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지난 14일 오전 10시경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이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4세.

1925년생인 구 명예회장은 고(故) 구인회 창업회장의 장남이다. 1945년 진주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다가 1950년 락희화학공업(現 LG화학) 이사로 취임했다. 1969년 말 구인회 창업회장이 타계한 후 1970년에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45세의 나이에 LG그룹 2대 회장에 올랐다.

구 명예회장의 재임기간 동안 LG의 매출은 260억원에서 30조원대로 성장했고 종업원도 2만명에서 10만명으로 증가했다. 이에 더해 구 명예회장은 1988년 ‘21세기를 향한 경영구상’이라는 변혁을 발표하며 사업전략에서 조직구조, 경영스타일, 기업문화에 이르기까지 그룹의 전면적인 경영혁신을 천명, 21세기 세계 초우량기업으로 도약을 목표로 삼았다.

구 명예회장은 특히 재임기간 동안 50여개의 해외법인을 설립했다. 1982년 미국 알라바마 주의 헌츠빌에 세운 컬러TV공장은 국내 기업으로서는 최초로 설립한 해외 생산기지였으며, 독일의 지멘스, 일본 히타치·후지전기·알프스전기, 미국 AT&T 등 해외 기업들과 전략적 제휴를 통한 합작 경영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기도 했다.

25년간 그룹을 이끈 구 명예회장은 70세가 되던 1995년 ‘럭키금성’ 그룹의 명칭을 LG그룹으로 바꾸면서 장남인 고(故) 구본무 회장에게 회장직을 넘겼다. 이후 그 해 2월부터 LG그룹 명예회장을 지냈다. 구 명예 회장의 이같은 행보는 ‘재계 첫 무고(無故) 승계’를 만들었다. 구광모 회장까지 변함없이 적용된 장자 승계 원칙은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의 비결로 꼽힌다.

한편 구 명예회장의 유족은 장녀 구훤미씨, 차남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삼남 구본준 전 LG그룹 부회장, 차녀 구미정씨, 사남 구본식 LT그룹 회장 등이다. 장남인 구본무 회장은 지난해 5월, 부인 하정임 여사는 2008년 1월 별세했다.

한편 LG그룹은 고인과 유족들의 뜻에 따라 가족장으로 최대한 조용하고 차분한 장례를 치르고 있다. 14일부터 서울 시내 모 병원에 가족장 형태의 4일장으로 치러지며 상주는 고인의 차남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이 맡는다. 발인은 17일 오전이며 화장 후 안치된다. 장지는 공개되지 않는다.

LG 측은 “유족들이 온전히 고인을 추모할 수 있도록 별도의 조문과 조화를 정중히 사양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5월 별세한 고인의 장남인 고 구본무 LG 회장의 장례도 회사장이 아닌 비공개 가족장 형태의 3일장으로 치러진 바 있다.

한지안 기자  hann923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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