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나는 지금은 채식주의자가 아니다. 하지만 어릴 적엔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채식주의자가 되어있었다.

우리나라에서 1950~60년대 농촌생활을 해본 사람은 경험했듯이 부자가 아니면 동물성식품을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했고  계란 하나라도 시장에 내다 팔아야 많은 식구가 필요한 생필품과 학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논밭에 자라는 식물성식품으로 배만 채우는 채식주의자 노릇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 결과 키는 잘 자라지 않고 초등학교 수업시간에 책상 아래로 쓰러지는 학생들이 한둘이 아니었으며 밖에서 놀다가 저녁이 가까워지면 밤눈이 어두어져 전봇대에 머리를 부딪쳐 머리가 깨지고, 영양불량으로 골격발달이 부진하여 키가 작고 심하면 곱사등이가 된 어린이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나 역시도 온갖 피부병과 감기나 폐결핵과 같은 호흡기 질환을 달고 살았다.

다행히 나는 초등학교 상급반이 되면서부터 이러한 것들이 동물성식품을 섭취하지 못한 영양불균형 때문이라는 생물학 선생님의 설명을 귀담아 듣고 이후로는 고기나 계란, 우유는 못 먹더라도 시냇가에 살고 있는 물고기나 가재 그리고 논에 나오는 우렁이를 부지런히 먹어 대자 나의 키가 잘 자라고 건강상태도 좋아졌다.

그 이후 운이 좋아서 기숙사 시설이 잘 되어 있는 대학에 진학하였고 기숙사에서 주는 우유와 육류 등을 즐길 수 있었으며 대학 2학년 때 군에 입대하여 국군정량을 잘 섭취한 탓인지 대학 입학 후 군복무를 마치는 기간 5년이 채 못 되는 기간에 키가 6cm가 자라서 지금은 180cm의 국제신사 표준키가 되었다.

채식과 잡식 중 어느 것이 잘 먹고 잘 사는 길인지는 건강이나 사회활동 측면에서 해박한 영양학이나 의학적인 지식이 없어도 너무 명확하다.

최근 우리 주위에는 채식주의라는 이데올로기가 유행처럼 번져나가고 있다. 즉 동물성식품을 먹는 것이 우리의 건강을 해치고 더 나아가서 가축사육은 지구를 파괴하고 동물을 잔인하게 학대하는 비윤리적인 행위로 간주한다.

이들의 주장은 매우 합리적이고 그럴 싸 해보이지만 한 개인의 건강은 물론 자연생태계의 순환논리로 보았을 때 매우 편향적인 시각이 많고 우려스럽기까지 하다.

한 개인이나 사회구성원들의 건강유지와 무한 경쟁 및 변화의 시대에 생존을 위한 왕성한 활동을 위해서는 채식만으로는 곤란하다.

물론 현대인들의 지나친 영양, 그 중에서도 열량의 과다섭취에 관한 문제점에 대해서는 채식주의자들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잘 알려져 있고, 문제점 해결을 위한 노력은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채식주의에서 오는 각종 영양불균형 및 퇴행성질환 발생의 문제점은 물론 원만한 부부생활과 무한 경쟁시대의 왕성한 활동을 위해서는 식물성식품 섭취만으로는 충분치 못하다는 점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한 때 유명인사의 채식주의 찬미론이 TV에 방영되자 동물성식품의 소비가 반 토막이 난적이 있었다. 그런데 왜 그 후일담은 방영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장기적인 후유증까지는 몰라도 채식주의로 식단을 바꾼 중?장년층 가정에서 부부간에 성생활을 점차 기피하게 되더라는 실증사례가 여기저기 터져 나오면서 동물성식품의 소비는 점차 원상태로 환원된 사례가 있다.

우리 몸은 고양이나 호랑이와 같은 육식동물과 소화 및 영양생리가 다른 것처럼 소, 염소, 토끼와 같은 초식동물과는 소화기 구조부터 큰 차이가 있다.

먹은 음식을 반추하기 위해 반추위가 있는 소나 자기가 배설한 분을 다시 섭취하는 토끼와 인간이 같을 수는 없지 않은가?

채식주의자들의 강력한 메시지로 생태계 보호와 살생 반대가 있다. 그렇다면 주어진 지구상에 인구는 날로 증가하는데 모든 사람들이 식물성식품을 먹는 다고해서 생태계가 보호되는 것 일가?

나처럼 어려서부터 논밭을 일구어본 사람은 곡류나 채소재배는 환경 훼손이 아니라는 항변을 할 수가 없다.

논밭을 확보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자연 상태의 토지가 경작지화 되었는지?

그 결과 여름철 장마나 태풍에 얼마나 많은 토지유실과 마을의 홍수피해를 당해왔는지를. 차라리 주어진 토지에 가축을 사육하여 토지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발생하는 축분이나 폐사한 가축들을 퇴비화 하여 토양보존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훨씬 생태계 보호와 유지에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대책이라고 생각되지 않는가?

즉 자연의 선순환 구조를 잘 활용하는 것이 채식주의 이데올로기보다 훌륭한 생태계보존 전략이라고 믿는다. 가축의 살생 또한 자연순환 과정중의 하나로 볼 수는 없을까?

물론 종교상의 이유로 육식을 금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식물도 생명일진데 구태여 동물에 대해서는 살생이고 식물은 살생이 아니라는 논리는 정말 타당할까?

여기서 동물은 고통을 느끼고 식물은 고통은 느끼지 않는다는 점 또한 순전히 인간의 편향적인 관점일 것 같다.

가축들이 먹고 자라고 행동하는데 적절한 먹이와 환경을 제공한다면 정글의 법칙에 따라 약육강식의 두려움 속에 사는 야생동물보다 훨씬 행복하고 안전하지 않을까?

가축 도살시에도 고통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도살 규정을 따르고 있으므로 피상적으로 생각되는 것과 같이 가축에게 고통이 주어지지는 않는다.

뿐만 아니라 동물체는 죽고 나면 결국 식물에게 가장 필요한 비료성분인 질소, 인산, 카리를 제공함으로서 자연의 선순환이 이루어진다는 사실도 무시해서는 안된다.

이 처럼 자연계의 한 구성원으로서 인간이 짧은 기간 생존하는 동안에 채식주의라는 편향적인 이데올로기에 너무 현혹되지 말고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행복하게 사는 것이 잘 먹고 잘 사는 길이라 여겨진다.
 

건국대학교 강창원 교수  kkucwka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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