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진용준 기자] 벨기에 기업 AB인베브가 오비맥주를 재인수하면서 투자금 회수를 위해 이번에는 중국산 맥아를 사용해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AB인베브는 시장평가보다 1조원 가량 더 높게 오비맥주를 재인수한 이후 예상보다 국내 및 아시아 맥주시장에서의 실적이 부진한 상황을 맞고 있었다. 

투자금 회수를 위해 AB인베브 오비맥주는 하청 업체와 한달 단위 계약을 통해 재계약 부담(관련기사 http://www.wsobi.com/news/articleView.html?idxno=84632)을 주면서, 공장 셧다운(일시적인 부분 업무정지), 물량 몰아주기 등을 통한 경영 방식으로 이윤을 극대화하고, 최근 희망퇴직도 추진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6일 관세청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중국산 맥아 유입량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2016년 10t에 불과했던 중국산 맥아 수입량이 2017년 1100t, 2018년 2만8100t, 올해 11월 기준 3만900t을 기록했다. AB인베브가 오비맥주를 재인수한 2014년 이후부터 중국산 맥아 수입량이 폭증했다.

중국산 맥아를 원료로 사용하는 업체는 국내에서 오비맥주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수입된 중국산 맥아 대부분을 오비맥주가 들여다 썼다는 분석이다.

토종 국내 주류업체들은 청정 지역으로 알려진 호주나 유럽, 북미 등의 맥아를 사용한다.

오비맥주는 "국내 공장에서 생산해 수출되는 제품에 중국산 맥아를 썼다"고 주장하지만, 연간 맥주 판매량과 오비맥주의 국내 시장 점유율(추정치 60%)을 고려하면 대표 품목인 ‘카스’에도 사용됐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오비맥주가 영업이익 극대화를 위해 중국산 맥아 가격 추이에 맞춰 국내 가격을 조정한 정황도 포착됐다.  

원가가 감소하면 가격을 유지해 수익을 증대시키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오비맥주는 중국산 맥아 가격이 하락하는 시점에 ‘카스’ 가격을 올렸다. 중국산 맥아의 톤당 추산 가격과 오비맥주의 가격 조정 시기가 맞아 떨어진다.

중국산 맥아의 톤당 추산 가격은 2016년 600달러에서 2017년 410달러로 31% 감소했다. 오비맥주가 국산 맥주 출고가를 올린 시점은 이 기간인 2016년 11월이다. 당시 오비맥주는 카스, 프리미어OB, 카프리 등의 출고가를 6% 인상했다.

또 중국산 맥아 가격은 지난해 403달러에서 올해(10월 기준) 446달러로 올랐다. 해당 기간인 지난 4월 오비맥주는 카스 등 주요 맥주 출고가를 평균 5.4% 올렸다. 이후 중국산 맥아가격이 오른 10월에 가격을 원상 복구했다.  

업계에선 AB인베브가 2014년 말 오비맥주를 다시 인수한 후 국내 생산 물량을 늘리면서 중국산 맥아 유입량이 많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AB인베브가 원가 절감에 이렇게 노골적인 경영에 나서고 있는 이유는 투자금 회수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앞서 AB인베브는 2009년 미국계 사모펀드 KKR에 오비맥주를 18억달러(약 2조1000억원)에 팔았다. 

그런데 AB인베브는 2014년 KKR에 오비맥주 재인수 할 당시 58억 달러(6조8000억원)에 다시 사들였다.

당시 시장에서는 오비맥주 인수 금액을 4조~5조원 정도로 보고 있었다. 오비맥주의 당시 에비타(이자·세금·감가상각비 차감 전 이익)가 5000억원으로 추산되기 때문에 인수금액은 에비타의 9~10배를 적용한 것이다.

그런데 AB인베브는 당시 시장 컨센서스를 뛰어넘는 오비맥주 몸값에 1조1700억원이나 웃돈을 더해 6조8000억원에 인수한 것이다.

AB인베브는 2009년 오비맥주를 매각할 당시 KKR이 다른 회사로 오비맥주를 재매각할 경우 이익의 15%를 배분받는 권리(언아웃·Earn Out)를 체결한 바 있다. 하지만 언아웃 금액 3억2000만 달러(3404억원)를 고려해도 AB인베브는 시장 예상 가격 5조원에 비해 8300억원을 더 주고서 오비맥주를 재매입했다.

이렇게 높은 가격에 오비맥주를 인수한 배경에는 AB인베브가 아시아 맥주시장을 공략하는데 오비맥주가 유리하다는 경영적 판단인 것으로 분석됐었다.

그런데 예상과 다르게 오비맥주의 실적은 지속적으로 부진하다.

오비맥주는 올 3분기(7~9월) 국내 판매량이 최소 15% 이상 감소했으며, 국내 시장 점유율도 기존 55~60%에서 올 2~3분기 합산 기준 약 5~6% 포인트 하락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중국, 홍콩 등의 수출시장에서 올 하반기 들어 한국 맥주의 인기가 시드는 추세인 것도 오비맥주 매출 하락의 주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홍콩 시위가 장기화되면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중국시장에서 10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고 있다.

이렇게 오비맥주가 연이은 부진을 겪자 브루노 코센티노 현 사장에게 실적 부진의 책임을 지우기 위한 좌천성 인사를 강행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오비맥주는 내년 1월 1일부터 새로운 사장으로 벤 베르하르트 AB인베브 남아시아 지역 전 사장 임명과 더불어 브루노 사장을 AB인베브 아프리카 지역 담당 마케팅 총괄 임원(CMO)으로 옮긴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부동의 1위를 지키던 '카스'가 하이트진로 '테라'의 맹공격에 입지가 흔들릴 것 같자 새 사령탑에 글로벌 맥주 전문가인 벤 베르하르트 사장을 임명함으로써 쇄신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 오비맥주는 서울지방 국세청 조사4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4국은 지난달 26일 서울 강남 오비맥주 본사와 물류센터, 공장 등을 방문해 관련 서류를 확보했다. 조사4국은 기업 탈세, 비자금 등에 관한 혐의나 첩보가 있을 때 조사에 착수한다.

진용준 기자  jyj@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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