래법 개정 등의 사안은 우리 기업의 경영여건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검토되어야 한다고 덧붙이면서 올해는 정부와 경영계가 보다 정책적으로 소통하면서 우리 기업들이 경제성장을 견인하고 일자리 창출에 기여해 나가는 데 힘을 모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고은 기자  h9@wsobi.com

<저작권자 © 여성소비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